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STECH 임신혁 교수팀, 패혈증·자가면역질환 등 체내 ‘과열’을 식히는 스위치 정체 규명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생명과학과·융합대학원 임신혁 교수 연구팀이 동국대 바이오제약공학과 소재선 교수 연구팀과 함께 체내 ‘면역의 과열’을 식히는 핵심 스위치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패혈증 같은 치명적인 염증 질환을 치료할 새로운 단서가 될 것으로 학계의 주목을 모으며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현지 기준 지난 24일 게재됐다.
우리 몸속에서 불이 났을 때 달려오는 소방관이 있다. 바로 면역조절 세포다. 그런데 소방관이 너무 열심히 일을 하다가 멀쩡한 건물까지 부수면 어떻게 될까. 실제 체내에서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오히려 정상인 조직까지 손상되고,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소방관을 제때 진정시키는 또 다른 세포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항염증 B세포'다.
항염증 B세포는 항염증 물질인 'IL-10(인터루킨-10)'을 만드는 핵심 면역세포다. IL-10은 지나친 면역 반응에 제동을 걸어 조직의 손상을 막는데, 아직 이 물질이 어떻한 조절 기작을 통해 만들어지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 연구는 다른 면역세포에 집중돼 있었고, B세포만의 조절 방식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팀은 최신 유전체 분석 기술(ATAC-seq, RNA-seq, ChIP-seq)을 총동원해 그 답을 찾았다. IL-10 유전자 주변을 정밀하게 들여다본 결과, IL-10 유전자 근처에 있는 'CNS-9'이라는 DNA 염기 서열이 핵심 스위치 역할을 하며, 이 구간은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 대신, 유전자 발현을 켜고 끄는 면역 조절 ‘스위치’처럼 작동했다.
스위치를 발견했다면, 이제 스위치를 누르는 손가락을 찾을 차례다. 연구팀은 'NFATc1'이라는 단백질이 CNS-9과 결합해 IL-10 유전자의 작동을 활성화한다는 것도 밝혀냈다. 둘이 손을 잡아야 비로소 항염증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구조다.
실험 결과, CNS-9이나 NFATc1이 없는 동물(쥐) 모델은 IL-10 생산이 눈에 띄게 줄었고, 패혈증과 같은 상황에서 생존율이 크게 떨어졌다. 폐와 간에는 심각한 손상이 나타났고, 염증성 물질(IL-6, IL-1β) 수치는 오히려 치솟았다. 반대로 정상 B세포를 다시 넣어주자 생존율이 회복됐다.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메커니즘이 사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IL-10 유전자에서도 동물 모델의 CNS-9에 해당하는 'CNS-12'라는 유전자 서열이 있었고, 이 부위를 제거하자 IL-10 생성이 감소했다. B세포가 만들어내는 IL-10이 실제로 몸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직접 증명한 것이다.
우리 몸속 소방관을 제때 멈추게 하는 비밀 스위치가 밝혀진 만큼, 이 발견이 많은 염증성 질환 환자의 삶을 바꿀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신혁 교수는 “B세포에서 IL-10을 조절하는 핵심 경로를 처음 밝혀낸 연구”라며 “여러 염증 질환에서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그리고, 소재선 교수는 “면역 시스템이 어떻게 균형을 유지하는지 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연구”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연구센터(IRC) 지원사업,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POSTECH, 동국대), 글로벌박사양성사업(글로벌박사펠로우십)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끝)
논문정보
논문명 Conserved Noncoding Sequence-9 Regulates NFATc1-Mediated IL-10 Expression in B Cells to Control Inflammatory Responses (보존된 비암호화 서열 CNS-9은 B세포에서 NFATc1 매개 IL-10 발현을 조절해 염증 반응을 제어)
연구자 임신혁(공동교신저자, POSTECH), 소재선(공동교신저자, 동국대), 김승원(제1저자, POSTECH)
B1a 세포에서 NFATc1–CNS-9 축을 통한 IL-10 발현 조절 모식도
정상 B1a 세포에서는 NFATc1이 보존된 비암호화 서열 CNS-9과 상호작용해 IL-10 발현을 촉진하고, 분비된 IL-10은 호중구와 대식세포의 염증성 사이토카인(IL-6, IL-1β) 생성을 억제한다. 반면 CNS-9 또는 NFATc1 결손 시(단일 결손 및 이중 결손 포함) B1a 세포의 IL-10 생성이 감소하면서 호중구와 대식세포의 염증 반응이 증가한다. [사진=POSTECH]
연구 개요
□ 연구배경
인터루킨-10(IL-10)은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억제하여 조직 손상을 막고, 면역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항염증성 사이토카인이다. 특히 IL-10 신호가 결핍된 경우 염증성 장질환(IBD), 패혈증과 같은 중증 염증성 질환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IL-10의 정밀한 발현 조절 기전을 이해하는 것은 면역질환의 병태생리를 밝히고 새로운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특히 B세포는 정상 상태와 염증 유도 조건 모두에서 림프조직 내 IL-10의 주요 공급원으로 작용하며, 병원성 T세포 반응 억제, 대식세포 및 수지상세포 활성 조절, 염증성 사이토카인 생성 억제 등을 통해 면역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동안 IL-10 발현 조절 연구는 주로 T세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등 다른 면역세포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B세포에서 IL-10이 어떠한 전사증강서열 (enhancer)와 전사인자에 의해 특이적으로 조절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B세포 하위집단 중 IL-10의 주요 생산 세포로 알려진 B1a 세포에서, 어떤 분자적 스위치가 항염증 기능을 유도하는지에 대한 직접적이고 체계적인 규명이 부족했다. 이에 본 연구는 B세포 특이적 IL-10 발현을 결정하는 핵심 조절서열과 전사인자를 규명하고, 이 조절축이 실제 염증성 질환 상황에서 어떠한 생리적 의미를 가지는지를 밝히고자 수행되었다.
□ 주요내용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B세포에서 IL-10 발현을 유도하는 핵심 enhancer인 CNS-9과, 이에 직접 결합하여 IL-10 전사를 활성화하는 핵심 전사인자 NFATc1을 체계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공개 유전체 데이터와 실험적 검증을 결합한 통합적 접근(ATAC-seq, RNA-seq, ChIP-seq)을 통해, Il10 유전자 좌위 내 여러 후보 조절영역 중 CNS-9이 B세포에서 가장 중요한 활성 enhancer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CNS-9은 개방형 크로마틴 구조, p300 결합, H3K27Ac/H3K4me1 등의 활성 enhancer 표지를 보였으며, 리포터 분석에서도 다른 후보 영역보다 가장 강한 enhancer 활성을 나타냈다.
이어 연구팀은 NFATc1이 CNS-9에 직접 결합하여 IL-10 프로모터와의 크로마틴 루핑(chromatin looping)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IL-10 전사를 활성화한다는 점을 밝혔다. 이는 단순히 “어떤 전사인자가 결합한다”는 수준을 넘어, 원거리 enhancer–promoter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3차원 유전체 수준의 조절 메커니즘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다. 기존에는 CNS-9이 Th2 세포에서 NFATc2/IRF4와 관련된 enhancer로 알려져 있었고, 대식세포에서는 다른 조절영역(CNS-4.5)이 RelA에 의해 작동하는 것으로 보고되었으나, B세포에서 CNS-9–NFATc1 축이 IL-10 조절의 핵심이라는 사실은 이번 연구에서 처음으로 명확히 제시되었다.
또한 연구팀은 B1a 세포가 B세포 유래 IL-10의 주요 생산 세포임을 재확인하고, CNS-9 결손 또는 B세포 특이적 NFATc1 결손 시 B1a 세포의 IL-10 생성이 현저히 감소함을 보였다. 더 나아가 LPS 유도 패혈증 모델에서 CNS-9 결손, B세포 특이적 NFATc1 결손, 또는 이중 결손 마우스 모두에서 생존율 감소, 폐·간 조직 손상 악화, 염증성 사이토카인(IL-6, IL-1β) 증가가 나타나, 이 조절축이 실제 생체 내에서 과도한 염증을 억제하는 데 필수적임을 입증하였다. 특히 정상 B1a 세포를 결손 마우스에 이식했을 때 생존율과 염증 지표가 회복되는 결과를 통해, B1a 세포 유래 IL-10의 보호 효과를 기능적으로 직접 증명했다는 점도 중요한 차별점이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사람 IL10 유전자에서도 마우스 CNS-9에 대응하는 상동 조절서열 CNS-12를 발굴하고, 인간 B세포주(Raji cell)에서 CRISPR-Cas9으로 CNS-12 내 NFAT 결합 부위를 제거했을 때 IL-10 mRNA와 단백질 발현이 감소함을 확인하였다. 즉, 이번 연구는 단순한 마우스 모델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에서도 보존된 조절 메커니즘임을 제시함으로써 임상적·중개연구적 확장 가능성까지 확보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뚜렷이 구별된다.
□ 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B세포가 항염증 기능을 수행하는 분자적 스위치로서 ‘NFATc1–CNS-9(사람에서는 CNS-12)–IL-10 조절축’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다양한 염증성 질환에서 새로운 치료 표적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패혈증, 만성 염증질환 등에서는 과도한 면역 반응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면서도 전반적인 면역 기능은 보존하는 정밀 면역조절 전략이 요구되는데, 본 연구는 B세포 특이적 IL-10 유도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면역조절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실용화 측면에서는, 첫째로 NFATc1–CNS-9/CNS-12 축을 활성화하여 B세포의 IL-10 생산능을 높이는 저분자 화합물 또는 유전자 조절 기반 치료제 개발이 가능성을 제시한다. 둘째로, IL-10 생산능이 높은 B1a 세포를 ex vivo에서 증폭·활성화한 뒤 환자에게 투여하는 세포치료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다. 실제로 본 연구에서 정상 B1a 세포 이식이 패혈증 모델의 생존율과 염증 지표를 회복시킨 결과는, 이러한 세포치료 접근의 개념적 타당성을 뒷받침한다. 셋째로, CNS-9/CNS-12의 활성 상태나 NFATc1 결합 여부는 향후 염증성 질환의 예후 예측 또는 환자군 선별을 위한 바이오마커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실용화를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인간 B1a 세포에서 이 조절축이 질환별·조직별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NFAT 계열 전사인자는 다양한 면역세포에서 광범위하게 작동하므로, B세포 선택성을 확보한 표적화 전략이 중요하다. 아울러 사람 일차 B세포 및 환자 유래 샘플에서 CNS-12 기반 조절기전의 재현성, 장기 안전성, 과다 면역억제 여부 등을 검증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항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직접 투여하는 방식”을 넘어, “면역세포 내부의 유전자 조절 스위치를 조절해 필요한 상황에서만 IL-10을 유도하는 정밀 면역치료”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면역질환 치료 패러다임 전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