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과학과 박지환 교수팀, 종양 속 수만 개 세포를 단일세포 수준에서 분석해 면역항암 치료 반응 정밀 예측하는 기술 개발… 기존 벌크 분석 ‘평균의 함정’ 한계 극복
- 세포별 유전적 오류와 종양 내 이질성 정량적으로 규명해 ‘1:1 맞춤 정밀 의료’ 시대 앞당겨… 국제학술지《Briefings in Bioinformatics》게재
GIST 박규민 석박통합과정생, 박지환 교수
종양 내부의 미세한 차이까지 세포 단위로 정밀하게 분석해 면역 항암 치료 반응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맞춤형 진단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 기술은 환자별 특성에 기반한 1:1 맞춤형 항암 치료의 가능성을 한층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 총장 임기철)은 생명과학과 박지환 교수 연구팀이 단일세포 수준에서 면역 항암 치료* 반응을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분석 기술(scMnT)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은 여러 세포를 한꺼번에 분석해 평균값만을 보는 기존 ‘벌크(Bulk) 분석’의 한계를 넘어, 종양을 구성하는 개별 세포마다의 차이를 정량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면역 항암 치료는 우리 몸의 면역계를 활성화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같은 암이라도 환자에 따라 치료 효과가 크게 다르며, 일부에서는 효과가 거의 없거나 과도한 면역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 면역 항암 치료: 암세포를 직접적으로 표적하지 않고, 환자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이러한 차이는 암세포의 유전적 특징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세포는 분열 과정에서 DNA를 복제하며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데, 이 과정에서 세포를 이루는 염기(A, T, G, C)가 잘못 삽입되거나 빠지는 ‘삽입·결실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AAAAA’처럼 같은 염기가 반복되는 구간에서는 복제 과정에서 하나가 더 들어가거나(AA→AAA), 하나가 빠지는(AAA→AA) 오류가 상대적으로 더 쉽게 발생한다.
정상적으로는 이러한 오류가 복구되지만, 복구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오류가 축적되며 ‘미세부수체 불안정성(MSI)*’이 나타난다. MSI가 높은 암세포는 비정상 단백질(신항원)을 더 많이 생성해 면역세포에 잘 인식되기 때문에, 면역 항암 치료에 비교적 잘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존 MSI 평가는 ‘양성/음성’의 이분법에 머물러, 환자별 치료 반응을 정밀하게 가려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 미세부수체 불안정성(MSI): DNA의 짧은 반복 구간에서 오류가 제대로 복구되지 않아 변이가 축적된 상태를 의미한다. MSI가 높은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 다른 비정상적인 단백질(신항원)을 더 많이 생성하게 되며, 이로 인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쉽게 인식할 수 있어 면역항암치료에 비교적 잘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팀은 MSI를 단순한 ‘유무’가 아니라 강도의 차이를 갖는 연속적인 지표로 보고, 이를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분석 기술 ‘scMnT*’를 개발했다.
특히 이 기술은 종양 내 MSI의 ‘이질성’에 주목해, 기존처럼 전체 평균값이 아닌 세포 단위의 차이를 개별적으로 비교·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는 하나의 종양 안에서도 암세포마다 복제 오류의 정도가 서로 다른데, 이를 마치 상자 속 과일의 상태를 하나하나 구분하듯 세포별로 정밀하게 구분하는 것이다.
* scMnT(single-cell Microsatellite and Transcriptome sequencing): 단일세포 RNA 시퀀싱 데이터를 활용하여 각 암세포의 DNA 반복 구간 변이를 분석하고 미세부수체 불안정성(MSI)을 세포 단위로 정량화하는 분석 방법이다.
이 기술을 실제 대장암 환자 데이터에 적용한 결과, 동일 환자의 종양 내에서도 MSI 수치가 높은 세포와 낮은 세포가 공존하는 이질성이 확인됐다.
특히 MSI 강도가 높은 영역일수록 면역세포(T림프구)가 집중돼 활발하게 암세포를 공격하는 반면, 낮은 영역에서는 면역 반응이 상대적으로 무뎌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종양 내부의 차이가 실제 치료 반응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모든 세포의 평균값만을 기준으로 MSI를 ‘양성’ 또는 ‘음성’으로 판단하던 기존 벌크 분석의 한계를 드러낸다. 평균값만으로는 종양 내부의 미세한 차이를 반영하기 어려워, 치료 반응이 낮은 영역과 같은 ‘사각지대’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별 환자의 종양 특성에 맞춘 최적의 정밀 의료를 실현하고, 면역 항암 치료의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연구팀은 MSI 강도가 높은 종양일수록 면역세포(특히 T림프구)가 더 많이 존재하고, 면역 항암 치료에 대한 반응도 더 좋은 경향을 확인했다.
이는 scMnT 기술이 치료 반응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며, 환자별 종양 특성에 따른 치료 전략 수립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박지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MSI를 단순한 이분법적 지표가 아닌 ‘정량적 지표’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향후 암 환자의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과 면역 항암 치료의 성공률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생명과학과 박지환 교수가 지도하고 박규민 석박통합과정생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NRF) 중견연구지원사업, 중소벤처기업부·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TIPA) 중소기업 기술개발지원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 한-미 공동연구 기금(KUCRF)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생물정보학 분야 국제학술지 《브리핑스 인 바이오인포매틱스(Briefings in Bioinformatics)》에 2026년 4월 14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한편 GIST는 이번 연구 성과가 학술적 의의와 함께 산업적 응용 가능성까지 고려한 것으로, 기술이전 관련 협의는 기술사업화실(hgmoon@gist.ac.kr)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림 1] 면역 항암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인 MSI에 대한 개념도.
현재의 면역 항암 치료는 환자의 MSI 보유 여부만을 따지는 단순 이분법적(Positive/Negative) 접근에 의존하고 한다. 본 연구는 종양 내부에 다양한 상태의 세포가 공존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MSI를 단순한 ‘유무’가 아닌 정량적인 ‘강도(Intensity)’로 이해해야 한다는 새로운 분석 체계를 제시한다. [사진=GIST]
[그림 2] MSI 정량 수치와 면역항암 치료 반응의 상관관계. (왼쪽) 면역 항암제 투여 후 암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완전 관해·CR)를 보인 환자군이 부분 반응(PR)군에 비해 높은 MSI 점수 분포를 나타낸다. (오른쪽) MSI 수치가 높을수록 종양 크기 축소율이 비례하여 증가하는 상관관계를 보인다. [사진=GIST]
○ 연구 배경: 보통 MSI 환자들은 면역항암 치료를 받으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 기대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환자 입장에서 큰 절망감을 느낀다.의료 현장에서 MSI가 이분법적으로 진단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는 불완전한 진단이라는 생각이 들어 관련 연구를 찾아보니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나 안타깝게도 학계와 임상에서는 널리 받아들여지지는 않은 관점이었다.이는 MSI의 연속적인 특성을 측정할 수 없는 기술적인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 연구 과정: 연구의 여러 과정 중 연구의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느낀다. 연구 도중 찾는 발견들은 예측과 다르기 마련이고, 그럴 때마다 방향을 적절히 설정해야 하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대장암과 MSI에 대한 논문을 읽어오며 통찰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연구 방향을 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무엇보다 MSI 항암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상이한 반응을 설명할 수 있다는 목적을 상기하는 것도 큰 원동력이 됐다.
○ 성과의 차별점: MSI를 ‘연속적인 지표’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 선행 연구가 대표적으로 2개* 있다.이 연구들은 훌륭한 실험적 증거를 제시했지만, MSI를 연속적으로 측정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MSI 수준에 따른 암의 특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이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Mandal et al., 2019, Science; Wang et al., 2021, Exp. Hematol Oncol.
○ 산업화 가능성: MSI 환자의 치료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변화로 이어지기 위한 작지 않은 ‘도약’이라고 생각한다.기존의 치료 및 진단 체계를 크게 변경하지 않으면서도 환자 분석의 방향이나 관점을 조금만 달리한다면 항암치료 결정 여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향후 연구계획: ‘scMnT’는 내 손길이 닿는 데까지 지속적인 관리와 업데이트를 통해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향후 연구에서는 MSI가 비교적 흔한 대장암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암종으로 분석을 확장해 MSI 이질성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