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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ure of life: 생명] 당신의 집중력에게 – 그리고, 아무래도 도파민에 중독되어 버린 우리들에게
Bio통신원(울림(필명))
나는 꽤 오래전부터 다양한 곳에서 멘토링을 해왔다. 그러다 작년에는 감사하게도 한국장학재단에서 6~7 명 정도의 대학생들에게 진로, 진학, 취업 등의 주제로 한 학기 동안 멘토링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때 대학 생활과 관련해서 한 멘티 분이 말씀해 주신 고민이 굉장히 인상 깊어서 이 자리를 빌어서 나누고 싶다. 고민의 내용은, 최근 집중력이 좀 떨어진 것 같아서 한 번에 집중하려고 하면 최대 두 시간밖에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는 멘토로서 적합한 어떠한 말을 해주었지만, 솔직하게는 내심 놀랐다. 과연 나 자신의 집중력의 지속시간은 어느 정도 일지가 퍼뜩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글을 보시는 독자분들도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본인의 집중력은 어느 정도의 지속시간을 갖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는 기회를 가지실 시간이다!
나도 함께 고민을 해보았는데, 우선 약간만 변명을 하자면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타임어택의 초인적인 힘을 믿는 사람이었다. 보고서 듀가 12시까지면, 10시까지의 효율은 0.0001% 정도였다면, 마지막 두 시간 동안에는 옆에서 장구를 치고 징을 두드리더라도 전혀 모를 정도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 그런 사람이기에 평소의 집중력은 시간 단위일까? 조차 확신할 수 없다.
범람하는 쇼츠와 릴스, 자극적인 영상들이 차고 넘치는 세상이다. 너무나 눈이 즐거운 나머지 우리는 진득이 집중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만 같다. 브릭 연재를 재개한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많은 친구들에게 과학적으로 알려주었으면 좋겠을 소재 거리를 물어보고 다녔더랬다.
그때 몇 번 중복해서 들었던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이 집중력과 도파민에 관련된 것이었다. 실은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SNS에서 유행하는 쇼츠와 릴스 중에는 아주 역설적이게도 쇼츠와 릴스가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부분을 다루기도 하고, 요새 인기 있는 도서들의 목록들을 보면 “도둑맞은 집중력”, “도파민네이션” 등 집중력과 도파민의 인기는 대단하다. “2024 트렌드 코리아”에서 소개하는 올해의 트렌드 중 하나에도 이 도파민에 대한 내용이 손꼽힐 정도로, 우리네 삶은 도파민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그래서, 과연 도파민은 무엇일까? 배스킨라빈스에 가면 이달의 맛으로 판매할 것만 같은, 이제는 무엇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한 번쯤은 지나가다 들어보았을 법한 말인 도파민, 그 정체부터 설명해보고자 한다.
먼저 지금부터는 잠시 과학적인 용어들이 툭툭 튀어나올 것이다. 그러나 곧바로 쉽게 풀어서 서술할 예정이다!
먼저, 도파민은 카테콜아민 중의 하나이다. 카테콜아민은 말 그대로 화학구조상, ‘카테콜’기와 ‘아민’기를 갖고 있어서 직관적으로 저렇게 이름이 붙여졌다. 이 카테콜아민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DNA 염기 서열 A, T, G, C 에도 사용되는 T! 즉, 타이로신으로부터 생합성 된다. 타이로신에서부터 출발해서 여러 가지 효소들의 도움을 받아 여러 가지 전구체로 변모하는데, 결과적으로 몸에서 여러가지 신경전달물질로 사용이 된다! 우리가 계속 말하고 있는 도파민도 여기에서 만들어지고,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 들도 모두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 삼 형제들은 모두 카테콜아민이라고 불리며, 뇌의 신경조직에서 생성이 된다. 그리고 뇌에서 여러 가지 신경전달을 수행한다. 노르에피네프린과 아드레날린의 재미있는 역할도 한 가지 소개해보자면, 이 두 호르몬은 ‘싸움-도주 반응’에 관여한다. 말 그대로 동물들이 싸우거나 도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 와서 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면, 이 두 호르몬의 분비가 유도된다. 이 두 호르몬이 분비되면, 우리 몸에서는 호흡통로가 확장돼서 산소 흡수가 용이해지고, 심장 박동수도 증가하여 혈압도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싸우거나 도망칠 수 있도록 하는 산소와 포도당과 같은 연료 공급이 충분하게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형제들도 알아보았으니 이제 도파민에 대해서 보다 더 샅샅이 알아볼 차례이다. 이 도파민은 크게 세 가지의 기능을 수행한다. 뇌에서는 각기 다른, 이 세 가지의 기능을 수행하는 경로가 존재한다. 첫 번째 경로는 운동에 관여한다. 그래서 이 부분의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특이적으로 손상이 되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에는 ‘파킨슨 증후군’이 있다.
두 번째 경로가 바로 우리가 주목하고, 릴스와 쇼츠에 중독된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컨트롤하고 싶어 하는 경로인데 바로 동기부여와 보상행동에 관여하는 경로이다! 이 경로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중독성 질환과 우울증 등이 유발이 된다고 한다.
마지막 경로는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의 분비 조절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은 가장 대표적으로는 임신 혹은 출산을 한 여성들에게 있어 많이 분비되는 젖 분비 자극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알고 있다. 도파민의 세 가지 기능들 중에서 여기까지 숨차게 달려온 독자들이라면 두 번째 경로를 더 잘 알고 싶어 하리라는 것을.
그래서 추가로 준비해 보았다. 조금 극단적으로, 중독성 있는 약물들이 뇌의 도파민 경로를 어떻게 망가뜨려서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중독자’로 만들어버리는 것인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실로! 중독성 약물은 도파민 경로를 변형시킨다. 이런 약물들을 뇌의 도파민 분비를 인위적으로 증가시킨다. 이 자극이 반복이 되면, 이러한 신호전달물질을 받아들이는 시냅스라는 시스템도 망가지게 된다. 이러한 강한 자극은 뇌의 정상적인 보상체계를 망가뜨려서 결국에 더 큰 보상을 바라게 되는 중독에 이르게 한다.
이렇게 중독과 끊임없는 자극의 굴레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우리에게 해답이 있을까?
뇌에서는 그 해답을 ‘세로토닌’이라고 살며시 알려준다. 세로토닌은 생소할 수 있지만 도파민처럼 똑같은 신경전달 물질이다. 대신 타이로신이 아닌, 트립토판에서부터 합성이 된다. 세로토닌의 별명은 ‘행복 호르몬’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세로토닌은 대부분 위장관에서 분비돼서 위장관 운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나머지 일부 뇌에 존재하는 세로토닌이 결정적으로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기분, 식욕, 수면 등을 조절하게 된다.
또한 이 세로토닌은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고, 여러 심리 기능을 적절히 통제하여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햇빛을 많이 쬐고 따뜻한 상황에서 세로토닌 분비는 적정량에 도달하게 된다. 우리가 그토록 휴양지를 찾아 헤매는 것이 무척이나 뇌과학적인 이유였던 것이다! 세로토닌은 심지어 위에 언급했듯이 식욕에도 관여를 하기 때문에, 세로토닌이 부족해지면 지방과 탄수화물을 더 찾게 되기도 한다.
예전에 어딘가에서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우리는 광활한 우주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서는 뇌가 그 광활한 우주에 해당할 것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느끼든,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라 느끼지 못하든, 그 모든 것들은 뇌에서 미세한 신경전달물질들로 인해서 이루어진다.
글을 준비하면서 화창한 햇빛이 찬란하게 쏟아지는 따뜻한 계절을 내가 왜 그토록 좋아하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세로토닌이 많이 나오는 환경을 애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찌 보면 답은 우리 안에 있다. 도파민 중독, 도둑맞은 집중력, 쇼츠와 릴스를 보다가 사라져 버리는 시간들이 많다. 그 속에서 답을 찾으려 몰두하다 보면 오히려 본질은 잃어버릴 때가 있을 것이다. 차라리 차분히 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세로토닌이 도파민의 균형을 잡아줄 수 있도록, 나 자신을 알아가고 더 아껴주는 것이 그 시작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느덧, 따스한 봄이 찾아오고 있다.
참고문헌
중독성 질환에서의 도파민 신호조절, 백지현, Molecular and Cellular Biology Newsletter (2013)
생화학 7판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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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과학의 울림을 전달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 울림입니다. 화학공학과 기계공학, 생명공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연구원이자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재정비의 시간을 갖고 3년 만에 돌아왔는데요, 여전히 앨리스를 그리고 유쾌함과 개그를 좋아하며! 과학, 국어, 음악을 좋아하는 공학도랍니다. 우리의 생활은 과학 그 자체이고, 그 즐거움과 경이로움을 전달할 수 있을 많은 기회들을 애정하고 늘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다채로운 생명과학 기술과, 제 삶에 대해 진솔하게 적어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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