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디어 인터뷰 당일이 되었다. 호텔 앞에서 밤새 이어진 소음에 겨우 잠이 들어 생각보다 늦게 깨 버려서 부랴부랴 준비하고는 Caltrain을 타기 위해 Uber를 타고 San Francisco 역으로 향했다. 긴장을 풀기 위해 Uber 기사님에게 괜스레 ‘저 오늘 중요한 인터뷰 있는데, 제 영어 발음이나 내용이 알아듣기 편한가요?’로 시작하여 몇 마디 말을 걸어 보았는데, 친절하신 기사님은 아빠 미소를 지으시며 ‘너의 영어는 완벽하다!’라고 말씀해 주셨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동했다. 외국인이니 으레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나는 조금 전 긴장이 풀리며 할 수 있다며 스스로 되뇌었다. Caltrain을 타고 대략 한 시간을 이동했고, 바깥 풍경을 잠시 즐기다 노트북을 펼쳐 내 발표 자료를 한 번 더 확인했다.
Palo Alto 역에 도착해서 멘토 박사님의 라이드로 이동했는데, 내가 일하게 될 건물까지는 한참이었다. 드넓은 학교 안에서 길을 잃어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나는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건물에 도착하면 이메일을 보내서 알려 달라던 교수님에게 만나기로 한 시간의 10분 전쯤에 메일을 보내 두었다. 교수님은 곧 나가겠다고 답을 주셨고 나는 로비에 앉아서 숨을 고르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었다.
약속 시간이 조금 지난 뒤 교수님이 나타났고, 만난 적은 없지만 사진과 Virtual 학회에서 이미 얼굴을 익혀 두었기에 바로 알아보며 인사를 나누었다. 교수님은 만나서 반갑고, Omicron으로 연기된 학회에 대해서 아쉽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렇게 몇 마디 나누면서 교수님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냉장고 문을 열며 여러 음료수 중 무엇을 마실지 고르라고 하셨고, 나는 라즈베리 탄산음료를 마시겠다고 했다. 그렇게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인터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인터뷰 내용은 ‘왜 많고 많은 당뇨병 연구자 중 나였나?’부터 시작하여 그 연구실에서 내가 배우길 원하는 것들, 포닥을 마친 후 나의 목표 같은 개인적인 질문뿐만 아니라 나의 연구 내용 중 교수님께서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한 설명, 내가 했던 연구를 앞으로 새로운 랩에서 할 프로젝트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등 연구에 관한 깊은 이야기까지 나누었다. 그리고 끝에는 자신에게 궁금한 점이 있는지를 물어서 나 역시 여러 질문들을 하였고 답변을 들었다.
그렇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누군가가 노크를 하며 들어왔고, 교수님께선 5분 뒤에 마칠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셨다. 하던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교수님은 나를 아까 노크했던 사람에게 소개해 주시며 랩 구경을 부탁하셨다. 랩을 둘러보니 새로 생긴 건물에 세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랩답게 기기나 기구들이 모두 새것으로 보여서 너무나도 설렜다. 당장이라도 이곳에 와서 실험을 시작하고 싶은 기분이 가득 들었다.
모두 둘러본 뒤에는 Conference room으로 안내를 받았다. 큰 타원형의 테이블을 따라 의자들이 놓여있었고, 앞쪽에는 스크린이 내려와 있었다. 방으로 들어오는 랩 멤버들과 인사를 나누며 내 소개를 간단히 했다. 가져온 노트북을 스크린과 연결하였고, 내 발표 자료 첫 화면이 스크린을 메우자 다들 그곳을 주목했다. 교수님께서 들어오시고 랩 멤버들에게 내 소개를 다시 한번 하셨다. 점점 다가오는 발표 시간에 나는 다시 ‘잘할 수 있다!’를 속으로 되뇌곤 했다.
드디어 발표를 시작했고, 나는 내가 어디에서 왔으며, 왜 과학자를 꿈꾸게 되었는지 간단하게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곁들였다. 본격적으로 박사과정 동안 했던 연구에 대해 소개하자 교수님이나 포닥 혹은 학생들이 중간중간에 질문을 했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 가장 두려웠던 것이 내가 질문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알아들었어도 답변을 잘하지 못할까 하는 것이었는데, 신기하게 모두 알아들었고, 답변도 제대로 했다. 중간에 질문과 답변까지 포함되어 거의 1시간에 달했던 발표 시간이 끝났고, 모두들 나의 박사과정 동안의 노고에 대해 칭찬하며 박수를 쳐주었다.
그러고 나서 모두 함께 바깥으로 나가 배달된 피자를 나누어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교수님은 나에게 언제 떠나는지를 물었고, 나는 이틀 뒤에 간다고 했더니 그전에 연락 주겠다는 말을 남기며 일이 있어서 먼저 떠나셨다. 그 후로도 랩 멤버들과 한참을 Palo Alto의 불탈 것 같은 태양빛 아래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는 랩 구경을 한 번 더 시켜 달라고 부탁하여 다시 둘러본 뒤에 다음에 다시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인사를 하곤 떠났다. 오전 11시에 들어가서 오후 2시 30분에 건물을 나섰다. 이렇게 시간이 흐른 지도 깨닫지 못한 채 즐겁게 보냈다.
야자수가 가득하고 거길 오르락내리락 하는 청설모들과 지저귀는 새들,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 있는 아름다운 Stanford 교정을 걸으며 나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게 느껴졌다. 내 인생의 첫 포닥 인터뷰였는데 크게 긴장하지 않고 잘했고, 너무나도 걱정과 고민이었던 영어도 할 수 있구나를 느끼며 뿌듯한 기분이었다. 이곳에서 포닥을 시작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다. Stanford 기념품 가게에 들러 인형과 학교 로고가 박힌 후드 짚업을 하나 구입하고 꼭 이곳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을 품었다. 이렇게 길었던 인터뷰 날의 하루가 저물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기사 오류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