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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67. 슬기로운 미쿡 생활(30) - 미국 자격증 취득하기
Bio통신원(만박사)
2023년 1월 1일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연구 모두 대박 나시길 바랍니다.
미국에서는 본업 이외에 부업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미국에 살아보니 왜 부업이 필요한지 절실히 느껴진다. 지난 10월 21일 자로 회사와 계약을 종료한 뒤로 쉬면서 할 수 있는 일(본업 이외에)을 찾아보기로 했다. 올해 9월에 K학년에 입학하는 막둥이(오후 4시 전에 하교하므로 엄마들의 고생이 덜해진다.)가 있기 때문에 그 안에 라이선스가 필요한 업종으로 알아보게 되었다.
내가 평소에 보험에 관해 관심이 많아서 잘 아는 보험컨설턴트와 이것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에서 스폰서를 하면 여러 가지 혜택이 있으므로 join 해 보라는 권유로 대화를 마쳤다. 그때가 장거리 여행을 가려던 시점이라서 여행을 다녀오고 11월 4일부터 합류하겠다고 이야기를 해놨다.
우선, 공부하는 것도 돈이 필요하다. 회사에 지불하는 금액으로 100불을 지급하고, 문제 은행 같은 홈피에 등록을 하면 한 달 수강료가 할인이 되어 59.99불에 이용이 가능하다(또한 나중에 다양한 보험사와 contract을 맺을 때 무료로 가능한 메리트가 있다.). 이용하는 콘텐츠는 life insurance 관련 11 chapter, health 관련 8 chapter로 구성되어 있는데, 간단한 설명과 video 수업과 내용정리, 문제 이렇게 한 chapter에서 70점 이상을 맞아야 다음 chapter로 넘어갈 수 있다. 처음에는 굉장히 쉬웠다. 이 정도면 금방 끝내겠다 싶었는데, 점점 갈수록 10개 15개였던 문제의 양이 80개 이상까지 늘어났다. 이 온라인최종시험에서 70점이 넘으면 한 달 더 이용할 수 있도록 수강권이 연장된다. 사실 이것을 모르고 나는 악착같이 30일 안에 끝내려고 마음을 먹었다. 11월 4일에 시작을 해서 12월 4일까지 못 끝내면 44.95불인가 더 내고 한 달 연장을 하는 줄 알았다. 나도 모르게 최종문제를 한번 풀었는데, 70점으로 통과가 되었다. 25일 만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 이메일로 합격 번호를 부여받고, 시험장을 선택하고 시험 볼 일정을 선택하라는 공지를 받았다. 12월 28일에 남편이 집에 있을 것 같아서 그때로 선택을 했다. 시험 접수비는 60불이고, 불합격하면 또 60불을 주고 다시 예약을 해야 한다(온라인 합격된 자는 재시험이 3번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그 안에 합격을 못하면 다시 처음부터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한다.).
*https://xcelsolutions.myabsorb.com/#/public-dashboard
연장된 페이지에서는 아래와 같이 연습 삼아 풀 수 있는 문제가 몇 개 더 있다. 첫 200문제는 좀 쉬워서 91점이 넘었고, 두 번째는 87.33으로 패스했고, 마지막 140문제는 결국 85점을 못 넘었다. 실제 시험은 70점 이상이면 합격이기 때문에, 나는 이 정도면 무사히 통과하겠구나 생각했다. 미리 시험을 대비하는 것이라 이 단계에서는 85점을 넘어야 통과한다고 적혀있다.
미국에서 자격증 공부는 시험을 위하여 따로 책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으며, 컴퓨터로도 가능하고, 핸드폰으로도 누워서 공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아래와 같이 폰으로 공부를 하면 틀린 문제를 쉽게 캡처 하여 그것만 따로 공부하면 된다. 찍어서 맞은 문제도 같이 캡처를 한다.
어느 정도 문제를 풀다 보면 감이 생겨서, 답만 봐도 답이 툭툭 튀어나온다. 크리스마스 연휴기간이 넘어야 할 산이였다. 교회에서 가족 합창을 했고, 아이들도 맡은 역할이 있어서 연습하느라 교회를 자주 갔다. 연휴가 끝나고도 이 집 저 집에서 놀러 오라고 하여 시간을 보냈더니 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시험 전날에는 숫자와 관련된 문제만 따로 캡처 했다. 당일 시험장에 도착하여 정리된 문제만 정도 보고 들어가려고 프린트해 갔다. 12월 28일, 드디어 시험을 보러 가는 날이 다가왔다.
집에서 11분 거리, 내가 예약한 시간이 오전 11시 30분인데 사람들이 그냥 불규칙하게 들어간다. 미리 들어가도 시험을 볼 수 있나? 싶어서 문으로 들어갔다. 결론은 도착한 시간에 아무 때나 시험을 칠 수 있었다. 나는 10시 25분에 들어간다는 서류에 서명을 하고 신체검사를 했다. 신체검사는 공항에서 하는 것과 비슷한데, 양쪽 바지 주머니를 꺼내봐라, 손목이 보이게 옷을 올려봐라, 발목이 보이게 바지를 올려봐라, 저쪽 카메라를 보고 서라(전신 스캔), 반대 방향 카메라를 보고 서라 (전신 스캔), 신분증에 있는 서명을 그래도 하라고 했는데, 모양이 약간 다르게 나왔는지, 다시 하라고 하신다. 시험장은 실내온도 21-23도를 유지한다고 들어가는 문에 적혀있었다.
이 과정을 마치고, 직원을 따라 들어가니 독서실처럼 생긴 곳 중에서 3번 자리에 앉으라고 알려 주었다. 화면에 응시자 이름이 뜨고, 그때부터 시험을 칠 수 있었다. 140문제에서 70점 이상 맞아야 하고, 남은 계산은 70문제, 70문제 나눠서 컴퓨터가 체크를 해줬다(알려주는 이가 없어서 여기에서 잠시 혼선이 왔다. 몇 개 안 풀었는데,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1교시는 전체시간 중에 1/2에 해당하는 시간만 카운트되었다. 2교시는 나머지 시간으로 배분). 한국에서도 자격증 시험은 대학교 때 정보처리기사를 본 것이 마지막이므로 거의 22년 만에 이런 시험을 보는 셈이다.
처음 몇 문제를 풀어보니, 떨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문제와 답을 외웠는데, 실제 시험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탈락을 염두에 두고 마음 편히 시험을 보았다. 10시 25분에 들어갔고, 12시 47분쯤에 나왔으므로 2시간 20분 정도 소요된 셈이다. Final 버튼을 눌렀는데, 점수는 안 보이고 Grade에 PASS라고 적혀있었다. 이게 합격이라는 의미인 줄 몰랐다. 기대를 안 했기 때문에, 이제 몇 분 뒤에 이메일로 결과 SCORE를 준다고 하길래, 사물함 앞에 의자에 앉아서 점수를 확인했다. 그 순간, 어? 나 왜 합격했지? 좀 난감했다. 70점이 커트라인인데 딱 70점을 맞은 것이다.
동료에게 카톡으로 이 사실을 알렸더니, 축하한다는 답장을 받았다. 이제 1월부터 회사 회의에도 꼬박 참석해야 하고, 직원들 단톡방에도 이미 가입이 되어 있어서, 이제 이쪽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나에게는 신박한 경험이었다. 미국에서는 라이선스 시험을 이렇게 보는구나, 과정이나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지만, 여기서 정리하려 한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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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고학력 경력단절 여성 문제는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강구하고 시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경력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엄마 과학자들이 많이 있으리라 본다. 나의 첫 포닥 3년 이후로는 경력단절 3년, 경력복귀 7년 반(한국에서의 연구활동)의 일상을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1-37회)에서 공유한 바 있다. 미국으로 이주 후에는 바이오 회사를 다니면서 정착을 위해 겪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에 대하여 소소히 공유해보고자 한다(슬기로운 미쿡생활 38회-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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