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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밖 과학읽기] 나의 과학자들 (이지유 저/ 키다리)
Bio통신원(LabSooniMom)
나의 과학자들 (이지유 저/ 키다리)
인생에 있어서 특별히 자신의 분야에서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한 것이다. 롤 모델을 닮고 싶고, 그가 걸었던 그 길을 걷고 싶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롤 모델이 그랬던 것처럼 잠깐 멈추기도 혹은 한 발 물러나기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먼저 걸어가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더 아름답고 더 위대한 것이다.
[나의 과학자들]이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문득 떠오른 건 ‘나의 과학자가 누구지?’라는 생각이었다. 과학이라는 분야에 십 수년을 몸담고 있으면서 인생을 이끌만한 롤 모델은 없었다. 그나마 어릴 적부터 애착을 가진 과학자는 퀴리부인으로 알려진 내가 알고 있던 유일한 여성 위인 ’마리 스크워도프스카 퀴리’였다.
이 책의 작가 이지유는 행복한 사람이다. 피아니스트도 되고 싶고, 과학자도 되고 싶고, 의사도 되고 싶고, 외교관도 되고 싶었던 작은 소녀는 피아니스트도, 과학자도, 의사나 외교관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 모든 것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위인전기에 갇힌 단 한 명의 과학자가 아닌 삶의 이야기마다 만난 수많은 과학자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과학자들]은 그가 만났던 과학자들의 얼굴을 8개월에 걸쳐 실크스크린으로 찍어낸 사진과 그 과학자들과 자신의 만남의 이야기가 담겼다.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던 그는 그와 생일이 같은 ‘헨리에타 스와 레빗’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달에 가고 싶었던 그는 우주선을 타지 않고 우주 비행에 참여했던 ‘캐서린 존슨’을 만났다. 노랑 옥수수와 하얀 옥수수로 유전에 대한 궁금증을 가졌던 그는 ‘바버라 매클린톡’을 만났고, 외과의사가 되고 싶었던 그는 한국인 최초 여성 의사인 ‘김정동’을 만났다. 40세가 되던 해 암 진단을 받았을 때, 그는 화학 치료법을 고안해 낸 ‘제인 쿡 라이트’를 만났고, 마당의 고양이들의 놀라운 균형 감각을 보며 ‘마이브리트 모세르’를 만났다.
이 책에 나오는 29명의 과학자 중 작가와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만난 이는 한 명도 없지만 시공간을 초월한 그들과의 만남은 실크스크린의 점과 명암으로 고스란히 담아냈다.
명암의 얼굴에 보색으로 찍어낸 배경과 문자들을 가만 보고 있노라면 자신의 과학자들의 모습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해 수십 번을 찍고 또 찍었을.. 그러면서도 그들의 눈을 바라보며 행복에 젖었을 작가의 모습이 떠오른다.
(마리 퀴리)
미술엔 문외한이라 이런 작품집을 보면 책장에 꽂아놓기 일수인데.. 이 책은 손이 잘 닿는 곳에 두고 자주 펼쳐본다. 아이들과 누구인지 맞춰 보기도 하고 화려한 색감의 작품은 판화 틀을 몇 개를 만든 건지 세어 보기도 하고, 과학자들의 얼굴에 비친 그들의 상황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그리고, 나도 내 인생의 [나의 과학자들]을 찾고 싶은 작은 바람도 함께 담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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