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필요성
MORC 단백질, 특히 MORC2는 최근 암과 신경계 질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MORC2는 유방암, 위암, 간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에서 과도하게 만들어지며, 이 단백질의 기능을 막으면 암세포의 성장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나 치료 타깃으로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MORC2는 우리 몸의 여러 세포에서 널리 발견되며,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기도 쉽습니다. MORC2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샤르코-마리-투스(CMT)’라는 희귀한 신경계 유전병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실제로 MORC2에 변이를 가진 실험용 생쥐는 사람 환자처럼 신경 손상과 근육 약화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MORC2는 다양한 질병과 관련이 있는 중요한 단백질이기 때문에, 이 단백질이 우리 몸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밝히는 연구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향후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연구성과/기대효과
이번 연구에서는 MORC2라는 단백질이 어떻게 우리 몸의 DNA와 상호작용하는지를 다양한 첨단 실험을 통해 밝혔습니다. 특히 MORC2의 끝부분에 있는 ‘C-말단 도메인(CTD)’이 이 단백질의 작용을 조절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MORC2는 염색질(우리 DNA가 감겨 있는 구조) 중에서도 더 열려 있는 부분에 잘 달라붙으며, 마치 고리처럼 DNA를 감싸고 움직이면서 DNA를 응축시킵니다. 이 과정은 ATP라는 에너지원과 함께 일어나며, MORC2의 CTD 부분이 DNA와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런 원리를 밝힘으로써, MORC2 유전자의 변이가 왜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향후 암이나 신경계 질환 같은 질병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MORC2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
이번 연구에서는 MORC2 단백질이 세포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분석했습니다. 실험을 통해 정제한 MORC2 단백질은 두 개가 서로 붙어 이중 구조(이량체)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세포가 DNA 손상을 입었을 때 이 이중 구조의 양이 두 배로 늘어나 MORC2가 실제로 작동하는 중요한 형태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MORC2는 DNA와 결합할 수 있는 여러 부위를 가지고 있으며, DNA를 단단히 감싸는 ‘클램프’ 구조를 형성해 안정적으로 결합합니다. 이 단백질은 특히 원형 DNA에 잘 결합하며, 마치 고리처럼 DNA에 붙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MORC2가 DNA를 응축 시키고 염색질 구조를 재배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MORC2는 세포 에너지인 ATP를 사용해 고리 구조를 열고 닫으며 작동합니다. 그런데 만약 MORC2의 87번 아미노산(세린)에 이상이 생기면 이 ATP 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실제로 신경계 질환 같은 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이처럼 MORC2의 작동 원리를 밝히는 것은 질병 이해와 치료에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 DNA를 감고 조절하는 MORC2의 작동 원리:
이번 연구에서는 MORC2 단백질이 DNA와 결합해 구조를 바꾸고, 세포 에너지(ATP)를 이용해 DNA를 압축함으로써 염색질 구조를 다시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때 MORC2의 끝부분에 있는 C-말단 도메인(CTD)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도 함께 확인했습니다.
이전 연구들에서는 CTD에 문제가 생기면 DNA 손상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고, 결국 세포가 죽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CTD는 뚜렷한 구조는 없지만, ‘인산화’와 같은 화학적 변형을 통해 MORC2의 활동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CTD에서 자주 인산화되는 세린이라는 아미노산 6개를 인산화가 되지 않도록 바꾸는 실험을 했습니다. 이처럼 변형된 MORC2는 오히려 DNA를 더 빠르게 압축하고, ATP를 더 빠르게 사용한다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DNA를 압축하는 기능은 다른 여러 염색질 조절 단백질들과 공통된 특징으로, 특정 영역 안에서 단백질이 DNA를 더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또한 단백질의 앞부분(N-말단)에 있는 87번 세린에 문제가 생기면 DNA에는 붙을 수는 있지만, DNA를 압축하는 기능은 약해지거나 사라지게 됩니다. 이 결과를 통해, MORC2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CTD의 인산화, ATP 사용 능력, 그리고 DNA 압축 기능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연구결과
MORC2는 암이나 신경계 질환 같은 여러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로, 세포 안에서 DNA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전부터 MORC2는 유전자 활동을 억제하거나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MORC2가 세포 에너지원인 ATP를 사용하고, 특정 부위의 화학적 변형(인산화)을 통해 조절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 단백질은 DNA를 감고 압축함으로써 염색질 구조를 바꾸고, 그 과정을 통해 유전자 작용을 조절합니다. 이처럼 MORC2의 작동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밝힌 이번 연구는, 다양한 질병의 원인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 연구를 시작한 계기
○ 호주에서 열린 Lorne Genome 학회에서 류제경 교수님의 염색체 형성 원리에 대한 발표를 들은 Shabih Shakeel 박사님께서는 MORC2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셨습니다. 마침 호주에 방문하신 김에, MORC2 단백질을 드라이아이스에 담아 직접 가져오셨고, 이를 계기로 이번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 연구과정 중 어려웠던 점
○ MORC2가 ATP 가수분해를 활용하는 효소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DNA 응축 현상이 ATP 가수분해에 직접적으로 의존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실험에서는 일관되지 않은 결과가 반복되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후 면밀한 분석을 통해, ATP는 DNA 응축 자체를 유도하기보다는 응축된 구조를 안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혀낼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연구의 핵심 실험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논문을 정리하던 중, 경쟁 연구 그룹이 유사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Biorxiv에 선공개하면서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졌고, 이에 따라 우리는 논문 작업을 더욱 빠르게 마무리 지어야 했습니다.
□ 이전 연구와 차별화 포인트
o 최초로, 단일분자형광이미징 기법으로 MORC2에 의한 DNA 응축 현상을 관찰하였고, 원자힘 현미경으로 MORC2의 ATP에 의한 구조적 특성을 관찰함으로 MORC2의 기전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MORC2 단백질의 작동 과정 요약:
MORC2 단백질은 처음에는 열린 상태로 존재하며, 이때는 인산화(특정 화학 변화)가 되어 있어 DNA에 쉽게 붙습니다. 그런 다음, 세포의 에너지원인 ATP를 이용해 고리 모양의 구조로 변하면서 DNA를 감싸게 됩니다. 이후, MORC2의 일부 영역이 탈인산화(인산기가 제거됨)되면, MORC2는 DNA와 더 강하게 결합하고, 다른 MORC2 단백질들과도 서로 붙으면서 DNA를 응축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DNA의 구조가 조절되고, 유전자 작용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사진=서울대학교]
(좌) MOCRC2에 의한 DNA의 응축 슬라이드에 고정된 DNA에 여러 개의 MORC2가 붙어 꼬이면서 DNA가 응축됩니다.
(우) ATP 유무에 따른 MORC2의 형태 변화 MORC2는 ATP와 결합하면서 가수분해 역할을 하는 머리부분이 만나 고리형을 이룹니다. ATP가 없는 상태에서는 오른쪽과 같이 열린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사진=서울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