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년기 이후에도 뇌는 성장한다... DGIST-연세대 공동연구 성과
- ‘결정적 시기' 이후 회로 고착설 뒤집어.... 시상망상핵의 능동적 성숙 과정 입증
- 시냅스 접착단백질 LRRTM3가 고해상도 감각 전환의 핵심 스위치..자폐‧ ADHD 치료 및 인지 재활의 새 지평 열어
연세대 정은지 교수·이동수 박사, DGIST 고재원 교수, 충남대 한경아 교수
우리 뇌의 감각 처리 회로는 어린 시절에 이미 완성되어 이후에는 고정된다는 것이 그동안 신경과학계의 지배적인 상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정설을 뒤집고, 성인기에도 뇌가 스스로 회로를 리모델링하며 감각 인지의 정밀도를 높여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DGIST(총장 이건우)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센터 고재원 교수팀과 연세대학교(총장 윤동섭) 생명공학과 정은지 교수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성인기에도 뇌의 ‘감각 검문소’가 정교하게 재구성되며, 이 과정이 고해상도 감각 인지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뇌 회로의 성숙이 청소년기를 넘어 성인기까지 이어진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으며, 2월 18일 세계적 권위의 뇌과학 전문학술지 뉴런(Neuron)에 온라인 게재됐다.
인간이 복잡한 환경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쏟아지는 자극 중 중요한 정보만을 선별해 받아들이는 능력 덕분이다. 이때 뇌 시상부에 위치한 시상망상핵(thalamic reticular nucleus; TRN)은 외부 자극이 대뇌 피질로 전달되기 전 이를 조절하는 ‘감각 검문소’ 역할을 한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이 검문소의 설계가 아동기 시절의 ‘결정적 시기 (critical period)’를 지나면 고정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연구팀은 생쥐 모델의 발달 단계를 정밀 분석하여,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TRN 회로가 재구성을 거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기에 접어들면서 TRN으로 들어오는 특정 흥분성 입력이 감소하고, 그 결과 미세한 촉감 차이를 구별하는 능력이 강화됐다. 연구팀은 이 변화가 단순한 경험의 축적이 아니라, 성인 뇌가 감각 정보 처리 방식을 최적화하기 위해 회로를 다시 조정하는 능동적 성숙 과정이라고 제시했다. 즉, 성인기에도 뇌는 불필요한 감각 신호를 더 정밀하게 걸러내고 중요한 정보만 선명하게 남기도록 회로 수준에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의 핵심 분자로 시냅스 접착단백질 ‘LRRTM3’를 지목했다. TRN에 특이적으로 많이 분포하는 LRRTM3는 신경세포 간 연결을 정교하게 조절해 뇌가 성인용 고해상도 감각 인지 모드로 전환하도록 돕는다. 실제로 TRN에서 LRRTM3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에서는 성인기에 나타나야 할 회로의 정교화가 충분히 일어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미세한 촉감을 구별하는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었다. 이는 성인기의 감각 능력 향상이 단순한 학습 효과가 아니라, 분자 수준의 조절을 기반으로 한 회로 재설계와 직접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 성과는 사회적·산업적으로도 큰 의의를 지닌다. 감각 정보 처리의 불균형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조현병 등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에서 중요한 특징으로 보고된다. 본 연구는 감각 인지 장애를 개인의 성향이나 행동 문제로만 보지 않고, 감각 검문소 (TRN) 회로의 성인기 성숙·조절 메커니즘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과학적 기반을 제공했다. 또한 성인기 뇌 가소성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향후 감각 인지 기능 회복을 겨냥한 치료 표적 발굴, 회로 기반 신경조절 전략, 디지털 치료 및 재활 기술 개발에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령화 사회에서 감각·인지 기능 저하가 삶의 질과 직결되는 만큼, 성인기 이후에도 기능 회복의 가능성을 넓혔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크다.
이번 연구는 DGIST 고재원 교수팀과 연세대 정은지 교수팀이 각자의 전문성을 결합해 이뤄낸 학제 간 공동연구 성과다. 이동수 박사(연세대)와 한경아 충남대학교 교수(前 DGIST 뇌과학과 연구교수)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해 연구를 주도했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주관 리더연구사업,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중견연구사업, 세종펠로우십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 구 결 과 개 요
Juvenile-to-adult refinement of thalamic reticular circuits via LRRTM3 enables high-resolution sensory encoding
Dongsu Lee, Kyung Ah Han, Hyeonyeong Jeong, Go Eun Ha, Hyeongjin Lee, Beom Soo Kim, Chanmi Park, Yao Piao, Haeun Lee, Joon Kim, Taek Han Yoon, Seungjoon Kim, Byeongchan Kim, Jungsu Shin, Yujin Cho, Sunghyun Kang, Han-Eol Park, Ji Won Um, Chang Ho Sohn, John R Hueguenard, Jaewon Ko* and Eunji Cheong*
(Neuron, Online published on February 17, 2026)
**고재원 교수(교신저자, DGIST), *정은지 교수(교신저자, 연세대)
Sensory processing enables adaptive behavior by accurately encoding dynamic environmental stimuli. Within thalamocortical (TC) circuits, the thalamic reticular nucleus (TRN) functions as a key inhibitory gate that regulates cortical access to sensory input. While classical models posit that sensory circuits stabilize after early critical periods, we uncover a previously unrecognized phase of synaptic refinement in TRN circuitry extending from the juvenile period into adulthood. This late-stage remodeling is driven by a progressive reduction in corticothalamic (CT) excitatory input and is essential for enhancing sensory gain, response linearity, and stimulus discriminability. We identify LRRTM3, a TRN-enriched synaptic adhesion molecule, as a molecular gatekeeper of this process. TRN-specific deletion of LRRTM3 disrupts CT-TRN refinement, elevates TRN-mediated inhibition, and impairs fine tactile discrimination. These findings revise canonical views of sensory circuit maturation, revealing that LRRTM3-mediated juvenile-to-adult plasticity is essential for the emergence of high-resolution sensory encoding in the adult brain
연 구 결 과 문 답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성인의 뇌 회로는 고정되어 있다'는 기존 학계의 정설을 뒤집고, 성인기에도 뇌가 스스로 회로를 리모델링해 감각 정밀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습니다. 특히 뇌의 '감각 검문소'라 불리는 시상망상핵 (TRN)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핵심 기전이 LRRTM3 단백질임을 밝혀낸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입니다.
어디에 쓸 수 있나
성인 뇌 회로의 재구성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밝힘으로써, 자폐 및 조현병 등 감각 이상을 동반한 신경질환의 발병 기전을 이해하는 새로운 과학적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이는 향후 감각 인지 장애 치료를 위한 신약 표적 발굴은 물론, 뇌 가소성을 극대화하는 차세대 재활 기술 개발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전망입니다.
연구를 시작한 계기는
"아동기 이후에는 감각 회로가 변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감각 인지 능력이 정교해지는 현상을 신경학적으로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뇌로 들어오는 정보의 관문인 시상망상핵(TRN)이 어떤 구조적 변화를 거쳐 정보를 선별하는지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밝히고자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는가
단순한 경험 축적이 아닌, '능동적인 회로 재구성'을 통해 뇌가 감각 기능을 최적화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자폐와 조현병 등 난치성 신경질환의 원인을 분자 (LRRTM3) 수준에서 규명함에 따라, 치료제 개발과 성인기 뇌 가소성 회복을 위한 핵심 근거를 확보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감각 처리 장애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이번에 발견한 회로 기전을 실제 치료 표적 및 디지털 재활 솔루션으로 구체화하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성인기 뇌 가소성의 원리를 완전히 해독하여, 고령화 시대의 뇌 기능 저하를 극복하고 인류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유년기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뇌의 ‘감각 검문소’가 정교해지는 과정 [사진=DGIST]
(그림설명)
우리 뇌의 감각 검문소(TRN)는 성인이 되면서 LRRTM3라는 특별한 단백질을 통해 회로를 미세하게 조정한다. 이는 마치 거친 필터를 촘촘한 고해상도 필터로 교체하는 것과 같다. 이 과정을 통해 뇌는 불필요한 신호는 걷어내고 중요한 감각만 선명하게 받아들이게 되며, 결과적으로 아주 미세한 촉감의 차이까지 구별해낼 수 있는 ‘어른의 예민한 감각’을 완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