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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박사 유학 생존기] 박사 자격시험
Bio통신원(어느새 박사)
* 이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주관적인 글임을 먼저 밝힙니다.
미국에서 박사 유학을 하게 되면 보통 2학년 때 박사 자격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Qualifying exam이라고 해서 한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보통 Qual 시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Preliminary exam 또는 줄여서 Prelim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학교와 과에 따라 시험을 보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Prelim을 통과해야 흔히 말하는 PhD candidate이 되고 이후의 연구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생명과학 분야 학과의 Prelim은 보통 연구 주제에 대해 연구제안서(Research proposal)를 작성하고, 이에 대해 Committee 교수들이 질문을 하고, 그 질문들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박사 졸업할 때의 Defense가 자신이 쓴 졸업 논문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이라면, Prelim은 앞으로 자신이 할 연구에 대한 질의응답이라고 나름대로 정의를 해봅니다. 다만 Prelim에서 쓰는 연구 제안서의 내용은 자신이 실제로 하게 될 연구에 대해 (On-topic) 쓰는 경우도 있고, 자신이 하지 않는 연구에 대해 (Off-topic) 어느 정도 가상의 연구 제안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시험을 볼 당시에 저는 Off-topic으로 시험을 치렀고, 지금은 학과의 규칙이 달라져서 On-topic으로 Prelim 시험을 치릅니다. 연구제안서를 기초로 교수님들이 온갖 질문들을 합니다. 연구제안서에 사용된 실험 기법이 최선의 방법인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우려되는 부분은 없는지 등에 대한 내용은 기본이고, 이론적인 지식들도 계속 물어봅니다. 모른다고 답할 때까지 물어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모른다고 했는데도 계속 물어보더라고요.
많은 학생들이 Prelim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걱정을 많이 하곤 합니다. 실제로 Prelim을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 더 이상 박사과정을 수학할 수 없고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 주변에서 그런 경우를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학과마다 분위기와 난이도가 다른 것 같습니다. 엄격하게 Prelim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적어도 제가 속해있던 학과는 학생의 역량이 조금 부족해 보이면 오히려 격려하고 도와줘서 합격을 하도록 이끌어 주는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무슨 배짱인지 Prelim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Off-topic이라서 실제로 수행할 연구도 아니었고, 무슨 자신감인지 떨어질 거란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기에 불합격은 애초에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어떤 내용으로 연구제안서를 쓸지는 미리 머릿속에 구상해 두었지만, 실제로 제안서를 작성한 시간은 나흘이었습니다. Prelim 준비에 시간을 쓰는 대신 제가 실제로 해야 하는 연구에 더 집중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제 지도교수님은 오히려 저의 이런 부분을 긍정적으로 봐주셨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Prelim 준비하는 기간 동안 본래 자신이 해야 할 연구는 하지 않고 Prelim만 집중하는데, 저는 실험실 일에 소홀하지 않고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고 오히려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제가 나흘간 준비한 연구제안서와 제 Prelim 시험이 완벽했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형편없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합격을 했습니다. 물론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거의 턱걸이 수준으로 합격을 했습니다. 교수님들이 합격 시켜줬다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합격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오히려 기대치를 낮춰서일까요? 박사를 졸업할 때는 디펜스를 매우 훌륭하게 했다고 칭찬을 받았습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빅 픽처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해 봅니다.
학교마다, 학과마다, Committee 교수들마다 성향과 분위기가 다 다르지만, 제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Prelim 너무 겁내지 않아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저처럼 나흘 준비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Prelim을 끝내고 지도교수님께서 이 정도로 준비를 안 한 줄은 몰랐다면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그래도 제가 그렇게 Prelim을 준비했던 것이 인상 깊었던 것인지, 지도교수님께서는 연구실 후배가 Prelim을 준비할 때 제 얘기를 하시면서 너무 시간 쏟지 않아도 합격한다고 종종 이야기를 하시곤 했습니다. 좋은 선례를 남겼다고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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