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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성과 의학약학
세계 최초 원자 편집으로 신약 발굴 “패러다임”바꿔
Bio통신원(KAIST)
선도적 신약 개발에서는 약효의 핵심 원자를 손쉽고 빠르게 편집하는 신기술은 의약품 후보 발굴 과정을 혁신하는 원천 기술이자, 꿈의 기술로 여겨져 왔다. KAIST 연구진이 약효를 극대화하는 단일 원자 편집 기술 개발에 세계 최초 성공했다.
KAIST(총장 이광형)는 화학과 박윤수 교수 연구팀이 오각 고리 화합물인 퓨란의 산소 원자를 손쉽게 질소 원자로 편집·교정하여, 제약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는 피롤 골격으로 직접 전환하는 원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해당 연구성과는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과학 분야 최고권위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誌 에 지난 10월 3일 게재됐다. (논문명: Photocatalytic Furan-to-Pyrrole Conversion)
많은 의약품은 복잡한 화학 구조를 갖지만, 정작 이들의 효능은 단 하나의 핵심 원자에 의해 결정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산소, 질소와 같은 원자는 바이러스에 대한 약리 효과를 극대화 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이처럼 약물 분자 골격에 특정 원자를 도입했을 때 나타나는 효능을 ‘단일 원자 효과(Single Atom Effect)'라 한다. 선도적 신약 개발에서는 수많은 원자 종류 중 약효를 극대화하는 원자를 발굴하는 것이 핵심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단일 원자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다단계·고비용의 합성 과정이 필연적으로 요구되어 왔다. 산소 혹은 질소 등을 포함한 고리 골격은 고유의 안정성(방향족성)으로 인해 단일 원자만 선택적으로 편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박 교수 연구팀은 빛에너지를 활용하는 광촉매를 도입하여 해당 기술을 구현했다. 분자 가위 역할을 하는 광촉매 개발을 통해 오각 고리를 자유자재로 자르고 붙임으로써 상온·상압 조건에서 동작하는 단일 원자 교정 반응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켰다.
들뜬 상태의 분자 가위가 단전자 산화 반응을 통해 퓨란의 산소를 제거하고, 질소 원자를 연이어 추가하는 새로운 반응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연구팀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연구의 제1 저자인 KAIST 화학과 김동현, 유재현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은 “빛에너지를 활용해 가혹한 조건을 대체하여 해당 기술이 높은 활용성을 가질 수 있었다”며,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진 천연물이나 의약품들을 기질로 활용해도 선택적으로 목표 편집이 수행된다”고 이번 연구의 범용성을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박윤수 교수는 “오각 고리형 유기 물질의 골격을 선택적으로 편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제약 분야의 중요한 숙제였던 의약품 후보 물질의 라이브러리 구축에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 언급하며, “해당 기반 기술이 신약 개발 과정을 혁신하는데 쓰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해당 내용은 ‘사이언스(Science)’誌 내의 퍼스텍티브(Perspective) 섹션에 추가로 선정되어 연구의 의의가 소개되기도 하였다. 이는 해당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저명한 과학자가 파급력 있는 연구를 선별하여 해설을 제공하는 코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우수신진연구, KAIST 교내연구사업 도약연구 및 초세대협업연구실, 포스코청암재단의 포스코 사이언스펠로십의 재원을 바탕으로 수행됐다.
□ 연구개요
1. 연구 배경
생체 활성 분자의 특성은 구성 원자의 배열에 크게 좌우되며, 단 한 개의 원자 차이만으로도 약물의 효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복잡한 분자 내에서 특정 원자를 선택적으로 치환할 수 있는 반응의 개발은 신약 개발과 생리 활성 연구에 중요한 돌파구가 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선택적으로 원자를 치환할 수 있는 기술은 드물게 보고되었다. 특히, 분자의 골격을 이루는 방향족 고리의 경우, 반응성이 낮고 안정적이어서 고리 내 원자를 치환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본 연구에서는 여러 방향족 고리 중 산소를 포함한 오각고리인 퓨란의 산소 원자를 선택적으로 질소 원자로 치환(편집 혹은 교정)하여, 이에 상응하는 오각고리인 피롤로 변환하는 반응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방향족 고리의 높은 안정성에서 비롯된 낮은 반응성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 연구들은 고온이나 고에너지 자외선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했으나, 이러한 가혹한 조건은 부반응을 유발하여 반응 제어가 어렵고 범용성이 떨어지며, 매우 낮은 수율을 보여 실용성이 부족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가시광선을 활용한 비교적 온화한 반응 조건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고, 실용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2. 연구 내용
가시광선을 에너지원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가시광선에 활성을 보이는 광촉매를 도입해, 가시광선 에너지를 대상 분자들에 매개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 초기 단계에서 여러 광촉매 중 목표 반응을 수행할 수 있는 촉매를 선별 검사한 결과, 유기 광촉매인 아크리디늄(acridinium) 기반의 분자 가위 촉매가 퓨란에서 피롤로의 단일 원자 교정 반응에 가장 효과적임을 확인하였다.
빛에 의해 들뜰 시 높은 산화력을 지니게 되는 것으로 알려진 해당 광촉매가 퓨란을 산화하면, 방향족성이 제거되어 생기는 반응성이 높은 중간체가 아민(질소 기반 친핵체)과 상호작용을 거쳐 피롤을 생성한다고 반응기작을 제안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밀도 범함수 이론을 활용한 계산 화학적 분석과 여러 반응기작 실험의 교차 검증을 통해 가설을 입증하였다.
개발된 방법론의 범용성을 확인하고자 60가지 이상의 다양한 퓨란과 아민을 사용하여 해당 반응을 수행하였을 때, 모든 경우에서 목표 화합물인 피롤이 높은 수율로 생성됨을 확인하였다. 더 나아가, 다양한 작용기를 포함하는 복잡한 구조의 천연물 및 약물과의 반응에서도 목표 생성물인 피롤이 선택적으로 생성되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이를 통해 제시된 방법론이 신약 개발 및 생리 활성 연구에 활용될 수 있는 높은 범용성과 실용성을 가짐을 입증하였다.
3. 기대 효과
기존에는 새로 발견된 약물 후보가 유망한 생물학적 활성을 보일 경우, 핵심 구조가 수정된 유사체의 특성을 탐구하기 위해 각각의 후보를 여러 단계에 걸쳐 합성해야만 했다. 그러나 제시된 방법론은 한 종류의 원자를 다른 원자로 치환하면서도 분자의 전체 구조를 유지할 수 있기에 다단계 합성 대신, 약물 후보 간의 직접적인 전환이라는 새롭고 간결한 선택지를 제시한다.
이에 더해, 제안된 방법론은 가시광선을 조사하는 온화한 반응 조건 덕분에 분자가 파괴되거나 변형되지 않아 높은 범용성과 실용성을 제공한다. 따라서 다양한 생리 활성을 지닌 퓨란 기반 약물 및 아미노산, 아미노당 등의 아민으로부터 유도된 새로운 피롤 분자들의 생리 활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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