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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불러온 전염병... 가자지구는 지옥이 되고 있다
Bio통신원(김재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100일을 넘겼다. 전쟁의 이유를 막론하고, 결국 고통받는 건 시민들, 특히 어린이와 여성, 노인 등 약자들이다. 전쟁의 화마로 인해 질병이 확산되고 있어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 이미 가자지구에선 팔레스타인인 26,637명이 사망했고, 6만여 명이 다쳤다. 피란민은 190만 명에 달한다.
2024년 1월 30일 현재,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총 28,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했다. 팔레스타인인과 더불어 이스라엘인 1,410명이 죽었다. 여기에는 언론인 85명(팔레스타인인 78명, 이스라엘인 4명, 레바논인 3명)과 136명 이상의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종사자도 목숨을 잃었다.
더욱 심각한 건 전쟁이 야기한 전염병이다. 지난달 2일,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가자지구의 전염병 사례가 424,639건이라고 발표했다. 공식 집계는 진료소나 병원에 갈 수 있는 사람들만 대표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 수치는 훨씬 더 높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세로 인해 집을 잃은 190만 명의 사람들이 밀집된 대피소에서 36만 건의 질병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이스라엘의 전 국가안보위원회 의장 지오라 에일랜드(Giora Eiland)는 하마스가 더 빨리 항복하게끔 유도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거부하자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전염병이 확산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의 주장은 공중보건의들에 의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의료시설은 폐쇄되고, 위생 상태는 악화되고 있다. 식량 부족도 문제다. 약 58만 명이 극심한 굶주림을 겪고 있다. 가자지구 인구의 63%가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5세 미만 어린이 3만 명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빠졌다. 전 세계에서 온 구호물자가 투입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 소녀는 손에 빵을 꼭 든 채 아사했다. 전쟁으로 인한 상처는 아이들에게 트라우마까지 남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2023년 10월 17일 포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시신을 한 남자가 옮기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물 부족과 수인성 질병 그리고 폐기물
물 부족도 심각하다. 전쟁 전부터 이미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물을 제한하면서 식수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다. 전쟁 초기에 물 생산량은 5%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있었다. 2018년 현재, 수인성 질병은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주요 사망 원인이었다. 현재도 일부는 바닷물을 마신다고 한다. 이스라엘 타웁 사회정책 연구센터에 따르면, 가자지구 주민 1인당 물 할당량은 현재 하루 약 3리터인 반면,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50~100리터를 권장한다. 심각한 물 부족 상황인 것이다. 한편, 매일 10만 세제곱미터의 폐기물이 배출되고 있다.
가자지구의 빵집은 밀가루와 연료 부족으로 운영을 못하고 있다. 음식과 채소 등이 부족하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형국이다. 여성들에겐 생리대가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전기가 부족해 인큐베이터의 아기가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의료시스템 붕괴됐다. 지난달 중순 기준, 세계보건기구(WHO)는 59,895명의 어린이들한테서 설사가 발생해 66%나 늘었고 밝혔다. 10만 건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있다. 어린이가 아닌 인구에서는 55%나 설사가 증가했다. 수막염, 수도, 황달도 보고됐다. 피부병과 머릿니도 확산하고 있다.
부상당한 어린이와 남성이 가자지구의 알 시파 병원 바닥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A형 간염의 사례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가자 남부 칸 유니스(Khan Younis)에 있는 나세르 병원의 소아병동 책임자인 아흐메드 알 파라(Ahmed al-Farra)는 심각한 상황을 우려했다. 자신의 병동이 극심한 탈수증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로 가득 차 어떤 경우에는 신부전을 일으키고 심한 설사는 평소보다 4배나 높았다고 말했다. 지난 2주 동안 칸 유니스에서 A형 간염 사례가 15~30건에 달했다. 그는 “바이러스의 잠복기는 3주~한 달이므로 한 달이 지나면 A형 간염의 사례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 12월 10일 기준, WHO 통계에 따르면 가자지구의 36개 병원 중 21개가 문을 닫았다. 11개는 부분적으로 기능하고 4개는 최소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총 27개 병원이 파괴됐다. 음식, 물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염병은 사망으로 직결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이후, 가자지구에서 300명 이상의 보건부 직원과 의료진이 사망했다. 유엔(UN) 건강권 특별보고관 틀랄렝 모포켕(Tlaleng Mofokeng)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이래 가자지구에서 의료 서비스에 대한 공격이 최소 364건 기록됐다고 밝혔다. 유엔은 현재 가자 지구에서 ‘전염병 가능성’이 있는 14개 질병의 발생률을 추적하고 있다. 이질, 설사, 급성 호흡기 감염의 급증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한 의료진은 가자지구에서 하루에 20번 배변을 하는 4개월 된 아기를 치료한 적도 있다. 이 가운데 구호물자를 나르는 트럭은 대부분 차단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스라엘도 감염병 확산을 우려
이스라엘 역시 감염병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전투를 벌인 한 군인이 곰팡이에 감염돼 사망했다. 이스라엘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군인의 사망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치명적인 곰팡이 감염으로 인해 이스라엘 민간인에게까지 확산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유사한 곰팡이 감염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네게브벤구리온대학교의 전염병학자 나다브 다비도비치(Nadav Davidovitch) 교수는 다음을 우려했다. 가자지구에서 부상당한 군인 상당수가 오염된 토양과 접촉해 심각한 항균제 내성 감염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질병에는 국경이 없다”라며 “우리는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실은 군인들 사이에 전염병이 발생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 있는 병원은 슈퍼버그의 온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 군인들은 그곳에서 치료받지 않고 있다.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군인들은 이스라엘로 호송되기 전까지 가자지구의 진흙에 노출되면서 세균, 곰팡이, 기생충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
간접 사망이 직접 사망보다 15배 이상 많아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전쟁만큼이나 전쟁으로 인한 전염병도 무서웠다. 이라크, 콩고민주공화국, 예멘, 다르푸르를 포함한 대부분의 전쟁에서 직접적인 군사 공격으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질병과 기아로 사망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다. 공중보건 학자 베리 레비에 따르면, 전쟁 사망자 수를 보고할 때 거의 논의되지 않는 간접적인 건강 관련 사람이 직접 사망보다 15배 이상 많을 수 있다. 또 다른 공중보건 학자 데비 스리다르는 의료시스템의 복원 등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올해 가자인구의 4분의 1인 50만 명이 인프라 부족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대재앙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과연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신이 있다면, 대체 무얼 하고 있을까? 신이 없다면 무슨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킨 것일까?
<참고사이트>
1. https://www.mk.co.kr/news/world/10920694
2. https://www.yna.co.kr/view/AKR20240114023100009?input=1195m
3. https://vop.co.kr/A00001645805.html
4. https://www.yna.co.kr/view/AKR20231101071900009
7. https://jewishcurrents.org/epidemiological-war-on-gaza
8. https://en.wikipedia.org/wiki/Casualties_of_the_Israel%E2%80%93Hamas_w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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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과학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환경과 생태의 차원에서 과학철학에 대한 고민이 많고, 영화와 연극, 음악을 좋아한다. <동아일보>에 '과학에세이', <포스코투데이>에 '과학의 발견'을 연재한 바 있으며, '학술문화연구소(http://blog.naver.com/acacullab)'를 운영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 《다시 과학을 생각한다》(공저),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공저), 《자유롭게 김광석 이야기》 등을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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