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실험은 해야 하는데 행정 절차는 꽉 막혀 있고…
급한 불 끄려고 아는 업체 통해서 현금만 융통해서 연구실 운영비로 다 썼습니다.
연구를 위한 것이었는데 이게 왜 범죄가 되는 걸까요?
연구비 수사 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가장 안타까운 순간입니다.
교수님은 연구를 위한 열정이었다고 항변하지만, 수사기관의 공소장에는 횡령이 적혀 있습니다.
연구 현장에는 일명 현금화라고 불리는 관행이 존재합니다.
연구 책임자분들은 이를 경직된 예산 시스템을 극복하기 위한 운영의 묘라고 생각하시지만,
법률적 관점에서는 연구자의 인생을 흔들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선택입니다.
ⓒ Mohamed_hassan, 출처 Pixabay
안녕하세요. 변호사이자 공인회계사(CPA), 김명규입니다.
오늘은 종종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를 대며 행하시는 허위 용역 계약을 통한 현금화 문제를 다룹니다.
선의로 시작한 일이 어떻게 법적 책임으로 되돌아오는지, 그리고 시스템 안에서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함께 고민해 보겠습니다.
왜 이런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될까?
개인적인 욕심이 아닌, 현실적인 벽으로 인해 이런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 현장 실험 보조: 아르바이트생에게 급하게 현금 20만 원을 줘야 하는데, 행정 절차상 당장 지급이 안 될 때
- * 외국인 유학생: 비자나 시간제 취업 허가 문제로 정식 인건비 지급이 까다로운데, 당장 생활비를 챙겨 줘야 할 때
- * 규정 외 물품 구매: 연구에 꼭 필요한데 규정상 구매가 금지된 물품(예: 범용 노트북, 공용 태블릿, 혹은 연구실 공용 비품 등)을 급하게 사야 할 때
이럴 때 연구 책임자는 고민에 빠집니다.
"규정대로 하자니 연구가 안 돌아가고, 그렇다고 내 돈 쓸 수도 없고..."
결국, 평소 알고 지내던 기업과 상의하여 형식적인 연구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연구비를 송금한 뒤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받아 연구실 운영비로 사용하는 방법을 택하게 됩니다.
잘못된 해결책: 가짜 계약의 함정
이 과정에서 동원되는 것이 바로 허위 용역 계약입니다.
- 평소 친분이 있는 기업과 형식적인 연구 용역 계약을 체결합니다.
- 1. 연구비(용역비)를 해당 기업 계좌로 송금합니다. (여기까지는 시스템상 정상적인 지출로 보입니다.)
- 2. 기업은 수수료(세금 등)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연구 책임자에게 현금으로 돌려줍니다.
3. 연구자분들은 이를 잠깐 자금을 융통했다고 생각합니다. 장부상으로도 ‘연구용역비’로 처리가 끝났으니 문제가 없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이 순간, 연구비의 성격은 공적 자금에서 출처 불명의 비자금으로 변질됩니다.
법적 결과: 3중 형사 리스크
이 현금 만들기 프로세스는 단순히 연구비 규정 위반(행정 처분)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다음 3가지 형사법적 책임이 동시에 발생합니다.
- 1. 업무상 횡령 (형법) :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
대법원 판례는 "법인의 자금을 인출하여 용처를 불분명하게 사용한 경우, 그 자체로 횡령의 고의(불법영득의사)를 추단 할 수 있다"라고 봅니다.
즉, 돌려받은 현금을 연구실을 위해 썼더라도, 어디에 썼는지 완벽하게 입증(영수증 등) 하지 못하면, 그 돈은 고스란히 연구 책임자가 횡령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 실제 사례: 약 1억 5천만 원 상당의 연구비를 허위 용역 등으로 횡령한 교수, 징역 2년의 실형 선고(부산지방법원 2020. 5. 22. 선고 2019고합260 판결)
- 2. 조세범 처벌법 위반 (허위 세금계산서) : 징역+벌금 병과
사실 횡령보다 더 무서운 것이 세법입니다.
용역을 수행하지 않았는데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거나 수취한 행위는 가공거래에 해당합니다.
금액이 크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에 따라 가중 처벌되며, 징역형과 함께 거액의 벌금(부가세의 2~3배)이 병과 될 수 있습니다.
- 3. 사기 (국가연구개발혁신법 등) : 징역 + 연구비 환수
실제 용역을 수행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업체에 연구비를 지급한 것은, 연구비 지급 기관(정부, 산단)을 기망하여 돈을 타낸 사기 행위가 됩니다.
이 경우 형사 처벌과 별개로 연구비 전액 환수(제재부가금 포함) +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 제한 조치가 병행됩니다.
“그럼 급한 돈은 어떻게 합니까?” 김변의 안전 대안
연구 현장의 고충, 잘 압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답답하더라도, 가짜 계약이라는 독배를 마셔서는 안 됩니다.
다소 번거롭더라도 다음과 같은 합법적인 절차를 이용하셔야 합니다.
* 원칙: 가짜 계약은 절대 NO!
* 현실적 대안 1: 교수 개인 카드 선결제 및 사후 정산
- 불가피한 지출이 발생했다면, 연구 책임자 개인 카드로 선결제하십시오.
- 정당한 연구비 지출임이 소명된다면, 영수증을 첨부하여 사후 정산(지급 신청)이 가능합니다.
* 현실적 대안 2: 전문가 활용 및 일용직 인건비 활용
- 증빙 없이 사람에게 돈을 주는 유일한 합법적인 방법은 인건비 신고 절차를 거치는 것입니다.
- 단기 아르바이트생이나 외부 조력자는 일용직이나 단기간 근로자로 등록하고 원천징수(3.3%) 또는 4대 보험료를 공제하고 지급해야 합니다.
- (주의)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반드시 학교 유학생 담당자를 통해 ‘시간제 취업 허가’ 가능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허가 없는 인건비 지급 및 신고는 불법 고용으로 처벌받습니다.
* 현실적 대안 3: 예외 규정 활용(사유 소명)
- 대부분의 연구 과제에는 카드 단말기가 없는 오지에서의 활동 등 불가피한 경우를 대비한 예외 규정이 존재합니다.
- 무리하게 허위 계약을 통하기보다는, 법인카드 미사용 사유서(또는 예외 사유 등록 절차)를 통해 정공법으로 승인받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카드 결제가 불가능했던 객관적 사유와 실제 지출 증빙(간이영수증, 이체증 등)이 명확하다면, 시스템 안에서 합법적으로 처리가 가능합니다.
* 현실적 대안 4: 이미 저질렀다면? 원상복구가 최선
- 혹시 이미 이러한 방식으로 자금을 집행한 내역이 있고, 아직 결산(감사) 전이라면 회계상의 원상복구를 고려해야 합니다.
- - 누락된 증빙 찾기: 혹시 연구를 위해 실제로 지출했으나, 실수로 증빙 처리를 누락한 내역이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정당한 지출 내역을 찾아 소명한다면, 횡령 혐의를 벗을 수 있습니다.
- - 자진 반환(피해 회복): 도저히 소명할 수 없는 금액의 경우, 연구 책임자가 사비로라도 산학협력단(회사)에 해당 금액을 반환(입금)하십시오. 이는 범죄를 덮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으로 피해를 회복시키는 행위입니다. 수사 단계에서 횡령 고의가 없었음을 주장하거나, 추후 양형에서 참작받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조치입니다.
맺음말: 편법은 언제나 발목을 잡습니다
“남들도 다 이렇게 현금화해서 쓴다”는 말은, 위기 상황에서 아무런 방패가 되지 못합니다. 국세청 전산망과 연구비 관리 시스템(IRIS)이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지금, 실물 흐름이 없는 가공 거래는 언젠가 반드시 드러납니다.
연구의 목적이 아무리 숭고해도, 그 과정에서 동원된 가짜 계약서 한 장이 연구자의 모든 업적을 부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 서랍 속에 넣어둔 그 계약서가, 혹시 연구실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연구실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은 아닌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음 화에서는 바이오 벤처 창업을 준비하는 교수님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시는 <기술특례상장, 개발비 자산화의 함정>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당신의 연구와 일상을 지키는 파트너, 김명규 변호사/공인회계사 드림
※ 본 칼럼은 실무 지식을 바탕으로 AI(Gemini)를 활용해 사례를 각색하였으며, 필자가 직접 집필·검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