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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원숭이가 읽어주는 오늘의 과학기술] 미생물 탓에 화성의 기온이 낮아진 걸까?
Bio통신원(여원)
페르미의 역설(Fermi paradox)을 들어보셨나요? 1950년 여름,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는 동료 물리학자 세 명과 점심 식사를 하며 초광속 항행이나 UFO 발견 따위의 주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대화 도중 페르미는 생각에 골똘히 잠겼다가 갑자기 “다들 도대체 어디 있는 거지?”라고 내뱉었다고 해요. 우주의 방대한 크기를 생각하면 분명히 지구 이외에도 수많은 장소에서 생명은 자연스레 발생했을 텐데 여태껏 인류가 외계 문명과 단 한차례도 마주치지 않았다는 건 뭔가 이상하다는 논리였습니다.
7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도록 외계 문명은 고사하고 외계 생명의 증거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과학자들과 SF 작가들은 저마다 페르미 역설에 대한 설명을 제안해 왔지요. 이미 우리 곁에 외계인은 와 있지만 스스로를 숨기고 있다거나, 지구가 전 우주에서 가장 먼저 탄생한 생명이라 아직 다른 생명은 천천히 진화하는 중이라거나, 외계 생명체는 이미 존재하지만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소통하기 때문에 인류가 알아챌 수 없었다거나 하는 식이지요. 하지만 가장 음울한 버전은 아마 “모든 생명은 필연적으로 스스로의 생존 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에 다른 문명과 소통할 만큼 길게 존재할 수 없다”라는 가설일 거예요.
‘자기 파괴’ 가설은 대체로 당대 사람들이 걱정하는 요소를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냉전기에는 우주의 모든 다른 문명은 인류처럼 핵무기를 개발한 다음, 자기들끼리 싸우다 멸망했다는 버전의 시나리오가 나왔습니다. 이스터 섬처럼 한정된 자원을 고갈시킨 뒤 굶어죽었다는 가설도 있고,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 등 환경 파괴 탓[1]에 멸망한다는 가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지적 문명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무너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아마도 당대의 인류가 직면하는 멸망의 공포, 특히 고삐 풀린 기술에 대한 공포를 직접적으로 반영할 거예요.
그런데 2022년 10월, 약간 다른 관점을 다룬 논문이 한 편 발표되었습니다. 핵무기를 갖춘 문명이 아니라, 아주 원시적인 미생물도 자기 행성의 거주 가능성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내용이지요. 먼 과거 화성에서 자연발생한 미생물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화성은 더 이상 생명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었다는 내용의 논문으로, <Nature Astronomy>에 발표되었습니다.[2]
원시 화성의 지표면에는 물이 풍부하게 존재했습니다.
사진의 숫자는 10억 년 전(billion years ago) 단위입니다.
이미지 출처: NASA
화성에는 이미 생명의 흔적을 찾는 탐사선이 여럿 착륙해 있지만, 지금 화성 지표면에 살아 있는 생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학자들은 별로 없습니다. 오늘날의 화성은 대기압이 너무 낮아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수 없고 해로운 자외선을 막아 주지도 못합니다. 표면 온도도 너무 낮지요. 때문에 화성 표면을 조사 중인 탐사선들은 강바닥에서 유기물의 흔적을 찾는 것을 목표로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반면 원시 화성은 단순한 미생물이 발생하기에 그렇게 나쁘지 않은 행성이었다고 추정됩니다. 적어도 원시 지구 정도로는 거주 가능한 환경이었을 거라고 생각되지요. 원시 화성에는 충분한 양의 물이 있었고 기온도 오늘날보다 높았기 때문에 비가 내리기도 했을 거라고 해요.[3] 레골리스(Regolith)라고 불리는 화성 지표면의 암석은 다공성 구조로 되어 있어서, 소금물이 채워진 레골리스는 해로운 자외선도 막아 줬을 것입니다.
연구진은 원시 지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원시 화성의 지각에 있는 소금물에 수소를 소비하여 메탄을 생성하는 미생물(methanogenic hydrogenotroph)이 있었다고 가정하고 출발합니다. 이들은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 메탄과 물로 바꾸고, 그에 따라 대기와 지각의 경계에서는 기체 교환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온도가 낮아져서 소금물이 얼어붙은 구역에서는 미생물의 대사와 기체 교환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대기 모델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지구처럼 질소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에서는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의 주원인이지만, 원시 화성에서처럼 이산화탄소가 풍부한 대기에서는 메탄보다 수소가 더 큰 온실효과를 발휘합니다.[4] 메탄 생성 미생물은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소비해서 메탄과 물을 생성하기 때문에 화성 대기의 온실효과 총량을 줄이게 되지요. 따라서 메탄 생성 미생물의 활동에 따라 화성의 기온은 점차 감소하게 됩니다.
연구진이 세운 모델에서, 원시 화성의 섭씨온도는 영하 57도에서 영상 21도 범위로 계산되었습니다. 초기 조건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10만~50만 년 정도의 시간이 흘러 도달한 평형 지점에서 화성의 최고 기온은 250켈빈, 영하 23도까지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그리고 지구의 툰드라 지역에서 관찰된 메탄 생성 미생물의 생존 한계 온도는 영하 20도입니다. 따라서 원시 화성의 미생물은 대사 과정에서 화성의 온도를 떨어트려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조건으로 바꾸는 셈이지요.
제저로 크레이터를 탐사하는 퍼서비어런스 로버에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이미지 출처: NASA
저자들의 분석이 사실이라면, 원시 화성의 메탄 생성 미생물의 흔적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화성의 온도가 점점 떨어지면서 원래는 극지방만을 덮고 있던 얼음은 위도와 고도가 낮은 지역으로 서서히 퍼져나갔습니다. 얼음이 덮이면 지표면의 미생물이 대기와 상호작용할 수 없으니 살아남기 어려웠겠지요. 때문에 연구진은 위도가 낮고 지대가 낮은 헬라스 평원(Hellas Planitia)과 이시디스 평원(Isidis Planitia)을 지목합니다.
만약 미생물의 흔적이 남아있다면 얇아지는 대기와 낮아지는 기온을 피해 화성 지하로 숨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지적합니다. 기후 모델에서 설정한 초기 변수에 따라 결과가 제법 바뀌기는 합니다만 헬라스 평원의 수 미터 지하에서 메탄 생성 미생물이 아직 살아남아 있을 가능성도 낮게나마 존재한다고 해요. 다행히 2021년 2월 화성에 착륙한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로버는 이시디스 평원의 제저로 크레이터(Jezero crater)를 탐사하고 있고, 퍼서비어런스에서 채집한 지각 샘플을 회수하는 화성 표본 회수 프로그램(Mars Sample Return Program)도 NASA에서 준비 중입니다. 연구진의 가설과 모델링을 검증하고 보완하기에는 아주 좋은 상황인 셈입니다.
*참고 문헌
[1]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2050 거주불능 지구》, 추수밭(2020).
[2] B. Sauterey et al., Nat. Astron. 6, 1263 (2022).
[3] R. A. Craddock and A. D. Howard, J. Geophys. Res. Planets 107, 21 (2002).
[4] M. Turbet et al., Icarus 346, 11376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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