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만년랩장입니다.
다들 연말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연말이란 과제 마무리와 보고서, 실험, 개인적인 약속과 실험실 이벤트까지 겹치며 행복하면서도 유난히 바쁘고 정신없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는 만큼, 그동안 저에게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여러 사건(?)들 중 이번 연재 주제와 맞닿아 있는, ‘후배’와 관련된 일들도 많았습니다. 약 한 달 동안 휘몰아치듯 지나간 실험실의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마음이 많이 내려앉았고, 이 이야기들을 이번 회차에 어떻게 담아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회차에서는 특정 일화를 소개하기보다는,
여러 상황을 겪으며 공통적으로 중요하다고 느꼈던 생각의 방향들을 중심으로 글을 써보았습니다.
아마 어떤 실험실이든, 다양한 사람들과 부딪히며 갈등을 전혀 겪지 않고 지나온 분은 드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대상은 선배일 수도, 동기나 후배일 수도 있고, 때로는 교수님이거나 외부 인력일 수도 있겠지요. 어떤 날은 정말 엉엉 울고 싶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고, 담배 한 갑을 연달아 피워도 화가 가라앉지 않을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대부분은 “그땐 그랬지” 하고 넘길 수 있는 일들이 되곤 합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그 당시의 당사자에게는 그 일이 인생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이자 이슈라는 점입니다.
다양한 상황과 관계 속에서 제 이야기가 모두를 대변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어딘가에서 누군가와 갈등을 겪고 있는 분들께, 이 글이 공감과 methods reference 정도로 가벼운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지난 회차에서도 강조했던 문구인데요.
“사람 때문에 힘든 연구실을 만들지 말자.
그리고, 그 사람이 내가 되지 말자.”
후배도, 선배도, 그리고 자기 자신도 이 문장을 마음속에 새기고 행동한다면, 조금이나마 더 평안한 실험실 생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지난 8년 동안 12명의 후배를 맞이했고, 스쳐 지나간 학부생들까지 포함하면 약 20명 남짓이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해, 단 한 명과도 갈등이 전혀 없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그 원인 중 일부는 저에게도 있었겠지만, 사람 관계라는 것이 한쪽의 마음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추억이 있으면 서운함도 있고, 도움이 되었던 사람이 어느 순간 가장 화를 나게 하는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저 역시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일어난 일과 감정이 너무 오래 마음 한가운데를 차지하도록 두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해결하고, 부딪혀도 해결이 어렵다면 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미 벌어진 일에 지나치게 에너지를 쏟아 우리의 학위 과정에 누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키는 선택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제가 직접 겪었거나, 주변에서 들었던 사례들 중 제가 생각하는 ‘실험실 속 나쁜 예’들입니다. (제 기준, 저의 생각입니다.)
- 매일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
-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다고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
- 이유 없이 특정 사람을 싫어하고 비난하는 사람
- 일하는 과정에서 성차별(?)을 생각하거나/만드는 사람 (내가 남자/여자라서 이걸 시키나? 또는 나는 안 해야겠다)
- 실험실에서 베스트프렌드를 찾으려는 사람
- 경쟁심 속에서 상대를 질투하고 늘 조급해하는 사람
- 질문에 “모른다”라고 말하지 않고, 알려주지 않거나 화내는 사람
- (자신의 이익을 위해) 동료를 등지고 교수님의 첩자(?)가 된 사람
- 노력하지 않는 사람
- 노력하는 사람을 비난하거나 비웃는 사람
- 학벌로 사람을 가르는 사람
- 아무런 열정 없이 그냥 대학원에 진학한 사람
- 모르면서도 묻지 않고 공부도 안 하는 사람, 그리고 실험을 망치는 사람
- 실험실 인원을 과도하게 통제하려는 사람
-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 (본인은 표출하는 줄도 모르는…)
- 외부 인원이 있을 때 실험실 동료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사람
- 자기 자신만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
- 후배는 무조건 선배 말에 복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 반대로, 선배의 조언을 전혀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
- 그리고… 잘 씻지 않는 사람 (정말 냄새날 정도로)
석사나 박사 과정을 마치고 학계나 회사로 진출하더라도, 같은 전공 안에 있다면 우리는 대학원에 들어온 순간부터 꽤 오랜 시간, 필요에 의해 협업하며 인연을 이어가게 됩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학위 과정에서 보내는 2년, 혹은 5년 이상의 시간일지라도 끝이 있는 시간이며, 그 자체로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어떤 이유로 대학원에 진학했든, 결국 우리의 공통된 목표는 하나일 것입니다.
“다음 과정을 위해 학위를 얻자.”
우리는 질과 양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학위를 얻고 나간다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제한된 기간 동안, 교수님의 지도 아래 인생에서 가장 치열하게 노력해
하나의 반짝임을 달고 나갈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여러 개의 반짝임을 달고 나갈지는 결국 각자의 선택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과연 위에 나열한 감정과 태도들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더 중요한 점은,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아, 이거 나다. 노력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사람? 그게 나네.”
라고 스스로 인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 거라는 사실입니다. 각자 나름의 이유와 변명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메타인지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저런 사람들 때문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계신 분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더럽다고 혼자 피하면 안 묻을까요? 냄새는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그럴 땐 부딪히는 것도 필요합니다. 당사자와 직접 이야기하거나, 교수님께서 해결해 주실 수 있는 분이라면 도움을 요청하세요. 포닥박사님이나 실장 선배에게 가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모두가 제 살길 찾아 개인플레이를 하는 실험실이라면, 저라면 무시를 선택하겠습니다. 후배라서 힘든 선배의 도움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 그 도움을 받으세요. 그리고 그 도움이 필요 없어질 날이 빨리 오도록 더 많이, 부지런히 준비하면 됩니다.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인간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이럴 땐 그냥 내가 더 크게 넘기는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8년 동안 실험실의 가장 오래된 맏이로서, 대화를 통해 이유를 듣고 이해하려 노력했고, 모두에게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법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필요하다면 교수님의 도움을 받기도 했고, 때로는 사람들을 분리하며 관계 회복 혹은 현상 유지를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하지만 열 명이 훨씬 넘는 관계를 경험한 지금, 최근의 새로운 그룹 관계에서는 저 역시 지쳤는지 ‘포기와 개인플레이’라는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선택이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지만, 지금의 저는 제 학위 과정을 지키기 위한 선택을 했습니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실험실 분위기는 최소한 표면적으로라도 좋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누군가가 싫다고 해서, 무작정 배척하고 분위기를 무너뜨릴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로 인해 혼나거나, 혼낸 날이었더라도, 환기 후에는
“연말엔 뭐 해?”
“좋은 연말 보내. 메리 크리스마스!”
이 정도의 말은 건넬 수 있는 분위기를, 우리 모두가 지켜갔으면 합니다. 그래야 뒤에서 험담하고, 스트레스 풀고, 다음 날 다시 힘내서 실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오늘은 글이 조금 두서없었던 것 같습니다.
연재라는 공간을 빌려, 마음속 잔소리를 털어놓은 것 같기도 하고요. 이 글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기보다는, “하…” 하고 한숨 한 번 내쉬고 넘길 수 있는 글이었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마다 잘 풀리는
행운 가득한 2026년이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