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부터 10까지] 감정에 흔들릴 때면, 내 주위를 비워낸다.

Bio통신원(워킹맘닥터리)

등록 2022.07.29
조회 3010

9-1.
끝없는 걱정과 고민도,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알아야겠다는 욕심도 결국엔 집착이다.
그리고 집착을 하면 만물의 무상함을 깨닫지 못한다.
집착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 그 빈 공간에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여유가 들어올 수 있다.

미니멀리스트 붓다의 정리법 - 레기나 퇴터

요즘 나의 관심사 중 하나는 미니멀라이프이다.
아기가 생기며 늘어나는 짐들은 많은데, 집의 공간은 한정적 이여서 그런지. 혹은 아기용품은 내 마음대로 비우기가 더욱 힘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가진 것들 중 꼭 필요한 것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차차 비워내려고 노력 중이다.

미니멀라이프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 의해 피해를 입었던 사람들로부터 시작된 생활양식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확산되어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미니멀라이프에 관련된 서적들을 읽고 그중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골라내어 실천해보고 있다. 집은 아무리 치워도 한계가 있는데, 내 연구실은 나만의 것이라 비워내기가 더 쉬워서 그런지 몰라도 한창 비워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연구비 수혜를 받고 필요한 것들을 하나둘씩 구매하고 있지만 실험을 위한 공간을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기 때문에 내 연구실 안에 하나씩 들여놓기 시작하면서 더욱 짐이 늘어났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9-2.
교수는 책에 둘러싸여 있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제는 책들도 전자책으로 대여와 반납, 보관이 가능하고 웬만한 논문들과 학회지는 다들 PDF로 확인한다.

감정에 흔들릴 때면, 내 주위를 비워낸다.

아무리 필요한 reference라도, 폴더 하나를 만들어 저장해두면 언제든 열어볼 수 있고 컬러 사진은 컴퓨터 화면을 통해 더욱 선명하게 확대하여 확인할 수 있으니 굳이 종이로 된 인쇄본을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다.

연구실을 조금이라도 더 간소하게 하기 위해 하나씩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책상 서랍을 뒤져 모든 것을 다 꺼내 두고 필요 없는 것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주거나 비워냈다. 보관함을 열어 3년 이상 사용하지 않았던 것들은 다 비워냈다.

파일들을 하나씩 열고 확인하여, 적어도 5년 이상 보지 않았던 reference 논문들은 다 비워내고 그중 필요한 것들은 PDF로 다운로드하여 폴더 안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뒤 재사용 가능한 파일들은 놓아두고 나머지는 비워냈다.

중복되는 책들 중, 낙서가 심하거나 혹은 내용이 너무 오래되어 현재의 이론과 맞지 않는 것들도 깔끔하게 비워냈다. 묵은 먼지들은 물티슈로 닦아내고, 빗자루 질을 꼼꼼하게 하여 먼지를 없앤 뒤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시키고는 연구실 내부를 다시 찬찬히 둘러보았다.

문구용품은 사도 사도 필요한 것이 끝없었는데, 정리하며 나온 3공 파일과 비닐 파일, 집게, 클립 등의 문구용품이 한 박스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그중 새것이나 좋은 것들은 따로 모아두었다가 수업 시간에 간단한 게임을 하며 학생들에게 나누어주었다.

9-3.
일하다가 힘든 일이 생길 때에는 이렇게 몸을 움직이고 무엇인가를 비워낸다.
공간이 비워지면 헛헛해질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공간의 비워짐은 마음의 비워짐으로 잘 연결된다.

물건을 버리는 것만큼 마음의 짐도 쉽게 버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아도 공간을 비우는 것만큼 마음의 짐을 일부 덜어낼 수 있는 쉬운 방법도 없는 것 같다.

... 그래서 내 연구실은 항상 깨끗하다.
이건 좋은 일일까? 슬픈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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