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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학원 도전기] (2) 금 같은 시간과 돈 사이를 저울질하다. 유학원을 이용하지 않고 스스로 도전해 보자.
Bio통신원(kira(필명))
아침부터 찾아간 유학원은 굉장히 소규모였다. 시작하자마자 본 유학원의 장점을 홍보하는데 가장 큰 특징은 퇴직한 도쿄대학교 교수(전공은 특정할 수 없으나 문과계열)가 교수 컨택 과정을 도와준다고 했다. 퇴직한 교수가 무엇을 도와준다는 거지? 이게 무슨 말인가?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일본의 대학원은 일반적으로 교수에게 사전 컨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사전 컨택 과정에서 교수의 허락을 받아야만 입학 지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학교나 학과의 경우 사전 컨택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입학 후에 여러 연구실을 짧게 경험해 보고 최종적으로 연구실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가 대다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사전 컨택에 여러 방법을 활용하여 심혈을 기울이고 있단다.
알고 보니 이 은퇴한 교수를 통하여 원하는 연구실의 교수에게 나를 추천하는 메일을 보내준다고 한다. 도쿄대학 교수 출신이라는 것을 이용하여 “어찌어찌 알게 된 학생인데 그쪽 연구실에 입학을 원하고 있다. 괜찮은 학생이라서 해당 연구실에 자리가 있으면 이 학생을 추천해주고 싶다”라는 식으로 진행한단다. 이렇게 되면 학생이 직접 컨택 메일을 보낼 때 보다 답변이라도 받을 확률이 올라간다는 것. 아무래도 교수였던 사람이 추천 메일을 보내면 학생이 직접 보내는 상황보다는 거절 또는 무시하긴 어려워서 컨택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는, 에둘러 다른 교수의 연구실을 추천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는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본질적으로, 추천 제도가 강력한 무기인 것은 맞지만, 본인 실력으로 연구실 컨택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알지도 못하는 퇴직 교수에게 돈을 주고 추천을 매매하는 상황이라니… 심지어 내 전공 분야와 관련 있는 교수도 아니고 전혀 관련도 없는 문과 계열 교수의 추천 메일이라니. 내가 그 메일을 받는 교수라면 분야 전문가도 아닌 사람의 신뢰 없는 부탁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이런 방식으로 컨택에 성공한다고 해도 본인이 보여줘야 할 진정한 학업 잠재력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다.
이 외에도 지난 몇 년간의 유학원 출신 합격자들의 정보를 자랑하듯 보여주었다. 얼핏 봤을 땐 예체능계, 문과계 전공으로 진한학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이공계는 드물게 있었다. 특히 바이오 분야의 합격자는 더욱 없었다 (아마 일본행을 원하는 바이오 전공자가 많지 않아서).
합격자 정보에서 특이한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본 최상위권이라고 여겨지는 도쿄대, 교토대학의 합격자는 지난 10여 년간 손에 꼽을 정도이고, 특정 대학에 합격자가 몰려있었다. 그리고 나에게도 이 특정 대학에 지원해 보기를 슬쩍 권유하기까지 했다. 이때 눈치챘다. 이 유학원의 방식은 상위권 대학에는 쉽사리 통하지 않으며, 본인들이 주력으로 미는 대학이 있는 것을 말이다. 고수준의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못하고 비정상적인 추천으로 합격률만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 보였다.
실망스러웠지만 끝까지 상담을 받고 전형적인 입시 준비 과정과 유학원에서 도움을 주는 범위를 파악했다.
※ 일반적인 입시 준비는
① 학교/연구실/연구 주제 선정
② 입시 전형/과정/필요 서류 파악
③ CV/Cover letter 작성
④ 연구계획서 작성
⑤ 컨택 메일 보내기
⑥ 입학 지원 서류(원서) 준비/제출
⑦ 영어 또는 일본어 자격시험 성적 (TOEFL, IELTS, JLPT 등)
⑧ 입학시험 또는 면접정도로 나눌 수 있다.
※ 내가 유학원에서 도움을 받고 싶었던 부분은
① 일본 대학 출신의 전공 분야 졸업생을 연결해 주어 나의 CV, Cover Letter, 연구계획서를 일본 문화에 맞게 검토/조언해주는 것. (일본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의 일본 맞춤형 조언 필요)
② 내가 최종 선택한 학교와 연구실의 입학 전형/필요 서류 정보를 정리하여 전달해 주는 것. (시간 절약의 목적)
③ 합격한다면 입학 수속, 장학금 정보 리스트화, 비자 신청에 대한 도움. (시간 절약의 목적)
※ 유학원에서 도움을 주는 범위는 (계약서 상 기재된 내용의 일부)
① 모든 절차에 대한 상담과 구체적 정보 제공/지원 (수속과정, 학교선택, 교육과정, 관련비용, 현지생활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제공)
② 모든 서류 번역(일본어로), 에세이, 학업계획서 등 서류 샘플 제공 (과거 합격자들 것으로 예상)
③ 입시 관련하여 대학/교수 측과 일본어로 대리 연락, 입시 관련 업무대행
④ 서류 발송 안내
⑤ 비자 서류 점검 및 번역 업무
⑥ 기숙사 신청 업무
⑦ 출국 준비 안내
⑧ 신체검사 안내
⑨ 외국어시험점수 통보 요청 등이 있었다.
길지 않은 상담을 끝내고 유학원 이용에 대한 장단점을 따져보게 되었다.
[일본 대학원 전문 유학원 활용이 꺼려지는 이유]
듣기만 했는데도 뭔가 준비할 것들이 많아서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최종적으로 일본 유학원 비용을 물어봤을 땐 생각보다 비쌌고(330만 원), 유학원 활용 의지가 한풀 꺾였다. 그렇지만, 직장인으로서 이 많은 것들을 제한된 시간 안에 나 혼자 가능할지 걱정이 되었기 때문에 거금을 지출해야 하나 고민이 크게 되었다.
유학원이 가성비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CV/Cover letter와 연구계획서를 준비하고 교수에게 컨택 메일을 보내는 것까지가 막막하고 중요한데, 컨택을 한다고 해서 무조건 받아준다는 보장이 없다. 10 곳에 보내면 1 곳만 성공할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바로 성공할 수도 있다. 유학원은 10 곳 지원이든, 20 곳 지원이든 기본 비용으로 무제한 지원해주지 않는다. 기본 비용은 첫 컨택 기준이고, 그 이상 컨택을 원할 때마다 추가 비용이 있다. 추가 비용(1곳 당 50만 원)조차 큰 금액이다. 컨택 성공이 언제 될지도 모르고, 추가 지출이 얼마나 더 있을지 몰라서 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앞에서도 서술했지만, 방문했던 일본 대학원 전문 유학원에서 보여준 합격 사례들에서는 대부분 문과 분야나 예체능 분야의 합격자들이 많았다. 그분들의 전적 대학, 입학 대학원과 전공 등 여러 정보를 볼 수 있었는데, 바이오/제약과 관련된 사례는 드물었다. 물론 바이오는 미국으로 유학을 많이 가기 때문에 일본 유학 사례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이 유학원도 바이오 전공생의 성공 사례나 경험이 많지 않으니 전문적인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 대학원 전문 유학원 활용이 끌리는 이유]
시간과 수고를 아낄 수 있다.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들은 돈을 써서라도 수고를 덜고 싶을 것이 다. 지원자는 연구실을 선택하면 유학원은 그에 맞게 정보 수집, 일정 관리 등을 입학 전까지 알아서 처리해 주니 나는 필요한 서류만 준비하면 된다. 사소한 장점이지만 나에겐 필요한 부분이긴 하다. 유학원 도움 없이 스스로 도전해 보자! 잠깐 고민하고 나서 나는 스스로 준비하여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유학원은 포괄적인 범위에 서 기본적인 지원을 해줄 순 있지만, 내 전공(바이오)에 관한 지식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내가 원하는 조건의 연구실을 찾아주고, Cover letter와 연구계획서를 검토해 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저 정도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최소 330만 원이 넘는 거금을 투자할 경제적 여유도 없다. (경제적으로 충분하다면 일부 서비스만 이용했을 것 같긴 하다.)
차라리 지인 박사님들에게 여쭈어 “연구실과 연구 주제가 괜찮은 것 같은지? 내가 쓴 Cover letter와 연구계획서의 보완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를 받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유학원에서 관련 전공자를 연결해 주어 지원받을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준비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이런 것들을 전문적인 지식으로 서포트해 줄 수 없다면 내가 굳이 큰돈을 써야 할 이유를 모르겠더라. 더욱이 돈을 주고 추천을 받는다는 것은 나 스스로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았다. (물론 자금이 충분하다면 기본적인 도움이라도 받으려고 유학원 활용이라는 편한 길을 택했을 것이다.)
그리고 영어로 소통해도 받아주는 교수님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일본도 많은 외국인 유학생이 있고, 영어로 소통하는 연구실도 있겠지라는 긍정 회로를 돌린 것이다). 나 또한 석사과정을 보낸 연구실은 외국인의 비율이 절반이었고 모든 소통은 영어로 하는 곳이었다. 어차피 유학 원에서 대리로 소통해주어도 당분간 나의 일본어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고, 입학하더라도 실전 일본어를 익히지 않으면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순 없는 노릇이니 내 현실에 맞는 진실된 도전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 과대망상하자면, 교수 입장에서도 (대리 소통을 통해) 메일로는 일본어를 잘만하더니 만나보니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학생이라면 실망감 또는 배신감이 들 수도 있다.
스스로 해보기로 했으니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유학원 홈페이지, 구글링, 일본 대학원을 졸업한 지인 등으로부터 일부 정보와 궁금증을 해결했다. 이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일본 대학원과 관련된 일반적인 정보는 위 채널들로부터 얻을 수 있지만, 일본 바이오 대학원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는 찾기 힘들었다 (나중에, 지원하길 원하는 연구실에 있는 대학원생에게 메일을 보내서 정중히 물어보아 해결하긴 했다).
기본적으로 얻은 정보는 일본은 구(舊)제국대학들(현재는 제국대학이 아니지만)이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 사립대보다는 국립대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었기에 나는 제국 대학들을 우선시하여 연구실을 찾아보기로 했다.
이제부터는 위에 기록된 입시 준비 목록을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 보도록 하자. 그리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질문을 던져 답을 얻도록 하자. 나에게 필요한 맞춤형 정보는 쉽게 구할 수 없고, 남이 해주는 정보 조사는 그 정확성과 신뢰성을 어차피 내가 검증해야 하기에 본인이 직접 정보 조사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다소 번거롭고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투자를 하는 만큼 내가 입학에 성공할 확률도 높아지고 실패하더라도 후회가 없을 것이다.
다음 스토리는 대학/연구실/연구주제 선택에 대한 과정을 기록해 볼 것이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멘트는 언제든지 환영이니 댓글창에 달아주세요.
(※본 원고는 개인적 생각이며 과학적 사실 또는 다수의 생각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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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를 모르는 청년의 일본 대학원 진학을 위한 지난 1년의 도전기를 기록합니다. 바이오 분야에서 일본 대학원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기에, 홀로 대학원을 도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영어가 쉽사리 통하지 않는 일본에서 영어만으로 입시 과정을 진행한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그곳으로 도전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를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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