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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국 포닥 도전기] 미국 랩 생활 1
Bio통신원(이윤경)
미국 랩 생활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일단 랩의 그 어느 누구도 나의 출퇴근 시간에 관심이 없다. 한국에서는 직장인처럼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해야 하고 늦으면 눈총을 받으며, 퇴근도 내가 할 일이 없더라도 선배가 퇴근하기 전엔 아주 가끔 일이 있을 때는 제외하고는 먼저 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곳은 아침에 출근하는 시간도 자유롭고, 퇴근도 자기 할 일이 끝나면 알아서 간다. 그리고 언제 오가는지 누구도 눈치를 주지 않아서 자율성이 보장되니 오히려 마음 편하게 내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일의 능률을 올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출근 3주 차에 첫 랩미팅 순서가 되었는데, 나를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어디에서 왔고, 박사과정 동안 무슨 연구를 했는지를 보여주고, 앞으로 할 연구와 해당 연구에서 할 수 있는 실험들을 제안했다. 랩 멤버들은 중간중간에 실험을 어떻게 한 것인지 등을 질문했고, 끝나고 난 뒤에도 이전 연구와 앞으로의 연구를 어떻게 접목할지에 대해 나의 생각을 물었다. 또 나를 소개하는 시간이다 보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슬라이드도 준비했는데, 이곳에 도착한 후로 하이킹을 몇 번 갔었는데, 우리 랩 Slack에 멤버들이 하이킹을 간 사진을 본 적이 있어서 언젠가 우리 랩도 함께 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여름의 더위가 끝나면 한 번 가자고 다들 이야기했다. 또 영어 공부를 위해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하니 어떤 드라마를 보는지 등을 물어보았다.
또 내가 느낀 점은 박사 학위가 있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다는 것이다. 요즘이야 워낙 박사가 넘치는 시대라 별로 대단할 것도 없지만 미국에서 랩 생활을 하면서 느낀 바로는 박사에 대한 존중이 있고, 그만큼 나에게 해당 분야 전문가로서의 기대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팅을 하면서 내가 가진 지식으로 연구에 다양한 의견을 내주길 바라고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길 원하는 게 느껴져서 존중과 동시에 부담감이 있다. 그래서 더욱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주변 분위기를 통해 동기 부여를 받고 ‘스스로’, ‘필요성을 느껴서’ 하는 연구야말로 내가 원하던 바여서 이조차도 너무 좋았다.
그러나 모든 랩이 다 이렇게 자유롭고 좋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새로 알게 된 한국인 포닥 박사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오히려 한국보다 더 마이크로 매니징 하는 PI 때문에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는 분도 계셨고, 출퇴근 시간이 고정되어 있는 곳도 있었다. 랩 분위기가 어떤지 미리 알 수는 없으니 복불복이긴 해서 인터뷰 때 랩 멤버들과만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분위기를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랩 멤버들에게 이 랩의 장/단점을 물어봤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단점을 찾지 못했다는 답변을 듣긴 했었지만.
한국에서는 코로나 발발 이전에는 랩 멤버들과 항상 점심을 같이 먹으러 다니고, 꼭 해야 하는 실험이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혼자 빠지면 튀는 것 같고 했는데, 미국에서는 랩 내의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 않는 한 각자의 스케줄에 맞게 알아서 먹는다. 이러한 점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내 성향과는 잘 맞아서 좋았지만 함께 하기를 좋아하고 혼자 있는 것을 외로워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아무도 챙겨주지 않고 관심 없는 분위기가 힘들 수도 있을 것 같다.
랩 내에서는 새로운 멤버가 와서 환영 파티를 할 때 같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한다. 내 환영 파티는 학교에서 가까운 Palo Alto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했는데 음식도 맛있었고, 평소에는 꼭 필요한 일을 제외하곤 교류할 일이 잘 없는 랩 멤버들과도 친근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였다. 이때 몇 년도에 태어났는지 물어보길래 전혀 사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 영미권 문화에서 의외라고 여겨졌지만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학교 안에서는 Department/Postdoc events를 통해 비슷한 연구를 하는 포닥들과 친해지고 교류를 하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9월 초에 열린 Department event에서는 같은 Department에서 일하는 Postdoc들이 모여서 피자/치킨/Boba (Bubble tea) 등 간단한 음식을 준비하여 먹으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나는 면역학을 연구하는 중국인 포닥과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는데, 나중에 함께 밥도 먹고 학교에서 하는 줌바 클래스도 듣기로 했다. 9월 말에는 National postdoc appreciation week이라고 학교의 모든 Postdoc들이 참여할 수 있는 Festival&BBQ party가 열렸다. 거기서도 맛있는 고기를 먹으며 새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또 한국인 포닥 모임 같은 곳에 참여를 하면서 한국인 포닥 분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는데, San Francisco bay area 학교들인 Stanford, UC Berkeley, UC Davis, UC San Francisco 소속 한국인 포닥들이 주기적으로 세미나도 열고, 친분도 쌓는 Kolis라는 모임이 있고, 거기서 알게 된 Stanford 소속 포닥 박사님들과 따로 BBQ party를 열기도 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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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생명과학 학사와 박사를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Stanford University에서 꿈꾸던 포닥 생활을 시작하게 된 초짜 과학자의 고군분투 이야기! 미국 포닥에 관한 정보를 주변에서 얻기가 어려웠었기에 나와 같이 막막한 상황에 놓여있는 대학원생들에게 나의 인터뷰 전 과정과 미국 포닥 생활을 상세하게 이야기하여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재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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