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연재를 만나보세요.
[발표하실 분?] 2) 연구실 내 미팅
Bio통신원(김광은)
연구실마다 호칭은 조금씩 다르지만, 논문을 발표하는 미팅(저널 클럽), 데이터를 발표하는 미팅(랩미팅)은 거의 다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미팅 발표 위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의과학 연구 분야가 넓으니 공통적인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1. 저널 클럽
논문을 고르는 단계부터 고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대학원의 기본 원칙을 따릅니다. 뭐 할까요? 가 아니라, 이 중에 뭐 할까요?라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이전에 다른 사람들이 많이 발표했던 저널을 찾고, 그 저널 안에서 1개월 이내에 출판된 관련 논문을 고르시면 됩니다. 여전히 자신이 없다면 3개 정도 골라서 동료나 선배, 지도교수님께 물어보셔도 됩니다. 누구에게나 주관식은 어렵지만 객관식은 쉬운 법입니다.
첫 페이지에 들어가야 하는 정보들이 있습니다. 저널명과 논문 제목은 당연하고, 출판 날짜와 저자 소속도 적어주세요. 출판 날짜는 이렇게 따끈따끈한 논문이라는 메시지가 되고, 소속도 유명한 기관이면 권위에 호소할 수 있습니다. 만약 저자가 너무 많거나 소속이 길면, 주저자와 주 소속만 적으셔도 됩니다.
입문자분들은 교신저자의 권위를 활용하셔도 됩니다. 그래서 두 번째 페이지는 교신저자의 약력과 주요 논문을 보여주세요. 최근 5년 관련 논문 3~4개 간략하게 정리해도 괜찮습니다. 저널 클럽 발표할 때 해당 논문 한 편만 읽으면 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보통 제대로 하면 열 편 정도 보게 됩니다.
연구 배경 설명은 보통 논문 introduction에 있는 review paper의 그림들을 따오면 되는데 주의할 점이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큰 그림을 놓치면 안 됩니다. 의과학 분야에서는 질병의 심각성, 의학적 미충족 수요에 대해 한 페이지 정도 들어가면 좋습니다. 두 번째는 글자를 너무 빼곡하게 채우지 마세요. 시작부터 글자가 많고 어려우면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메인 내용에서 명심해야 할 부분은 모든 데이터를 발표할 필요는 없다는 점입니다. Cell 계열 같은 경우 본문 Figure가 7개고 패널도 10개가 넘는 경우가 흔해서 다 합치면 100개 정도 됩니다. 한 페이지에 다 넣으려면 너무 작아져서 보이지도 않고, 시간 안에 발표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Figure 제목에 가장 잘 맞는 패널 몇 개만 발표하고, 필요하다면 supple 데이터도 가지고 오세요.
마무리는 항상 take home message가 있어야 합니다. Graphical abstract, working model, scheme 등으로 끝내시는 것이 좋고, 표지에 있는 Highlights 나 Bullet point 내용을 가지고 오셔도 됩니다. 해당 논문에 대한 별도 Commentary가 있으면 (Editor comment, News & Views, Research highlight, Assessment, Significance) 연구 내용이 잘 요약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좋습니다.
시간제한으로 인해 발표하기 어려운 데이터는 부록으로 빼두시면 됩니다. 보여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은 것도 부록에 두세요. 저널 클럽을 꾸준히 하면 어떤 데이터가 가장 핵심적인 결과인지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보통 리뷰하면서 추가 데이터가 덕지덕지 붙는데 Nature 계열에서 Peer review file을 참고하면 도대체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2. 랩미팅
영화 좋아하시나요? 취미가 영화 감상인 사람은 많을지 몰라도, 꿈이 영화감독인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연구자는 영화를 보는 사람이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시간 순서대로 발표하지 마세요. 마치 감독이 된 것처럼 적절하게 편집하고, 순서를 잘 배치해야 합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Scene의 순서는 실제 촬영 순서와는 무관하고, 실제 사건의 시간과 어긋날 때도 있습니다. 실험도 마찬가지입니다. 편의상 특정 실험을 몰아서 할 수 있지만, 발표할 때 동시에 보여줘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세포 실험, 동물 실험이 섞여 있을 때 배치를 잘하면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집니다.
본인의 결과가 아니면 출처를 반드시 적어야 합니다. 다른 논문에서 따온 것일 수도 있고, 연구실 내 다른 실험자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출처를 속이면 부정직하다는 인상을 주고, 다른 실험자는 데이터를 훔쳐 간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공동 연구자에게 인정과 감사를 표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Method 측면에서는 핵심적인 변인만 슬라이드 구석에 적고, 디테일한 실험 방법은 슬라이드 노트에 적어두세요. 몇 년 지나고 나서 옛날 실험의 조건과 방법을 찾아서 쓰는 게 쉽지 않은데, 슬라이드에 프로토콜과 실험 날짜, 원본 파일명, 샘플 위치 등을 같이 적어두면 데이터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찾기가 쉽습니다. 프로토콜이 길거나 그림이 필요할 때는 슬라이드에 넣어두고 숨김 처리하면 됩니다. 슬라이드 쇼에서는 안 나오기 때문에 매끄럽게 발표할 수 있고, 질문이 들어오면 쇼를 끄고 보여줄 수 있습니다.
긍정적인 결과를 강조하고, 부정적인 결과는 짧게 언급하세요. 흔한 실수 중 하나가, 1차 시도 실패, 2차 시도 실패… 6차 시도 성공 등 실패의 역사를 모두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마도 노력을 어필하기 위한 의도이겠지만, 영화에서 NG 컷을 다 보여주면 보는 사람은 답답하겠죠. 성공했다면 성공한 결과를 자세히 보여주세요. 아직 실패 중이라면 간단하게 원인과 trouble shooting, 추후 계획을 언급하세요.
랩미팅은 서프라이즈 파티가 아닙니다. 즉, 실험 결과를 랩미팅 때 업데이트하는 것이 아니라, 평상시에 주요 결과가 나오면 연구 책임자와 discussion을 해야 합니다. 무섭다고 안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적어도 선배와는 논의하세요. 연구 책임자가 랩미팅에서 결과를 처음 보면 예상하지 못한 엄청나게 많은 질문이나 코멘트를 할 수 있고, 입문자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최소한 랩미팅 며칠 전에 결과를 공유하고 질문이나 코멘트를 요청하세요. 답이 오면 랩미팅 때 업데이트해서 말씀드리겠다고 하면 됩니다.
각각의 실험 결과는 일정한 발표 형식이 있고 최소 한 장의 슬라이드를 배정하면 됩니다. 실험 배경과 목적을 설명하고, 가설 또는 예상 결과를 언급합니다. 그다음 실제 실험 결과를 보여주고, 결과를 해석합니다. 처음 예상과 같다면 설명이 짧아도 되지만, 예상과 다르다면 왜 그런지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합니다. 이후 해석을 바탕으로 다음 실험 계획을 적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학회의 포스터 발표와 구두 발표에 대해서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