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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난, ‘모기의 생물학’ 바꾸다...“감염 전파 속도 빨라져”
Bio통신원(김재호)
방금 전, 거실에서 신문을 보다가 모기를 한 마리 잡았다. 올여름 폭염 때는 잘 보이지 않던 모기가 요새 부쩍 늘었다. 솔직히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진즉 새로운 모기장을 하나 구입했다. 편안한 잠을 위해서다.
국내 소식에 따르면, 늦더위 때문에 가을 모기가 지난해 8배로 늘었다고 한다. 또한 일본뇌염 매개 모기는 지난해보다 19배나 많은 것으로 파악돼 주의를 요한다. 한마디로 ‘이상 증식’이다.
최근 유튜브에서 모기를 소리 등으로 괴롭 하는 한 동영상이 화제였다. “웽웽웽.” 거리고 피를 뽑는 모기의 습성 그대로 복수한 것이다. 어찌 보면 조금 잔인할 수도 있는데, 모기 때문에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랬을까 생각해 본다. 그 크리에이터는 모기 사체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 됐든 괴롭힘은 나쁜 것이다.
<타임>은 지난달 「모기는 지금 왜 그렇게 위험한가」를 소개한 바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도시들은 공원과 기타 야외 공간을 폐쇄하고 있다. 이 지역의 모기가 희귀하면서도 치명적인 바이러스 동부 말 뇌염(eastern equine encephalitis)을 옮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사추세츠주는 해당 주에 동부 말 뇌염 발병을 통제하기 위해 ‘엔빌(Anvil) 10+10’이라는 살충제를 항공 살포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본적인 방침들이다. 창문이나 문에 방충망을 달고, 고여 있는 물을 치우며, 보호 장갑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전직 최고 감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박사도 인수공통감염병 뇌염인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에 감염돼 병원에 입원했다.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는 파우치 박사 집 뒷마당의 모기로부터 전염됐다.
미국에서 유행하는 뇌염... 사망률 30%에 달해
동부 말 뇌염을 퍼뜨리는 주범은 검은꼬리모기(Culiseta melanura)다. 이 뇌염은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으며 사망률은 30%에 달한다. 10∼20년 주기로 나타나던 동부 말 뇌염은 4년으로 그 기간이 단축됐다.
<뉴사이언티스트>도 「모기에 의한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라는 기사를 통해 경고했다. 지난 8월 27일, 미국 뉴햄프셔에서는 희귀 바이러스로 인해 1명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2014년 매사추세츠·뉴저지·버몬트·위스콘신에서 모기로 인한 사망 사건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모기 종마다 다른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데 능숙하다. 모기는 말라리아·뎅기열·황열병·치쿤구냐·웨스트 나일 바이러스·동부 말뇌염 등 인간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여러 바이러스와 기생충을 운반한다.
하지만 예일대 의대의 감염병 전문가인 제임스 셰퍼드 박사는 동부 말 뇌염을 옮기는 검은꼬리모기 사례가 올해 6건 미만이며, 이는 매년 뉴잉글랜드에서 보고되는 사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셰퍼드 박사는 오히려 흔한 모기 유형이 더욱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에이데스(Aedes) 과에 속하는 모기가 말라리아·뎅기열·황열병·웨스트 나일 바이러스·지카의 대부분을 유발한다. 이 모기들은 주로 도시의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 서식하며 소량의 물로도 번식할 수 있다. 한 뚜껑의 물에는 수백 개의 모기 알이 들어 있을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데이터에 따르면,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관련해 지난달까지 38개 주에서 370건 이상의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해는 2천500건 이상의 사례가 나왔는데, 이 숫자는 2022년에 비해 약 두 배에 달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기의 개체 수가 많아지면, 모기를 통한 감염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로 인해 늘어난 모기의 서식 범위
조나단 올리버 미네소타대학교 공중보건학과 교수는 “기후변화로 인해 흰줄숲모기와 같이 우려되는 종의 서식 범위가 북쪽으로 퍼지는 것을 본다”라며 “모기 종이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은 잠재적으로 모기들이 옮기는 광범위한 질병에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셰퍼드 박사는 뎅기열·지카 바이러스·치쿤구냐 바이러스·서나일 바이러스를 옮기는 종인 흰줄숲모기가 코네티컷에서 일 년 내내 번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감염이 미국에서 좀 더 온대 지역인 곳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살아남은 모기는 여름보다는 이른 봄에 더 일찍 번식을 시작할 수 있다. 1월·2월만 추우면, 모기는 3월 초에 번식을 시작할 수 있다. 모기는 번식 주기마다 개체 수가 10배씩 늘어난다.
따뜻한 기온은 바이러스가 곤충 내부에서 생존하고 번성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모기의 생물학이 변하는 것이다. 좀 더 따뜻해지면 바이러스가 모기 내부에서 더욱 빨리 번식하고, 모기가 감염되는 시점과 전염성이 생기는 시점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줄어든다. 계절이 지나면서 모기는 더욱 강한 전염성을 갖게 된다.
생물 다양성 감소와 적응력 강한 모기의 확산
도시 밀집화와 비위생적인 하수 시스템 등이 문제라는 건 여러 번 지적됐다. 더욱 우려되는 건 종의 생물 다양성 감소다. 셰퍼드 박사는 “종의 풍부함이 감소함에 따라 감염성 질병의 근원이 되는 숙주 종과 그 매개체(모기 등)가 확산되고 있다”라며 “흰줄숲모기와 같이 더 적응력이 강한 종이 공백을 메우고 번성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많이 알고 있겠지만, 모기 매개 질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야외에서는 긴팔 옷을 입고, 살충제를 뿌려야 모기로부터 물릴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집 근처에 고여 있는 물을 없애면 모기 번석지를 없앨 수 있다. 모기는 알을 낳기 위해 약간의 물만 있으면 된다.
모기가 매개하는 감염성 질병을 줄이기 위한 과학적 노력은 계속 진행 중이다. 바이러스를 죽이는 박테리아로 모기를 감염시켜, 동남아시아와 호주에서 뎅기열 전염률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줬다. 또한 불임 수컷 모기를 지역에 도입하려는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경우 의도치 않은 생태적 결과도 고려해야 하기에 테스트 중이다.
지난해 브라질에서는 ‘오로푸치 바이러스’ 사례가 800% 늘었다. 오로푸치 바이러스는 뎅기열·지카 바이러스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킨다. 오로푸치 바이러스 사례는 남미 5개국에서 8,000건 이상 나타났다. 이 중 2명이 죽었다.
역대 최고 기록 갈아치운 뎅기열 감염과 사망
올해 뎅기열은 최악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1천1백만 명 이상이 뎅기열에 감염돼 7,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는 2023년에 발생한 역대 최고 사례 수의 거의 두 배에 해당한다.
뎅기열 감염 사례는 수년 동안 계속 증가해 왔다. 예를 들어, 2023년 미국 본토에서 지역적으로 감염된 뎅기열 사례가 약 170건이었는데, 이는 2014년에서 2022년 사이의 총 사례 수와 거의 같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났다. 2010년에서 2021년 사이에 대륙에서 지역적으로 감염된 사례는 73건에 불과했지만, 2022년과 2023년에는 단 한 해에 10년 분 이상의 사례가 발생했다. 이는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 같은 모기 종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흰줄숲모기의 개체 수가 2013년에 비해 2023년에 두 배로 늘었다.
이 글 작성 중에도 책상 근처로 모기가 날아왔다. “웽웽웽.” 모기도 분명 생태학적 역할을 할 것이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건 먹이사슬에서 포식자의 먹이로서 역할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위험해지고 많아지는 모기를 감당하긴 힘들다. 모기의 생물학마저 바꾼 인류세에서 인간이 생존하는 방법도 달라질까.
<참고문헌>
1.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4102501071021310001
2. https://time.com/7016381/mosquito-virus-dangerous/
3. https://www.newscientist.com/article/2445495-mosquito-borne-illnesses-are-spiking-across-the-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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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동아일보>에 '과학에세이', <포스코투데이>에 '과학의 발견'을 연재한 바 있으며, '학술문화연구소(http://blog.naver.com/acacullab)'를 운영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 《다시 과학을 생각한다》(공저),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공저), 《자유롭게 김광석 이야기》 등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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