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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약리학자가 이야기하는 임상시험] 임상시험의 정의와 종류
Bio통신원(선우정)
임상시험의 의의는 새로운 진료의 표준을 확립한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임상시험의 결과는 의학 교과서, 치료(진료) 지침, 보험 급여 기준 등에 반영된다. 한편으로 임상시험은 신약 개발의 핵심이기도 하다.
임상시험의 정의는 “인체 또는 인체의 적출물, 정보를 이용하여 진단, 치료, 예방, 건강증진 방법(의학적 수단, 약물, 수술, 기구, 행동)의 특성(안전성, 유효성, 약동학, 품질)을 탐색 또는 확증하고자 미리 정해진 프로토콜에 따라 수행하는 임상연구의 일종이다. (그림 1)
임상시험은 크게 개발 단계와 목적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개발 단계에 따른 분류는 제1, 2, 3, 4상 임상시험으로 나뉜다. 표 1은 각 phase별로 임상시험의 주요 특성을 정리하였다. 약물의 특성에 따라 임상시험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 필요 대상자 수 등은 달라질 수 있다. 모든 연구가 그렇듯이, 임상시험도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목적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으면 평가 항목이 지나치게 다양하고 우선순위가 사라져서 이도저도 아닌 결과물을 얻을 확률이 증가한다.
제1상 임상시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시험약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아무리 약효가 좋은 약이어도 안전하지 않으면 독이 된다. 제1상 임상시험의 주요 대상자 집단은 건강한 성인 자원자인데, 사람에게 처음으로 투여하는 신약 임상시험을 특히 first-in-human 1상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제1상 임상시험에는 약물상호작용 평가 임상시험(drug-drug interaction study), 음식물 영향 평가 임상시험(food effect study), 생물학적동등성시험(bioequivalence study)이 포함된다. 제1상 임상시험은 건강 자원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임상시험보다 약물의 시간에 따른 혈중 농도 프로파일을 모두 얻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대상자에게 약물 투여 후 체내에서 약물이 거의 소실될 때까지 미리 프로토콜에 설정해둔 채혈 포인트마다 혈액 검체를 얻어 혈중 약물 농도를 측정한다. 이로써 약물의 인체 내 약동학 특성을 자세히 얻을 수 있다. 투여 후 몇 시간만에 혈중 농도가 최고치를 보이는지, 몇 시간 후에 체내에 약물이 거의 소실되는지 등 흡수, 분포, 대사, 소실에 관한 자세하고 기본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제1상 임상시험에서 얻은 약동학 자료는 향후 진행되는 환자 대상 임상시험의 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중요하고, 시험약이 규제기관으로부터 승인 받을 때 중요한 기본 자료가 되어 약의 라벨(label)에 기재된다.
제2상 임상시험부터는 주요 대상자 집단이 환자 집단이면서 필요 대상자 수가 수백 명 이상으로 증가한다. 시험약의 안전성뿐 아니라 유효성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한 대상자 당 필요한 관찰 기간도 제1상 임상시험보다 길다. 그래서 대부분의 대규모 환자 대상 임상시험은 다기관에서 수행한다. 첨언으로, 최초의 다기관임상시험은 1944년 미국에서 하나의 프로토콜로 수행되어 당시 모든 기관의 결과가 함께 평가되었다. 이로써 시험대상자 수와 인구 범위를 확대하여 임상시험의 설계와 분석의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 제2상 임상시험은 2a단계와 2b단계로 나눌 수 있다. 제2a상 임상시험에서는 시험약 용량 및 용법을 평가하여 PoC 연구(Proof-of-Concept study)로 불리기도 한다. 제2b상 임상시험은 더 적은 옵션의 시험약 용량 용법에서 약물의 효능을 평가한다. 신약 개발의 주요 go/no-go decision은 많은 경우 제2상 임상시험 단계에서 결정된다.
제3상 임상시험은 일반적으로 현재의 표준 치료(standard therapy)와 시험약을 대규모 환자 집단에서 비교하도록 설계된다. 제3상 임상시험에서까지 시험약에 대한 정보를 획득한 후에, NDA (New Drug Application)가 US 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나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MFDS,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등 규제기관에 제출된다. 규제기관은 제출된 모든 데이터를 검토하고, 데이터가 타당하고 판단하면 시험약의 시장 출시를 승인한다.
제4상 임상시험은 사실 시판후감시(PMS, Post Market Surveillance)로 의약품이 시판된 후 해당 제품의 안전성과 효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과정이다. 많은 제약회사가 PMS팀을 따로 운영하고 있으며, 국가 차원에서도 PMS 데이터 수집은 제품 사용 중 발생하는 잠재적인 위험을 탐지하고 조치를 취해서 공중 보건과 소비자 안전을 보장하는 데 중요하다.
임상시험 목적에 따른 4가지 분류는 ICH-GCP E8에 따른 것으로 임상약리학(clinical pharmacology) 연구, 치료 효과 탐색(therapeutic exploratory) 연구, 치료 효과 확증(therapeutic confirmatory) 연구, 치료적 사용(therapeutic use) 연구로 나뉜다. 그림 2는 개발 단계에 따른 분류와 목적에 따른 분류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는지 보여준다. 개발 단계가 증가할수록 치료적 사용이라는 목적에 더 가까워진다. 또한 모든 개별 연구는 목적 설정, 설계, 수행, 분석, 보고의 단계를 가진다.
이 외에도 제0상 임상시험(Phase 0 clinical trial)이라는 개념도 있다. 마이크로도징 연구(micro-dosing study)라고도 하는데, FDA에서 극미량의 약물로 체내 동태를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지칭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이다. FDA에서 2006년에 발간한 가이드라인인 “Guideline on Exploratory Investigational New Drug Studies”에서 정의되었다. 치료 효과를 일으키기에 너무 낮은 용량이므로 제0상 임상시험으로는 안전성이나 효능에 대한 데이터는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약물을 개발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제0상 연구를 수행하여 사람에서 최적의 약동학 특성을 가진 후보 약물을 선별하여 추가 개발로 이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때로 일관성이 부족한 비임상 동물실험 데이터에 의존하는 대신 적절한 인간 모델에 기반한 go/no-go decision을 내릴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이번 글에서는 임상시험의 의의, 정의, 종류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의뢰자주도임상시험(SIT, sponsor initiated trial)의 기획부터 종료까지 흐름에 대해 소개한다.
참고문헌
2. Friedman, Lawrence M., et al. Fundamentals of clinical trials. springer,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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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산업의 꽃인 신약개발은 후보 물질 발굴, 선도 물질 선택, 비임상실험, 임상시험, 시판허가획득, 시판후안전성평가라는 생활사를 가진다. 이 중 임상시험부터는 약물 유효성뿐 아니라 인간 윤리와 권리, 대상자 안전성, 사회경제적 상황, 취약계층, 보험수가 등 많은 점을 고려하게 된다. 본 연재에서는 4회에 걸쳐 임상연구 윤리를 중심으로 본 임상시험의 역사, 정의, 종류, 의뢰사주도임상시험의 기획부터 종료까지, 실제 US FDA 시판허가 승인을 획득한 약물의 IND file 리뷰를 다룬다. 이에 대한 이미 많은 좋은 책들이 시중에 있으므로, 온라인에서 임상시험에 대한 간략하고 정확한 지식을 독자에게 제공하는 게 필자의 궁극적 목표다. 필자가 임상약리학에 발을 들인 지 올해로 8-9년째가 되었다. 인턴을 마치고 의사들 사이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임상약리학과에 입문할 수 있었던 건 개인적으로 행운이었다. 병원에서 의사과학자로서 일하고 있다. 학문과 직업과 사람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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