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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S-17 다이어리] #08. 삶의, 삶에 의한, 삶을 위한 과학
Bio통신원(만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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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세상이 시끄러워진 것도 벌써 2년이 넘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한 계절 괴롭히고 사라질 것 같았던 코로나가, 2년 넘는 긴 시간 동안 참 끈질기게 모습을 바꿔가며 우리를, 그리고 전 세계를 힘겹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시국 때문인지, 아니면 덕분인지. 숨이 차게 달려오던 사람들은 많은 것들을 잠시 내려두고, 멈추어 돌아보게 되었다. 대학원생인 나에게도 코로나19는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래도 그중에 긍정적인 영향을 꼽아보자면, 잠시 멈추어서 나의 ‘과학 하는 삶’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시간 덕분에 내가 과학이라는 학문을 좋아하게 된 것이 나의 애매하고 불확실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 덕분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명확하고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과학은 흐릿한 시야를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안경과 같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나는 이러한 과학이라는 좋은 안경을 쓰고, ‘삶의, 삶에 의한, 삶을 위한 과학’을 하는 연구자를 꿈꾸고 있다.
< 삶의 과학, Science of the life >
학위 과정을 밟는 일은 쉽지 않다고들 말한다. 이는 연구 자체의 어려움이나 실험의 강도에 의한 체력적 어려움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정신적 어려움들도 상당 부분 기여한다. 연구적인 어려움은 연구에 더 몰두하고, 육체적인 어려움은 체력을 키워 해결하듯, 정신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그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다. 나 또한 학위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힘든 일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마주한 현실을 과학이라는 안경을 쓰고 바라보곤 했다. 그러면 곧 많은 문제들이 명확해졌고,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도 했다.
1. 신호 대 잡음비 (Signal to noise, S/N) : 나의 인생에서 중요한 신호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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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전기, 전자, 통신 분야에서 사용되는 주요한 지표는 ‘신호 대 잡음비 (S/N)’이다. 신호 대 잡음비는, 신호의 세기를 잡음의 세기로 나눈 값으로 간단하게 S/N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신호가 아무리 높더라도 노이즈의 간섭이 커지면 원하는 신호를 노이즈로부터 구분하여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즉, 정말 중요한 신호들이 때때로 아주 큰 노이즈들로 인해 가려지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과학자들이 실험으로 얻은 데이터 속에서 ‘노이즈’를 줄이고 ‘신호’를 증폭시켜, S/N 값을 높이는 데에 집중한다.
삶의 과학에서도 기본적으로 S/N 값을 크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다양한 노이즈가 존재하는 시끄러운 세상에서, 내 삶, 나의 인생에 중요한 신호들을 알아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의 학위 과정 중에도 정말 다양한 노이즈가 간섭해왔고, 그 노이즈는 내가 연구를 꿈꾸었던 동기조차 흐리게 만들어갔다. 때문에 내가 연구를 시작한 이유를 명확히 하고, 학위 과정을 통해 어떤 연구 성과를 이루고 싶은지, 스스로 어떤 성장을 이루고 싶은지 와 같은 문제들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집중할 목표를 정하고 나니 주변에서 어떤 노이즈가 간섭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정말 중요한 가치에 집중하며 S/N를 높여갈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얻었다.
2. 삶의 방정식 : 나의 방정식은 어떤 변수로 이루어져 있을까?
한편, 성공적인 대학원 생활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변수들이 포함되어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정신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대학원 생활의 질에 기여하는 변수들은 매우 많을 것이다. 성공적인 대학원 생활이라는 답을 얻기 위해서는 알맞은 변수 값들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변수 중에는 주도권이 나에게 있는 변수뿐 만 아니라, 내가 바꿀 수 없는 변수들도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종종 내가 바꿀 수 없는 외적 변수들로 인하여 실패를 경험하곤 한다. 그럴 때면 자연스럽게 외적 변수들을 조절하지 못한 내 탓을 하게 된다. 나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나의 노력으로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나에게서 자신감을 가져가고 우울함을 가져왔다. 하지만, 외적 변수들은 나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임을 이해하기로 다짐했다. 이것은 내가 바꿀 수 있는 변수들에 집중하게 해 주었고 결과적으로 우울감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앞으로의 과학하는 삶에서 좌절이나 실패를 마주했을 때에도, 나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변수를 구분해내어 변화시켜 나갈 것이다.
< 삶에 의한 과학, Science by the life >
연구를 하다 보면 한계에 부딪힐 때가 찾아온다. 세계적인 석학들의 연구를 마주할 때, 나의 연구가 별 볼일 없어 보일 때, 이루어 놓은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일 때, 좌절과 실패가 반복될 때가 수없이 찾아온다. 그런 순간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건강한 과학자가 건강한 과학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건강하지 않은 몸과 마음으로 과학을 하면, 과학도 건강한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그러니 스스로를 다그치고, 건강과 마음을 담보로 과학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의 과학이 건강할 수 있도록 나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며, 건강한 삶에 의한 과학을 하자.
< 삶을 위한 과학, Science for the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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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하여 과학을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학위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막연히 과학을 동경해왔던 내가 무엇을 위하여 과학 하는 삶을 선택했는지를 깨달은 것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였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흔들어 놓게 되면서 생명과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인 내가 가장 자주 들은 말은, ‘코로나 백신을 맞아도 괜찮을 만큼 안전한 것’인지, 코로나 종식을 위한 ‘치료제는 언제 나올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내가 전공하는 생명과학이 삶과 매우 밀접하게 마주 닿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를 통해 나는 내가 하는 과학이 인류의 ‘삶’을 위한 과학이 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되었다.
질병으로 인하여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만들어주고 그들의 삶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삶을 위한’ 과학이다. 나는 내가 ‘삶을 위한 과학’을 하는 과학자로서, 생명 연장과 세상의 건강을 위해 기여하는 과학을 하는 과학자가 되기를 바란다.
< 가지 않은 길 >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명시, ‘가지 않은 길’의 한 구절이다. 흔히 이 시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 해야 한다는 교훈을 이야기하는 시로 해석되곤 했다. 나 역시 남다른 선택에 대한 중요성으로 이 시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시는 프로스트가 직업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실의에 빠져 있던 20대 중반에 작성한 시라고 한다 (1). 즉, ‘선택하지 않았던 길에 대한 미련과 후회’를 담은 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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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와 미련은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남기 마련이다. 선택의 연속인 인생에서 우리는 습관적으로 가지 않은 길을 후회하고 미련을 남겨둔다. 그 시점에 내가 어떤 선택을 했던, 나는 지금 후회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를 줄일 수 있도록 내가 선택한 길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과거의 나는 최선의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내가 앞으로 할 선택들이 미래의 나를 만들어 나갈 것이므로. 과학 하는 삶을 살기로 선택하고 걸어온 이 길을 충실히 걸어 나가 보자.
[ 참고자료 ]
(1) https://terms.naver.com/entry.naver?cid=58815&docId=3573538&categoryId=58815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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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깨비의 과학 여행>을 수없이 돌려보고, 과학 시간을 제일 좋아하던 아이는, 정신을 차려보니 박사과정까지 밟고 있다. 대학교부터 대학원까지 생명을 전공하고 있지만, 인생을 더 많이 배워가고 있는, 5년 차 대학원생의 대학원 생활 이모저모를 담은 다이어리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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