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초, 다양한 유전형 쥐 실험 통해 장내 미생물-유전자 상호작용 규명
- 개인 맞춤형 파마바이오틱스 개발로 골근감소증 치료 효과 높여
2023년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70세 이상 노인 5명 중 1명이 ‘골근감소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근감소증은 뼈와 근육이 함께 약해지는 질환으로, 낙상 및 골절 위험을 높여 노년기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하지만 현재 치료법은 칼슘 및 비타민 D 보충, 근력 운동 등 증상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장기간 복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약물 치료법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오상록) 천연물유효성최적화연구센터 김명석 박사팀은 장내 미생물과 유전자의 관계를 분석해 Rg3(알지쓰리)의 치료 효과가 개인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원인을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제 개발 전략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인삼에 함유된 진세노사이드 성분인 Rg3는 골근감소증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을 위해 효능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Rg3의 효과가 개인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유전적 다양성과 장내 미생물의 역할을 함께 분석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반면, 기존 연구들은 Rg3 단일 성분의 효과를 동일한 유전적 배경을 가진 실험 모델에서 평가하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특정 장내 미생물이 Rg3의 치료 효과를 조절하는 핵심 요소임을 밝혀내며 개인 맞춤형 골근감소증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6종의 서로 다른 유전형질을 가진 실험용 쥐를 활용해 Rg3가 골근감소증에 미치는 영향이 유전자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장내 미생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분석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장내 미생물 군집과 유전형별 골근감소증 및 미생물 조성 변화를 비교한 결과, Rg3 투여 후 특정 장내 미생물인 Eubacterium nodatum(EN)과 Eubacterium ventriosum(EV)이 Rg3의 효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확인했다.
추가 실험에서 연구팀은 골근감소증 관련 유전적 형질 차이가 가장 큰 쥐를 선별해 EN과 EV 미생물을 각각 투여했다. 그 결과, 한 그룹의 쥐(129S1)에서는 뼈 밀도, 근력, 근육량이 모두 증가했지만, 다른 그룹의 쥐(B6)에서는 운동 능력만 향상되고 뼈와 근육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EN과 EV가 뼈 생성 촉진 및 근육 분해 억제 작용을 하지만, 그 효과가 개체의 유전적 배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골근감소증 치료에 개인의 유전적 특징과 장내 미생물 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 전략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EN과 EV 미생물은 특정 유전형에서 골근감소증 개선 효과를 보이는 유망한 파마바이오틱스로, 향후 인체 적용 가능성 및 안전성 검증을 거쳐 맞춤형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KIST 김명석 박사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특정 천연물의 효능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천연물-장내 미생물-유전자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밝혀냄으로써 골근감소증 치료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라며, "향후 한국인에게 흔한 유전형에 맞는 맞춤형 파마바이오틱스 개발을 통해 골근감소증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상임)의 지원을 받아 KIST 주요사업 및 박사후 국내연수 과제(2022R1A6A3A01085975)로 수행됐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Microbiome」 (IF 13.8, JCR 분야 4.7%)에 게재됐다.
□ 논문
○ 제목: Host-specific effects of Eubacterium species on Rg3-mediated osteosarcopenia treatment in a genetically diverse mouse population
○ 학술지: Microbiome
○ 게재일: 2024.12.02.
○ DOI: 10.1186/s40168-024-01971-1
□ 저자
○ 제1저자: 홍소연 (KIST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 응우옌 바오 응옥 (KIST 천연물유효성최적화연구센터)
○ 교신저자: 김명석 (KIST 천연물유효성최적화연구센터), 유지혜 (KIST 스마트팜융합연구센터)
○ 연구배경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노인 건강 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음. 특히 골근감소증은 뼈와 근육이 함께 약해지는 질환으로, 낙상, 골절, 그리고 이로 인한 합병증의 위험을 높여 노년기 삶의 질을 크게 낮춤. 이러한 골근감소증을 해결하기 위해 인삼의 사포닌 성분 중 하나인 진세노사이드 Rg3가 주목받고 있음. Rg3는 이전 연구들을 통해 뼈와 근육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었지만, 사람마다 그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음. 최근 들어, 우리 몸속에 살고 있는 수많은 미생물, 특히 장내 미생물이 건강과 질병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장내 미생물을 조절하여 질병을 치료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 또한, 개인의 유전적 특징이 약물에 대한 반응을 다르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할 때, 다양한 유전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매우 중요함.
○ 연구내용
본 연구팀은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국내 최초로 다양한 유전적 배경을 가진 실험용 쥐(Collaborative Cross, CC 마우스 모델)를 이용하여 Rg3가 골근감소증에 미치는 영향이 유전적 특징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장내 미생물이 이 과정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함. 연구 결과, Rg3를 투여했을 때 장내 미생물 구성이 변화하며, 특히 Eubacterium nodatum(EN)과 Eubacterium ventriosum(EV)이라는 두 가지 미생물이 Rg3의 골근감소증 개선 효과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발견함.
더 나아가, 연구팀은 이 두 미생물을 129S1이라는 특정 유전형을 가진 쥐에게 직접 투여하여 뼈와 근육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했음. 놀랍게도, EN과 EV를 경구 투여한 쥐들은 골밀도가 높아지고, 근육량이 늘어났으며, 운동 능력까지 향상되는 등 골근감소증 증상이 뚜렷하게 개선되었음. 이는 EN과 EV가 뼈를 만드는 세포(골아세포)의 활동을 촉진하고, 근육 단백질이 분해되는 것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임을 분자생물학적 실험을 통해 밝혀냈음.
하지만, 또 다른 유전형을 가진 B6 쥐에게는 EN과 EV를 투여해도 이러한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음. 이 결과는 장내 미생물의 치료 효과가 개인의 유전적 배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따라서 맞춤형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함.
○ 기대효과
- 본 연구는 골근감소증 치료에 있어 개인의 유전적 배경과 장내 미생물 환경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맞춤형 치료 전략의 중요성을 실험적으로 입증함.
- 본 연구는 단순한 천연물 유래 단일 성분의 효능 평가를 넘어, 천연물(Rg3)-장내 미생물-숙주 유전형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규명함으로써, 천연물 기반 신약 개발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함.
- 본 연구 결과는 골근감소증의 발병 기전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개인 맞춤형 예방 및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 건강 증진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임.
연구결과 문답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나이가 들면서 뼈와 근육이 약해지는 '골근감소증'은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지만, 아직 확실한 치료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저희 연구팀은 예로부터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인삼의 'Rg3' 성분이 골근감소증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Rg3 성분이 어떤 분들에게는 효과가 좋고, 어떤 분들에게는 효과가 별로 없는 것을 보면서, "왜 사람마다 효과가 다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다른 '장내 미생물'과 '유전자'가 Rg3의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람마다 다른 '유전자'와 '장내 미생물'을 함께 고려해서 연구했다는 점입니다. 이전 연구들은 대부분 특정 천연물 성분(Rg3와 같은)의 효과만 보거나, 장내 미생물만 따로 연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국내 최초로 다양한 유전적 배경을 가진 쥐들을 대상으로 실험해서, Rg3의 효과가 개개인의 유전적 정보에 따라 달라지고, 특정 장내 미생물(EN, EV)이 이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쉽게 말해, "누구에게나 똑같은 약은 없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셈입니다.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가장 먼저, 개인 맞춤형 치료제 개발이 가능해집니다. 사람마다 개개인의 유전적 정보와 장내 미생물 환경을 분석해서, 어떤 사람에게는 Rg3가 효과적인지, 어떤 사람에게는 EN이나 EV 미생물이 효과적인지 미리 알 수 있게 됩니다. 이를 통해, "내 몸에 딱 맞는" 골근감소증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더 나아가, EN과 EV 미생물을 이용한 기능성 식품이나 새로운 약(파마바이오틱스)을 개발하여, 골근감소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 기대효과와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이번 연구를 통해 노인성 질환 치료에 천연성분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치료라는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앞으로 EN 및 EV 미생물이 사람에게도 똑같이 효과가 있는지, 안전한지 등을 확인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또한, 대량 생산 기술을 개발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는 등 실제 치료제나 기능성 식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팀은 이러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골근감소증으로 고통받는 분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림 1] 장내 미생물과 유전자에 따라 달라지는 골근감소증 치료 효과 [사진=KIST]
인삼 성분 Rg3 투여 후 다양한 유전적 배경을 가진 쥐들의 장내 미생물 변화를 관찰하고, 특정 미생물(EN, EV) 투여가 뼈와 근육, 운동 능력에 미치는 영향이 쥐의 종류(유전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남을 보여주는 그림.
[그림 2] 6종 쥐로부터 선발된 129S1 및 B6 쥐와 타겟 미생물 EN 및 EV [사진=KIST]6종의 다양한 유전적 배경을 가진 쥐에게 인삼 성분 Rg3를 투여한 후 장내 미생물 다양성 및 조성을 분석하여, Rg3 반응성과 관련된 특정 미생물(EN, EV)을 선별하고, 이들이 129S1 쥐와 B6 쥐에서 다르게 나타남을 보여주는 그림.
[그림 3] 장내 미생물 투여 후 뼈, 근육, 운동 능력의 변화: 129S1 쥐 vs. B6 쥐 [사진=KIST]129S1 쥐와 B6 쥐에게 장내 미생물(EN, EV)을 투여했을 때, 129S1 쥐는 뼈 밀도와 근육량(악력)이 모두 개선된 반면, B6 쥐는 운동 능력만 개선되어, 미생물 효과가 쥐의 유전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남을 보여주는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