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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국내파의 교수 임용 준비 과정 ] Phase II: 지원 서류 준비
Bio통신원(김광은)
지난 1편(CV 준비)에 이어서 이번 글에서는 지원 서류 준비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최대한 많은 곳에 지원해 보세요.
우선 대학교를 어디까지 고려할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서울에 가까운 대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종교, 본가 위치, 출신 대학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이니 가족과 의논하여 어디까지 괜찮을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애매한 부분은 지도교수님과 논의해 보시면 의외의 정보를 알고 계실 수도 있습니다.
수도권 외에서는 의대가 있는 학교나 의대에 지원하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전체적인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최근 기조를 보았을 때 의대생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의예과에서 일반화학, 유기화학, 생화학, 일반생물학, 분자생물학 등을 강의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학부가 관련 과라면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의대의 장점으로는 자연 계열보다 연봉이 높고 수업 부담이 적습니다. 단점으로는 대학원생 수급이 비교적 어렵고, 공동 연구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대한 많이 지원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렸지만, 단순히 복사-붙여넣기 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학교마다 양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템플릿에서 연습해 볼 수 있습니다. 학교에 따라 제출하고 나면 내용을 볼 수 없는 경우도 있어 Word 파일에 백업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서명이 필요한 경우도 많은데 PDF 전자 서명 기능을 이용하면 조금 더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습니다. 상장 등을 받게 되었을 때 바로바로 스캔하여 PDF로 만들어 두어야 나중에 찾기가 쉽습니다.
이제 공통으로 작성하는 다음 3개의 카테고리(연구 계획, 강의 및 교육 계획, 지원동기)로 나누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저의 지원서 내용 일부를 함께 서술하였습니다.
1) 연구 계획
가장 중요하지만, 또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취직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항상 듣는 얘기이겠지만,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과학적으로 얘기하자면 점 3개 이상을 찍은 뒤에 추세선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어떤 path 속에서 연구가 진행되었는지 표현할 수 있으면, 앞으로의 연구도 extrapolation 하여 예측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럼 도대체 스토리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문제인데, 가장 쉬운 방법은 논문 당 키워드를 10개씩 뽑는 것입니다. 논문이 3개가 있다고 할 때 총키워드는 30개가 나올 것이고, 일부는 여러 번 나오고 일부는 한 번만 나올 것입니다. 이때 공통의 키워드가 중심 내용이고, 고유한 키워드는 확장성입니다. 공통의 키워드를 이용해 주 관심사와 전문성을 서술하시고, 고유한 키워드를 통해 협력과 융합 연구에 관해 서술하시면 됩니다.
과제를 수주한 적이 있다면 연구계획서에 포함해서 작성하시면 좋습니다. 앞으로 전임 교원이 되었을 때 지원할 과제명과 연구 주제를 구체적으로 적으면, 국내 과제 구조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지금 대학원생이신 경우 박사를 받은 연구실에서 2년 이상 포닥으로 있으면 혹시나 독립적인 연구, 수주 능력이 낮다고 평가될 수도 있으니, 최소한의 기간 안에 마무리하시고 국내외에서 상대적으로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기관으로 옮기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제 연구 계획은 질병과 관련이 있지만 그동안 기능이 알려지지 않았던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을 규명하는 것입니다. 사실, 미토콘드리아 단백질 중에서 20%의 단백질은 아직도 기능이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연구한 Rtn4ip1/Opa10, Letmd1도 미토콘드리아 미규명 단백질이었습니다.”
“또 다른 연구 계획은 세종과학펠로우십 주제로써 교모세포종에서 세포 간 직간접적 상호작용을 규명하고, 관련 신규 표적 세포 및 단백질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이 연구를 통해 종양 네트워크를 조절하는 표적 단백질과 혈액 내에 존재하는 종양 유래 분비 단백질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2) 강의 및 교육 계획
만약 임용 공고에 ‘~ 강의 가능한 자’라고 적혀있다면 해당 강의 위주로 작성하시면 됩니다. 없을 경우에는 학교 커리큘럼을 확인하여 수업이 가능한 정확한 강의명을 적는 것이 좋습니다. 학과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강의 능력 관련해서는 강사 경력 및 우수한 강의 평가를 어필하는 것이 좋지만, 없으시다면 학부 때 A+를 맞았다거나, 학술 동아리를 했다거나, 조교 경험이 있다거나, 조금 시시하지만, 아무튼 뭐라도 공간을 채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교육 철학에 대해서 적으라는 곳들도 많습니다. 이때는 포닥/연구교수 시절 대학원생의 지도 경험을 활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포닥/연구교수는 실험만 열심히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랩의 중간 관리자가 되어 학생들의 실험 진행이나 논문 작성을 도와주는 경우가 생깁니다. 현재 포닥/연구교수이신 경우, 너무 실험만 열심히 하지 마시고 지도 능력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많이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포닥/연구교수로서 대학원생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잘 마무리하여 논문 출판을 했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수로서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다짐을 했는지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교육 철학은 최대한 진솔하게 적으세요. 그래야 떨어져도 나와 철학이 맞지 않는 곳이라고 합리화(?)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전공 지식과 실험 능력뿐만 아니라, 정보를 습득하고 분석하는 능력, 목표를 세우고 시간을 관리하는 능력, 소통하고 설득하는 능력 등 어느 분야에서나 중요한 능력을 함께 교육하고자 합니다. 또한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진로 상담을 해서 원하는 커리어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저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에서 노벨과학상이 꾸준히 나올 수 있도록 강의, 연구, 세미나 등 여러 방면에서 기여하는 것입니다. 지난 30년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절반이 의사과학자였지만, 우리나라의 의사과학자 비율은 1%도 되지 않습니다. 기초의학과 의사과학자 프로그램을 확대해서 한 때는 과학자가 꿈이었을 의대생들이 의사과학자가 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3) 지원동기
구체적인 예시를 드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런 인연이 없으면 탈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장과정, 가족, 친척, 종교, 지도교수님, 세미나, 학회 등 모든 연결 고리를 동원하여 해당 학교에 좋은 인상을 받아서 지원한다고 적으시면 무난합니다. 한국이 연고주의가 심하다고 비판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만큼 활용되는 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여러분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으면, 검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굳이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2005년, 저는 연세대학교 과학영재교육원 7기로 선발되어 2년 동안 화학 수업을 들으며 과학자의 꿈을 키웠습니다. 이후 서울대학교 화학부를 졸업했고 의학과의 융합 연구를 진행하고자 KAIST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대사비만당뇨통합연구실 (지도교수: 서재명)에서 석박사통합과정으로 있는 동안 생리학, 내분비학, 대사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접했습니다.”
쓰다 보니 또 평판 관리로 끝났네요.
그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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