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KBRI, 원장 이승복)은 정서·인지질환 연구그룹 김정연 박사와 강원대학교 채세현 교수 공동연구팀이 단 하루의 사회적 고립만으로도 뇌 속 특정 세로토닌 수용체가 증가하고, 이 변화가 사회적 대상에 대한 가치 판단을 바꾸어 익숙한 개체를 더 선호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우울증, 불안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짧은 기간의 고립이 사회적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이러한 변화가 뇌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공동연구팀은 단기 사회적 고립이 사회적 선호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이 과정에서 뇌 시상상부에 위치한 외측고삐핵(Lateral Habenula, LHb)의 역할을 규명하고자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생쥐를 24시간 동안 단독으로 격리한 뒤, 익숙한 개체와 새로운 개체를 동시에 만나게 했다. 일반적으로 생쥐는 새로운 개체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지만, 사회적으로 고립된 생쥐는 반대로 익숙한 개체에게 더 많이 접근하는 행동을 나타냈다. 이는 사회적 고립이 단순히 사회성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대상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이 고립된 생쥐의 뇌를 분석한 결과, 외측고삐핵에서 세로토닌 수용체의 일종인 5-HT4 수용체(5-HT4R)의 발현이 정상 생쥐보다 2.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로토닌은 감정과 기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져 있다. 또한 사회적 고립 상태에서는 외측고삐핵으로 전달되는 세로토닌 신호가 감소했으며, 증가한 5-HT4 수용체는 줄어든 세로토닌 신호를 보완하기 위한 뇌의 적응적 반응임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5-HT4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약물을 처리한 결과, 사회적 고립으로 손상된 신경세포 간 연결 조절 기능(시냅스 가소성)이 회복되고 과도하게 증가한 신경세포의 흥분성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나아가 살아있는 생쥐의 외측고삐핵에 동일한 약물을 투여했을 때, 고립 이후 나타났던 익숙한 개체 선호 현상 역시 정상적인 사회적 선호 패턴으로 회복되었다.
이번 연구는 짧은 기간의 사회적 고립만으로도 뇌의 세로토닌 수용체가 변화하고, 이러한 변화가 사회적 가치 판단 체계를 재구성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특히 5-HT4 수용체가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행동 변화의 핵심 조절 인자임을 밝혀냄으로써, 우울증과 불안장애 등 사회적 고립과 관련된 정신질환의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시했다.
연구를 이끈 김정연 박사는 "사람은 누구나 짧은 기간의 고립만으로도 사회적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Cell Reports》(신경과학 분야 상위 15%)에 게재되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뇌연구원 기관고유사업 및 한국연구재단(NRF)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1. 연구의 주요 내용
□ 논문 정보논문명
Lateral habenula 5-HT4 receptor signaling restores social novelty preference after acute isolation
저널명
Cell Reports ( IF 7.7 점, Neuroscience 분야 JCR 상위 15 %)
저자정보
제1저자 (한국뇌연구원, 박사후연수연구원 강미선),
공동 교신저자 (강원대 채세현 교수)
주 교신저자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원 김정연)
공동연구기관
강원대학교
□ 논문의 주요 내용
1. 연구 개요 ◦ (연구배경 및 필요성)
사회적 동물에서 적절한 사회적 관계를 형성, 유지하는 것은 생존에 필수적인 인지기능이다. 특히 최근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우울증, 불안장애, 사회성 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연구들은 장기간의 사회적 고립이 뇌 기능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주로 연구해 왔으나, 단기간의 사회적 고립이 사회적 의사결정 과정에 어떠한 변화를 유도하는지는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았다.
또한 외로움을 경험한 개체가 사회적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뇌가 어떠한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고 행동을 조절하는지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기전 역시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는 사회적 스트레스 상황에서 뇌가 사회적 균형(social homeostasis)을 회복하기 위해 어떤 신경회로와 분자기전을 활용하는지를 규명하고자 수행되었다.
◦ (연구목표/질문)
본 연구는 단기 사회적 고립이 사회적 선호도와 사회적 의사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하고, 이 과정에서 외측 고삐핵(Lateral Habenula, LHb)의 세로토닌 수용체 4형(5-HT4 receptor)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밝히고자 하였다.
특히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하고자 했다.
1. 사회적 고립은 사회적 행동의 질적 특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2. 사회적 고립에 의해 LHb 신경세포의 시냅스 가소성은 어떻게 변하는가?
3. LHb 내 5-HT4 수용체는 이러한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
4. 5-HT4 수용체를 조절함으로써 사회적 행동 이상을 회복시킬 수 있는가?
2. 연구 내용 ◦ (주요 연구성과(결과) 및 차별(우수)성)
연구진은 생쥐를 24시간 동안 단독 사육하는 급성 사회적 고립 모델을 구축하고 행동, 전기생리학, 분자생물학 분석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사회적으로 고립된 생쥐는 일반 생쥐와 달리 처음 만나는 새로운 개체보다 기존에 함께 생활하던 익숙한 개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친숙성 편향(Familiarity Bias)’을 나타냈다. 이는 사회적 고립이 단순히 사회성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대상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분자 수준에서는 LHb 신경세포에서 5-HT4 수용체 발현이 선택적으로 증가하였으며, 사회적 고립에 의해 감소된 세로토닌 신호를 보상하기 위한 적응적 변화임을 확인하였다.
전기생리학 분석 결과, 사회적 고립은 LHb 신경세포의 장기억제(Long-Term Depression, LTD)를 손상시키고 신경세포 흥분성을 증가시켰다. 그러나 5-HT4 수용체를 활성화하면 손상된 LTD가 회복되고 과도하게 증가한 신경세포 흥분성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더 나아가 LHb에 직접 5-HT4 수용체 작용제를 투여하였을 때, 고립된 생쥐에서 나타난 친숙성 편향이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개체를 선호하는 정상적인 사회적 선호 행동이 회복되었다.
본 연구는 사회적 고립에 의해 유도되는 사회적 의사결정 변화의 신경기전을 최초로 규명하였으며, LHb-5HT4R 신호 전달계가 사회적 가치 판단을 조절하는 핵심 분자 기전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 (연구방법(근거))
연구진은 청소년기 수컷 생쥐를 대상으로 24시간 사회적 고립 모델을 구축하였다.
LHb 조직의 전사체(RNA-seq) 분석을 통한 유전자 발현 변화 탐색, qRT-PCR, Western blot, RNAscope FISH를 이용한 5-HT4 수용체 발현 검증
전기생리학(Field recording 및 Whole-cell patch clamp)을 통한 시냅스 가소성 및
신경세포 흥분성 분석
LHb 내 세로토닌 농도 측정을 위한 ELISA 및 Microdialysis 분석
사회적 선호 행동, 사회적 인지기억, 사회적 가치 평가 행동 분석
LHb 국소 미세주입을 통한 5-HT4 수용체 약리학적 조절 실험
이를 통해 분자 수준의 변화부터 신경회로 기능, 행동 변화까지 통합적으로 검증하였다.
3. 기대효과 및 의의 ◦ (연구 의의 및 기대효과)
본 연구는 사회적 고립이 뇌의 사회적 가치 판단 체계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하였다. 특히 외측 고삐핵(LHb)의 5-HT4 수용체가 사회적 스트레스 이후 사회적 행동을 재조정하는 핵심 조절자임을 밝혀냈다.
학문적으로는 사회적 항상성(social homeostasis)을 조절하는 새로운 신경회로 및 분자기전을 제시하였으며, 사회적 행동을 연구하는 신경과학 분야에 중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우울증, 사회불안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조현병 등 사회적 기능 저하가 동반되는 정신질환에서 LHb-5HT4R 신호전달계를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향후 관련 연구가 진행될 경우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으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치료전략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연구자 코멘트)
현대사회에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은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본 연구는 사회적 고립이 단순히 사회적 욕구를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뇌가 사회적 관계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우리는 외측 고삐핵의 5-HT4 수용체가 이러한 변화를 조절하는 핵심 분자 기전임을 확인하였다. 앞으로는 세포 유형 및 신경회로 특이적 연구를 통해 사회적 고립이 사회적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더욱 정밀하게 규명하고, 정신질환 치료에 활용 가능한 새로운 표적을 발굴하고자 한다.
4. 연구지원 ◦ 한국뇌연구원 기관고유사업
Korea Brain Research Institute funded by Ministry of Science and ICT (25-BR-02-02)
◦ 한국연구재단
Basic Science Research Program through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
funded by the Ministry of Science and ICT (RS-2024-00351023).
◦ 한국연구재단 여성과학기술인 경력복귀지원사업
Basic Science Research Program through the Korea Foundation for Women In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 (WISET) funded by the Ministry of Science and ICT under the Program for Returners into R&D grant (WISET 2021-000)
5. 주요 키워드 설명 ◦ 사회적 항상성(Social Homeostasis)
생명체가 체온이나 혈당을 일정하게 유지하듯이, 적절한 사회적 관계와 접촉 수준을 유지하려는 생물학적 조절 기전을 의미한다. 사회적 고립이 발생하면 이를 보상하기 위한 행동적·신경생물학적 변화가 유도된다.
◦ 외측 고삐핵(Lateral Habenula, LHb)
뇌 시상상부(epithalamus)에 위치한 작은 신경핵으로, 스트레스, 보상, 의사결정 및 감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에는 사회적 행동과 사회적 가치 판단을 조절하는 핵심 뇌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 세로토닌 수용체 타입 4 (5-HT4 Receptor)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신호를 전달하는 수용체 단백질 중 하나이다. 기분, 동기, 학습 및 기억과 관련된 기능을 조절하며, 최근 우울증 및 불안장애 치료 표적으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
신경세포 간 연결 강도가 경험이나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학습과 기억의 신경학적 기반으로 알려져 있으며, 뇌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 장기억제(Long-Term Depression, LTD)
특정 자극 이후 시냅스 전달 효율이 장기간 감소하는 형태의 시냅스 가소성이다. 뇌 회로의 균형 유지와 정보 선택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본 연구에서는 사회적 고립에 의해 LTD가 손상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 친숙성 편향(Familiarity Bias)
새로운 대상보다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대상을 더 선호하는 행동 경향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생쥐가 낯선 개체보다 기존에 함께 생활했던 개체를 선호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 급성 사회적 고립(Acute Social Isolation)
짧은 기간 동안 사회적 접촉이 차단된 상태를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는 생쥐를 24시간 동안 단독 사육하여 급성 사회적 고립 상태를 유도하였으며, 이를 통해 사회적 행동 및 뇌 기능 변화를 분석하였다.
6. DOI :
https://doi.org/10.1016/j.celrep.2026.117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