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IST, TET 단백질이 파킨 유전자 조절해 미토콘드리아 분해 늦추는 기전 규명 -
- 지방세포 에너지 소비 높이는 비만·당뇨 치료 연구 단초 ... Metabolism 게재 -
추위에 노출되면 잉여 지방을 저장하던 백색지방 일부가 지방을 태워 열을 내는 베이지 지방으로 바뀌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 베이지 지방이 ‘세포 속 난로’인 미토콘드리아를 더 오래 보존해 열 생산 능력을 키우는 유전자 조절 원리를 밝혀냈다. 지방세포가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도록 조절하는 방식의 비만과 제2형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 치료 연구에 단초가 될 전망이다.
고명곤 교수, 변성준 연구원, 이찬형 연구원, 장규민 연구원 [사진=UNIST]
UNIST 생명과학과 고명곤 교수팀은 ‘TET’ 단백질이 지방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분해와 지방조직의 열 생산을 잇는 유전자 조절 단백질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체내 지방조직에는 잉여 지방을 저장하는 백색지방과 에너지를 태워 열을 내는 갈색지방이 있다. 베이지 지방은 백색 지방 일부가 추위에 노출됐을 때 갈색지방처럼 열을 내는 성질을 띠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태워 열을 내는 세포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서 새롭게 밝혀진 바에 따르면, 추위에 노출돼 지방세포의 ‘TET’ 단백질이 감소하면 미토콘드리아를 골라 없애는 파킨(Parkin) 단백질도 함께 줄어든다. 파킨은 미토콘드리아에 분해 표지를 붙여, 세포 안의 청소 시스템이 이를 제거 대상으로 알아보게 하는 단백질이다. 결국 파킨이 줄면 미토콘드리아가 분해되는 속도가 느려지고, 열 생산에 쓰이는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안에 더 많이 남게 된다.
TET는 평소 파킨 유전자 DNA에 직접 결합해 메틸화를 해제함으로써 유전자 발현을 돕는데, 추위에 노출돼 TET가 감소하면 파킨 유전자에 메틸화가 다시 쌓여 파킨 단백질의 생성을 차단하게 되는 것이다. 메틸화는 유전자 DNA에 메틸이 붙는 현상으로, 이 메틸이 단백질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 등의 접근을 막아, 유전자 발현, 즉 유전자에 암호화된 단백질의 합성을 억제한다.
실제 지방세포에서 TET 단백질 3종이 만들어지지 않게 한 생쥐를 섭씨 4도에서 일주일 동안 뒀더니, 일반 생쥐보다 파킨 단백질은 줄고, 미토콘드리아 양을 가늠하는 표지자인 미토콘드리아 DNA와 세포 호흡에 쓰이는 단백질은 늘었다.
또 세포 단위 실험에서는 TET를 억제한 상태에서 정상 파킨 단백질을 넣어주자 늘어났던 미토콘드리아 양과 산소 소비량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다. 이는 TET가 파킨을 조절하고, 파킨이 다시 미토콘드리아 분해와 에너지 소비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고명곤 교수는 “추위에 노출되면 지방세포 내 미토콘드리아가 증가하고 열 발생이 활발해진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이러한 변화를 조절하는 상위 조절 인자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었는데, 이를 규명했다”라며 “지방세포가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비만과 제2형 당뇨병 등 대사질환 치료 연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적응성 열발생은 우리 몸이 추위에 노출되었을 때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열로 바꾸는 생리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갈색지방과 갈색화된 백색지방은 미토콘드리아를 이용해 지방을 태우고 열을 생산한다. 지방세포의 열 발생 능력은 비만, 제2형 당뇨병 등 대사질환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추위에 노출되면 지방세포 안에서는 열을 만들기 위한 미토콘드리아의 양과 활성이 증가한다. 동시에 불필요하거나 손상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는 과정인 미토파지의 조절도 중요해진다. 특히 파킨(Parkin) 단백질은 미토파지를 조절하는 핵심 인자로 알려져 있지만, 추위 자극이 파킨 발현을 어떻게 조절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TET 단백질은 DNA 메틸화 상태를 조절해 유전자 발현을 바꾸는 대표적인 후성유전학 조절 인자다. 그러나 추위와 같은 환경 자극이 TET을 통해 지방세포의 미토콘드리아 품질관리와 열 발생을 어떻게 조절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에 연구진은 추위 자극이 지방조직의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유도하는지, 그리고 TET 단백질이 파킨을 조절하여 미토콘드리아 품질관리와 적응성 열발생을 조절하는 핵심 인자인지를 규명하고자 했다.
2. 연구내용
연구진은 지방조직에서 TET 단백질을 제거한 생쥐 모델을 제작하고, 추위 환경에서 지방조직의 기능과 에너지 대사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추위에 노출되면 β3-아드레날린 신호전달 경로를 통해 지방세포 내 TET 단백질 발현이 감소하고, DNA 후성유전학 표지인 5-하이드록시메틸사이토신(5hmC) 수준도 함께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TET이 결손된 생쥐에서는 백색지방이 갈색지방과 유사한 열 발생 특성을 갖는 브라우닝 현상이 증가했으며, 갈색지방의 활성도 향상됐다. 그 결과 이들 생쥐에서 에너지 소비량이 증가했고, 저온 환경에서도 체온을 더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전사체 분석을 통해 미토파지 관련 유전자들 가운데 파킨을 암호화하는 Prkn 유전자가 TET 결손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핵심 인자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TET 단백질이 Prkn 유전자 프로모터 영역에 작용해 DNA의 후성유전학적 상태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Parkin 발현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정상 상태에서는 TET 단백질이 Prkn 프로모터를 산화시켜 Parkin 발현을 돕는다. 반대로 추위 환경이나 TET 결손 상태에서는 Prkn 프로모터의 후성유전학적 상태가 바뀌고 Parkin 발현이 감소한다. 그 결과 파킨에 의한 미토파지가 제한되면서, 열 발생에 필요한 미토콘드리아가 지방세포 안에 더 많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연구진은 TET이 결손된 지방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 축적, 산화적 대사, 열 발생 관련 반응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반대로 파킨을 다시 발현시키면 이러한 변화가 완화됐다. 이는 TET과 파킨이 하나의 조절 경로 안에서 지방세포의 미토콘드리아 품질관리와 에너지 대사를 함께 제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3. 기대효과
이번 연구는 추위라는 외부 환경 자극이 지방세포의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유도하여 미토콘드리아 품질관리와 열 발생 능력을 조절한다는 새로운 분자 메커니즘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추위에 노출되면 지방세포의 미토콘드리아가 증가하고 열 생산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이러한 변화가 어떤 유전자 조절 원리에 의해 일어나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TET–Parkin 조절축이 그 연결고리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 환경 변화와 지방세포의 에너지 대사를 후성유전학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미토콘드리아의 생성뿐 아니라 제거 과정, 즉 미토파지가 지방세포의 열 발생 능력을 조절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지방세포가 열을 충분히 생산하려면 미토콘드리아를 단순히 많이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필요한 미토콘드리아를 적절히 유지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연구진은 TET 단백질의 감소가 Parkin 발현을 낮추고, 이를 통해 미토콘드리아 제거를 제한함으로써 열 발생에 필요한 미토콘드리아가 지방세포 안에 유지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지방조직의 에너지 소비 능력을 조절하는 새로운 생물학적 원리로 볼 수 있다.
TET-파킨 조절축은 비만과 제2형 당뇨병 등 대사질환 치료 연구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비만은 에너지 섭취와 소비의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대사질환이며, 지방조직의 에너지 소비를 높이는 전략은 오래전부터 치료적 접근법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TET–파킨 경로는 지방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유지와 열 발생을 조절하는 핵심 경로이므로, 향후 지방조직의 에너지 소비를 높이는 새로운 치료 표적 발굴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이번 연구는 후성유전학적 조절이 단순히 유전자 발현을 켜고 끄는 수준을 넘어, 세포 내 에너지 생산 기관인 미토콘드리아의 품질관리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대사질환뿐 아니라 노화, 만성 염증,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과 관련된 다양한 질환 연구에도 확장될 수 있는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환경 변화에 따라 세포가 어떻게 대사 상태를 바꾸고 적응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공한다.
이번 연구는 치료제 개발 자체를 완성한 것이 아니라, 지방세포의 열 발생과 미토콘드리아 조절을 이해하는 새로운 기초 원리를 제시한 연구다. 앞으로 TET– 파킨 조절축을 인위적으로 조절했을 때 실제 대사질환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지, 사람의 지방조직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하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성과는 비만과 제2형 당뇨병 등 대사질환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후성유전학 기반 대사 조절 기술 개발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용어설명
1. 적응성 열발생 (Adaptive Thermogenesis)
추운 환경에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 몸이 에너지를 태워 열을 생산하는 현상이다. 주로 갈색지방과 갈색화된 백색지방에서 일어나며, 비만과 에너지 대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후성유전학 (Epigenetics)
DNA 염기서열 자체를 바꾸지 않고도 유전자의 작동 방식을 조절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DNA 메틸화나 히스톤 변형 같은 변화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환경 변화가 세포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원리다.
3. TET(Ten-eleven translocation) 단백질
TET 단백질은 TET1, TET2, TET3 단백질로 구성되며, DNA를 구성하는 염기 중 하나인 메틸화된 사이토신(5-methylcytosine)을 연속적으로 산화시킨다. 이 과정은 DNA에 붙은 메틸기가 제거되도록 해 유전자가 더 잘 발현될 수 있는 상태를 만든다.
조직 특이적으로 발현되고 각종 세포의 분화와 기능을 조절하며, 특히 암발달과 대사질환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단백질이다.
4. 미토콘드리아 (Mitochondria)
세포 안에서 영양분을 분해해 생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발전소와 같은 세포소기관이다. 갈색지방과 베이지 지방에서는 UCP1 라는 단백질이 그 에너지의 일부를 열로 방출해 체온 유지에 기여한다.
5. 미토파지 (Mitophagy)
손상되거나 필요 없어진 미토콘드리아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과정이다.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품질을 유지하고 정상적인 에너지 대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생리현상이다.
6. β3-아드레날린 신호전달 (β3-Adrenergic Signaling)
추위 자극에 반응하여 활성화되는 대표적인 신호전달 경로이다. 지방세포에서 지방 분해와 열발생을 촉진하며 적응성 열발생을 유도하는 핵심 기전이다.TET는 이 신호전달 경로의 영향을 받아 발현이 감소하는 단백질이다.
추위에 노출됐을 때 작동하는 ‘TET–파킨 조절축’과 지방세포의 열 발생 증가 과정 [그림=UNIST]
추운 환경에서는 β3-아드레날린 신호가 활성화되면, 이 신호가 지방세포 내 TET 단백질의 발현을 낮춘다. 정상 상태에서는 TET 단백질은 파킨 유전자의 조절 부위에 작용해 파킨이 적절히 발현될 수 있는 후성유전학적 환경을 유지한다. 하지만 추위에 의해 TET 발현이 감소하면 파킨 유전자의 후성유전학적 상태가 바뀌고 파킨 발현이 줄어든다. 파킨은 원래 손상되거나 불필요한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하는 미토파지의 핵심 단백질로 알려졌지만, 지방세포에서 파킨이 감소하면 미토콘드리아 제거가 제한되고, 열 생산에 필요한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더 많이 남게 된다. 그 결과 지방세포의 열 발생 능력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