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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박사 일지] #02. 석박통합 1년차 - 누구를 위한 저널클럽인가
Bio통신원(만다린)
<논문은 왜 읽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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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과정에 발을 들여놓으면 논문을 읽고 쓰는 일은 마치 숙명과도 같은 일이 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와 성과들도 논문이라는 포장지로 깔끔히 갈무리 지어져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 논문을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잘 쓰인 논문이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많은 논문을 스스로 찾아서 읽어보며 습득해야 한다. 내가 처음 논문을 접했던 기억을 되짚어보면, 학부 수업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때였다.
논문 형식을 갖춘 작은 논문을 쓰기 위해서 나의 연구 배경과 가설을 뒷받침해 줄 만한 논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적절한 인용을 하기 위해서는 논문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논문을 읽어보게 되었다. 당시의 나는 어떻게 논문을 읽어야 하는지 그 방법을 모른 채 논문 읽기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논문을 읽기 위해서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논문을 읽는 방법을 잘 알았더라면 그 과정이 조금 더 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요즘은 연구자들을 위한 소통의 장이 많이 생기기도 하고, 유튜브라는 수단도 활성화된 덕분에 많은 연구자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
논문 읽기에 정답은 없지만 이렇게 다른 연구자들이 공유해둔 노하우를 나에게 맞는 방법으로 적용한다면 나만의 논문 읽는 노하우가 생기게 될 것이고, 효율을 높여줄 수 있다.
잘 쓰인 논문을 잘 읽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방향을 잡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논문을 잘 쓰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논문을 잘 읽기 위해서는 논문을 관통하는 가설이 무엇이며, 해당 가설이 논문에서 충분히 검증이 되고 있는지 확인하며 읽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논문을 잘 쓰기 위해서는 논문을 관통하는 가설이 명확하게 수립되어야 하며, 그 가설이 논문 내용에서 충분히 검증되어야 한다.
<저널클럽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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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연구실에서는 정기적으로 ‘저널클럽 (Journal club)’이라고 불리는 회의를 연다. 이는 논문을 읽고 서로 공유하는 회의이다. 최신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주된 목적이지만, 학위 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논문 읽는 연습을 위한 장이 되어준다. 나의 지도 교수님께서는 매주 토요일에 저널클럽을 열어주셨다. 논문의 구조와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분석하고 이를 자신의 언어로 정리해서, 논문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도록 발표하는 연습은 내가 정리력과 발표력, 그리고 논리력을 쌓아 나가는 데에 있어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연구실마다 저널클럽을 진행하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우리 연구실은 최신 논문들 중 자신의 연구와 관련되어 있거나 분야에서 혁신적인 논문들을 골라 읽고, A4용지 한 장, 혹은 두 장에 논문의 내용을 정리하여 실원들에게 나누어준 뒤 함께 보면서, 10분에서 15분 내로 논문 내용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교수님께서는 늘 발표 시간과 분량을 잘 지키면서 청중을 이해시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다. 읽은 논문의 내용을 잘 정리해서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할 줄 아는 것도 박사 학위자의 중요한 역량이라고 강조하시곤 했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어떠한 논문을 읽을 때에도 논문의 흐름과 뼈대를 생각하면서 읽을 뿐만 아니라, 논문을 작성할 때에도. 다른 사람이 나의 논문을 읽었을 때, 논문의 뼈대를 잘 찾아 따라올 수 있도록 논문을 작성하게 되었다. 연구를 하다 보면 나의 프로젝트와 관련되지 않은 논문들은 지나쳐버리기가 쉬운데, 그런 논문들 중 이 분야에서 중요한 논문들을 놓치지 않고 트렌드를 잘 따라갈 수 있도록 시선을 넓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저널클럽의 힘이었다. 신입생 시절, 한때에는 저널클럽의 의미를 새기지 못하고, 의무감으로 발표를 위한 발표를 준비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를 위해, 더 나은 논문을 작성하기 위해, 저널클럽을 준비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전의 나보다 한 뼘씩 더 자라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혹시나 저널 클럽이 너무 힘들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많은 분들께서 공유해 주신 노하우들을 찾아보며 나만의 방법을 조금씩 찾아가 보자.
물론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성장을 위한 성장통으로 생각하고 이겨낸다면, 언젠간 좋은 논문을 알아보고, 좋은 논문을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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