헬스·성형·셀카… 몸에 갇힌 사회의 탄생
SNS와 성형 사이에서 타인과 관계를 잃다
“2025년 얼굴을 작게 만드는 ‘턱뼈 부수기’ 챌린지가 유행했다. 2021년에는 ‘제로투댄스’ 챌린지가 대유행했는데, 그 내용이란 골반을 흔들며 몸의 말랑말랑한 점탄성을 과시하는 것이 전부였다... 2020년 60만 팔로워를 거느린 뷰티 인플루언서가 다이어트 식품을 먹고 내장지방까지 싹 빠졌다고 홍보하다가 사진이 조작되었음이 들통나서 쪽박을 찼다.”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사회가 얼마나 몸에 집착하는지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그런 것일까 의문이 든다. 그 핵심을 ‘타자 인지장애’(촉각의 결핍)라고 분석한 책이 나왔다. 다이어트 중독, 건강 염려증, SNS 과대망상증 등이 같은 원인을 지닌 하나의 현상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이전에 다룬 적 있는 신체이형장애 관련 분석도 흥미롭다.(「신체이형장애부터 은둔까지... 청년을 삼킨 불안의 신경망」 참조) 이 같은 내용은 최근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는 『모양 없는 육체』(김곡 지음 │ 교유서가)에 나온다.
아침저녁으로 출퇴근 길에 전단지를 받는다. “당신의 몸을 멋지게 만드세요! 1년 등록 시 20% 할인” 헬스장에서 같은 건물에 있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 드신 할머니가 건네는 인쇄물을 차마 거부할 수 없다. 하루에 적어도 2장 이상 받는다. 점심 가는 길을 잘못 고르면, 4장을 받기도 한다. 몸짱 브로슈어를 받는 게 일상의 루틴이 되었다. 그러면서 살며시 내 몸을 거울에 비춰본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인체는 머리, 머리카락, 목, 몸통(흉부와 복부를 포함), 생식기, 팔, 손, 다리, 발로 구성된다. 인체의 내부는 장기, 치아, 뼈, 근육, 힘줄, 인대, 혈관과 혈액, 림프관과 림프로 이루어진다. 인체는 수소, 산소, 탄소, 칼슘, 인 등의 원소로 구성돼 있다. 대니얼 M. 데이비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생명과학과 학과장이자 면역학 교수는 『인체에 관한 모든 과학』 다음과 같이 비유한 바 있다. “모든 장기는 일종의 세포 동물원(menagerie)이고, 각각의 세포는 그 안에 가설물(scaffolds), 용기(capsules) 그리고 단선 철도(monorails) 같은 도시 경관을 갖추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단백질, 당, 지방과 그 밖의 다른 화학 물질 같은 생물학적 건축 재료의 혼란스러운 배열로 조립되어 있다.”
지난해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턱뼈 부수기 챌린지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낳았다. 사진=유튜브 @PhilipDeFranco
사회적 저항의 단단한 육체와
거식증 미화하는 물렁한 육체
2011년 조선소 구조조정에 맞서 크레인 위에서 309일간 고공농성을 벌인 김진숙의 단식은 사회적 저항을 위한 ‘단단한 육체’를 상징한다. 반면 2020년 SNS의 ‘프로아나’(pro-ana: 거식증을 미화하거나 추구하는 온라인 문화)는 극단적인 마름을 추구하며 자신의 몸을 끊임없이 통제하고 축소하려는 ‘물렁한 육체’를 드러낸다. 전자가 사회 구조에 맞서는 집단적 저항의 몸이라면, 후자는 외부 세계와 싸우기보다 자신의 신체를 관리와 억압의 대상으로 삼는 개인화된 몸이다. 이 대비는 현대 사회에서 존재의 위기가 사회적 저항에서 자기 신체에 대한 집착과 통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 뱃살보다 긴급한 존재론적 문제는 없다.” 『모양 없는 육체』의 첫 문장이다. 아... 내 얘기다. 이 책의 저자인 김곡 영화감독(「가족계획」, 「보이스」 등 연출, 『관종의 시대』, 『과잉존재』 등 집필)은 서문에서 “이번 세기, 타자를 멸종시키고 있는 것은 정신이 아니라 몸”이라며 “지난 세기 몸 밖에서 위협하고 매혹하던 타자는 이제 모두 몸속으로 말려들어와, 뱃살과 내장 지방만이 내가 치대야 할 유일한 타자가 되었다”라고 지적했다. 타자와 싸우든 사랑하든 지지고 볶든 그러한 시대가 저물고, 내 몸만이 중요한 세상이 된 것은 아닌가. 그것도 너무 사랑하거나 너무 경멸하면서 말이다.
그 옛날 운동은 “타자에 맞서 저항하는 훈련의 연장선산”이었다. 플라톤은 최선의 체육은 군사훈련에서 비롯된다고 간주했다. 하지만, 현대사회의 헬스는 외부 타자를 전제하지 않는다. “내가 싸워야 할 유일한 타자는 몸속의 지방뿐이다. 헬스는 타자를 체내화한다.” 한 연예인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게 몸을 가꾸면 자신을 극복하는 일이라고 조언한 적도 있다. 일견 맞는 말이기도 하다.

다이어트 중독부터 가스라이팅까지
타자 감각의 퇴화가 초래한 인지장애
김 저자는 “다이어트 중독, 건강 염려증, SNS 과대망상증, 딥페이크 범죄, 스토킹과 가스라이팅 등 이 시대를 지배하는 사회현상들은 아무리 달라 보여도 동근원적인 하나의 현상”이라며, “모두 몸의 타자 감각의 퇴화가 초래한 타자 인지장애”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몸을 그만 가꾸고 거지처럼 하고 다니자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신체변형의 미학은 미를 왜곡하고 날조해 육체의 찬미를 육체의 경멸과 점점 일치시켜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더 많이, 더 빨리 변형되는 육체만이 살아남으며, 우린 감옥과 고문기구 대신 러닝머신과 수술대에 스스로 올라가 지난 세기 몸 밖에서 치르던 전쟁을 이제는 몸속에서 치른다.” 가히 살과의 전쟁을 치르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그 특징은 ‘단단함에서 물렁함으로’으로의 변환이다. 김 저자는 “일반적으로 물렁한 육체에게 타자란 없다”라며 “타자도 단단해야 육체와 저항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물렁한 육체는 반드시 나르시시스트”라는 점이다. 그래서 “물렁함의 패러다임은 육체의 물성을 바꾸어 그가 살아가는 세상을 바꾼다”라는 결론에 이른다. 예를 들어, ‘허파고리’란 표현을 아는가? 이 단어는 “허리 파서 골반에 이식한다”라는 표현이다. 한 성형외과에서 홍보하는 자가지방이식 상품이다. 김 저자는 “이번 세기, 뷰티는 존재론적 재난이 되었다”라며 “미의 문제는 곧 생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가장 큰 피해자는 육체 자신”이 된다.
김 저자의 예리한 시선은 정신질환으로까지 나아간다. 나르시시스트적 망상증은 현대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신체 이형 장애(BDD), 정신분열증과 맞닿아 있다. 특히 스토킹, 가스라이팅, SNS 성착취 등 범죄마저 이러한 경향 속에 있다는 분석을 제시한다. “과거 범죄가 강박증적·조직적·타자억압적이라면 현대 범죄는 편집증적·점착적·자기애적이다.”
신체이형장애(BDD)는 실제 신체 상태와 무관하게 자신의 외모나 몸이 심각하게 왜곡되었다고 느끼는 인식 장애로, 단순한 외모 집착이나 강박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겉으로는 정상적인 몸을 지녔음에도 거울 속 자신을 비정상적으로 뚱뚱하거나 기형적인 모습으로 인식하고, 심한 경우 신체 내부가 망가졌다는 환각까지 경험하기도 한다. 건강한 체격임에도 근육이 부족하거나 뒤틀렸다고 느끼는 근육이형증 역시 이 범주에 포함된다. 이러한 왜곡된 자기 인식은 현대 사회의 외모 중심 문화와 결합해 개인을 사회적 고립과 집착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실제로 ‘사천 크리스마스 살인사건’ 사례에서는 신체이형장애적 사고와 SNS 중심의 고립된 관계가 맞물리며 자기혐오와 망상이 강화됐고, 현실 판단력이 약화된 상태에서 특정 대상에 대한 집착이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김 저자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이번 세기, 우리 모두는 BDD를 살아가는 모양 없는 육체들이다. 몸에 어떤 모양이 주어져도 ‘핏’ 하지 못하다고 느끼며 이 모양 저 모양 떠도는 내 몸속의 난민들이다. Before-After 그 순간의 쾌감이 이 사실을 가린다.”
현대의 헬스는 외부의 적이나 타자와의 싸움이 아니라, 몸속의 지방을 상대로 한 자기 내부의 전쟁이 되었다. 사진=픽사베이
인터넷은 순간화된 몸들의 갤러리
셀카는 인스턴트 정체성을 박제
그런데 헬스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에도 있다. “인터넷은 이미 순간화된 몸들의 갤러리이며, 셀카는 이미 바디프로필의 일환이다. 특히 SNS는 인생을 매분 매초 업데이트되는 단편적인 에피소드의 순간들로 잘게 분해해 놓고, 그를 타자도 역사도 없이 행복한 셀카로 꾸며놓는다.... 셀카는 인스턴트 정체성을 박제한다. 셀카중독도 순간중독이다.”
김 저자는 “네트워크 사회는 성형사회이기도 하다”라며 “일반적으로 가상육체의 조작이 쉬워질수록 스토킹과 가스라이팅은 대중화된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헬스와 성형수술이 성행하고, 포르노와 딥페이크가 흥행하는 사회일수록 스토킹과 가스라이팅은 유행한다”라며 “모두 가상육체를 성형하고 잘라내는 연습”이라고 비판했다.
AI가 유행하는 현상은 단순한 학문적 흐름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와 행동을 데이터로 환원하려는 시대적 욕망과 맞물려 있다. 사람들은 한때 몸을 자기 자신과 동일시하던 태도에서 나아가 이제는 두뇌를 곧 자기라고 여기며,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정보망 속에서 사고와 감정까지 투명하게 공유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런 환경은 타자를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우리는 방대한 정보를 기억하고 교환하지만, 정작 우리 존재를 지탱해 온몸이라는 근원적 타자와의 관계는 점점 희미해진다. 그 과정에서 개인은 자신의 사유를 외부 시스템에 맡긴 채, ‘좋아요’와 ‘팔로우’ 같은 반응으로 변화에 순응하며 두뇌의 자율성을 스스로 포기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터넷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조건이 된다. 현대인은 두뇌를 직접 넘겨주지 않았음에도 사유와 결단의 주권을 이미 상실했으며, 몸과 분리된 두뇌는 스스로의 기반을 잃는다. 육체 없는 주권도, 두뇌 없는 주권도 존재할 수 없지만 디지털 환경은 두 요소를 동시에 약화시키며 새로운 형태의 권력 구조를 만들어낸다. 겉으로는 민주적 참여가 확대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론을 부드럽게 조정하고 홍보로 방향을 유도하는 ‘보톡스 민주주의’가 작동한다. 이 체제에서 인간관계는 네트워크로 치환되고, 화면 속 가상 육체와 매끈하게 조형된 현실의 육체는 모두 접촉과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대상으로 변한다. 결국 인터넷은 인간의 촉각적 관계를 약화시키며, 몸을 매개로 한 관계와 역사 형성의 가능성을 서서히 지워 간다.
정희진 서평가(여성학·평화학 연구자)는 “이 책(『모양 없는 육체』)만큼 우리 자신을 적시한 책을 나는 읽지 못했다”라며 “몸의 시대의 필독서”라고 평했다. 현대사회의 병리적인 문제의 핵심은 타자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일지 모르겠다. 타자가 체내화된 내 몸에 대한 나르시시스트적인 망상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모니터를 넘어선 인간적인 만남 말이다. 이제, 그런 게 가능할지는 정말 모르겠다.
<참고문헌 및 사이트>
1. 『모양 없는 육체』(김곡 지음 │ 교유서가 │ 178쪽)
2. https://en.wikipedia.org/wiki/Human_body
3. 『인체에 관한 모든 과학』(대니얼 M. 데이비스 지음 │ 에코리브르 │ 2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