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팀, 재생 가능한 탄소원 활용해 나일론 6·6.6 핵심 원료 생산 성공
시스템 대사공학 기반 ‘시간차 공배양 전략’으로 복잡한 생합성 경로를 미생물 분업 체계로 구현
석유화학 공정 대체할 차세대 바이오 기반 고분자 원료 생산 플랫폼 제시
나일론은 옷부터 자동차까지 우리 일상 곳곳에 쓰이는 대표적인 플라스틱 소재다. 하지만 그 원료 대부분은 석유화학 공정으로 만들어져 많은 탄소를 배출해왔다. KAIST 연구진이 미생물을 활용해 친환경적으로 나일론 핵심 원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KAIST 안다희 박사 (제1 저자) 이상엽 특훈교수
KAIST(총장 이광형)는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시스템 대사공학(미생물의 대사 경로를 설계·최적화해 원하는 물질 생산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활용해 재생 가능한 탄소원인 ‘글리세롤(바이오디젤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친환경 바이오 부산물)’로부터 ‘나일론 6’ 및 ‘나일론 6,6’의 핵심 단량체(고분자를 구성하는 기본 분자 단위) 3종(아디픽산,헥사메틸렌다이아민, 엡실론 카프로락탐)을 생산할 수 있는 대장균 기반 모듈형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나일론 6’는 유연성이 높아 의류·필름 등에 사용되며, ‘나일론 6,6’은 강도와 내열성이 우수해 자동차·기계 부품 등에 활용된다. 나일론 이름 뒤 숫자는 원료 분자에 포함된 탄소 개수를 의미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생산 경로를 상·하류 균주 두 개로 나누고,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대장균이 이를 나눠 맡도록 한 점이다. 상류 균주는 글리세롤로부터 아디픽산을 생산하고, 하류 균주는 이를 다시 헥사메틸렌다이아민 또는 엡실론 카프로락탐으로 전환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나일론 6,6의 핵심 원료인 아디픽산과 헥사메틸렌다이아민, 나일론 6의 핵심 원료인 엡실론 카프로락탐을 하나의 통합 플랫폼에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효소(생체 내 화학반응을 촉진하는 단백질)인 카복실산 환원효소와 트랜스아미나아제를 비교·검증해 최적의 조합을 적용했고, 이를 통해 헥사메틸렌다이아민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또한 엡실론 카프로락탐 생산 과정에서는 여러 기능을 결합한 융합효소를 설계해 반응 효율을 높였다.
상류 모듈에서는 생합성 경로(생체 내 화합물이 생성되는 일련의 반응 과정)를 재구성하고, 인공지능(AI) 기반으로 핵심 효소 성능을 개선해 생산량을 높였다. 그 결과 발효 공정에서 아디픽산을 6그램 퍼 리터(g/L) 수준까지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또 연구팀은 두 종류의 대장균을 동시에 넣지 않고, 먼저 아디픽산을 충분히 만든 뒤 두 번째 균주를 나중에 투입하는 ‘지연 접종(delayed inoculation·시간차 공배양)’ 전략도 적용했다. 이는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미생물을 시간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이다.
이 전략을 유가 배양식(영양분을 단계적으로 공급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발효 방식) 발효 공정에 적용한 결과, 글리세롤만을 사용해 헥사메틸렌다이아민 230 밀리그램 퍼 리터(mg/L), 엡실론 카프로락탐 808 마이크로그램 퍼 리터(μg/L)를 생산했다. 아직 생산량은 높지 않지만, 글리세롤에서 직접 생산한 사례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번 기술은 석유화학 공정에 의존하던 나일론 원료를 바이오 기반으로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향후 AI 기반 효소 설계와 추가적인 시스템 대사공학을 접목해 생산성을 더욱 높이고, 다양한 고분자(여러 단량체가 반복적으로 결합한 물질) 원료 생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상엽 특훈교수는 “이번 연구는 나일론 6와 나일론 6,6 생산에 필요한 핵심 단량체를 재생 가능한 탄소원으로부터 생산할 수 있는 모듈형 미생물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효소와 대사 흐름을 더욱 고도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다양한 바이오 기반 고분자 원료를 지속가능하게 생산할 수 있는 핵심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명화학공학과 안다희 박사가 제 1저자로 참여한 논문으로, ‘미국국립과학원회보 (PNAS)’에 5월 4일 게재됐다.
※논문명: Metabolic engineering of Escherichia coli for the biosynthesis of nylon 6 and nylon 6,6 monomers
저자: 이상엽(KAIST, 교신저자), 안다희 (KAIST, 제1저자), 채동언 (KAIST, 제2저자), 총 3명
한편,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가 지원하는 석유대체 친환경 화학기술개발사업의 ‘바이오화학산업 선도를 위한 차세대 바이오리파이너리 원천기술 개발’ 과제 및 합성생물학 핵심기술 개발사업의 ‘바이오제조 산업 선도를 위한 첨단 합성생물학 원천기술 개발’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나일론6,6 및 나일론 6 단량체 생산 모식도 [사진=KAIST]
□ 연구 배경
ㅇ 나일론 6,6와 나일론 6는 우수한 내열성·기계적 강도를 바탕으로 섬유, 자동차, 전기·전자 부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대표적인 폴리아마이드 소재이다.
ㅇ 그러나 이들 소재의 핵심 단량체인 아디픽산, 헥사메틸렌다이아민, 엡실론 카프로락탐은 대부분 석유화학 공정으로 생산되고 있어, 높은 에너지 투입과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적 부담이 크다.
ㅇ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은 재생가능한 탄소원으로부터 미생물 세포공장을 이용해 나일론 6,6 및 나일론 6의 핵심 단량체를 생산할 수 있는 플랫폼 미생물 균주 개발 연구를 수행하였다.
□ 연구내용
ㅇ 연구진은 전체 생합성 경로를 글리세롤에서 아디픽산을 만드는 상류 모듈과, 아디픽산을 헥사메틸렌다이아민 또는 엡실론 카프로락탐으로 전환하는 하류 모듈로 나눈 뒤, 이를 서로 다른 대장균 균주에 분담시키는 모듈형 공배양 플랫폼을 구축했다. 복잡한 대사경로를 기능별로 분업시켜 대사부담을 줄이고 전체 전환 효율을 높인 것이 핵심이다.
ㅇ 헥사메틸렌다이아민 생산을 위한 하류 모듈에서는 신규 카복실산 환원효소(carboxylic acid reductase)를 발굴 및 검증하고, 트랜스아미나아제(transaminase)를 도입해 아디픽산 유도체의 전환 효율을 높였다. 엡실론 카프로락탐 생산을 위한 하류 모듈에서는 융합 효소를 설계해 보조인자 재생과 락탐화 반응을 효과적으로 연결함으로써, 기존 경로의 낮은 반응 효율을 개선했다.
ㅇ 상류 모듈에서는 생합성 경로를 최적화하고, 인공지능 기반 효소 설계 기법을 활용해 효소를 개량했으며, 대사흐름 최적화를 통해 유가식 배양식 발효에서 아디픽산 6.0 g/L 생산에 성공하였다.
ㅇ 또한 상류 균주를 먼저 배양한 뒤 하류 균주를 시간차로 투입하는 지연 접종 공배양 전략을 적용해, 글리세롤만으로 헥사메틸렌다이아민 230.8 mg/L와 엡실론 카프로락탐 808.0 μg/L를 생산했다. 이는 모두 지금까지 보고된 최고 수준의 생산 기록이다.
ㅇ 이번 연구는 아디픽산, 헥사메틸렌다이아민, 엡실론 카프로락탐을 하나의 모듈형 미생물 플랫폼에서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지속가능한 나일론 6,6 및 나일론 6 원료 생산을 위한 범용 바이오 제조 플랫폼 균주를 개발하였다고 연구 관계자는 설명했다.
용어 설명
1. 대사공학 (metabolic engineering)
○ 대사공학은 목표 화합물의 생합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미생물 대사를 합리적으로 재설계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생합성 경로 유전자의 과발현, 경쟁 경로 유전자의 제거, 또는 외래 경로 도입 등과 같은 전략을 통해 미생물의 고유 대사 경로를 체계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원하는 대사산물의 생산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이러한 개입을 안내하기 위해 컴퓨터 모델링 및 기타 공학적 도구들이 자주 활용된다. 이렇게 개량된 미생물은 에너지, 식품, 의약품, 화장품 및 화학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화학물질을 지속가능하게 생산할 수 있는 다목적 세포 공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
2. 시스템 대사공학 (Systems metabolic engineering
○ 기존 대사공학적 기법과 시스템생물학, 합성생물학 및 진화공학 기법 등과의 융합을 통해 체계적으로 미생물 대사를 재설계하여 목표 화학물질의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학문이다. 이 기술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2016년 10대 떠오르는 기술’에 선정된 바 있다.
3. 공배양 (co-culture)
○ 공배양은 두 종 이상의 서로 다른 세포 유형을 함께 배양하여 상호 보완적 기능이나 협력적 대사산물 생산을 달성하는 미생물 공학 전략을 의미한다. 접종 시점의 시간에 따라 공배양은 동시, 지연, 순차 등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각각은 기질 이용과 대사산물 흐름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여러 미생물의 시너지 효과를 활용함으로써 공배양 시스템은 복합 천연물의 생합성을 향상시키고, 대사 경로 효율을 최적화하며, 의약품, 식품, 기능성 생체재료 등 다양한 응용 분야를 위한 미생물 세포 공장의 활용성을 확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