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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과학자 창업 도전기] 15화. 기업부설연구소 설립은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Bio통신원(땡그리엄마)
우리는 창업 초기, 선배 대표님의 도움으로 창업 과정에서 연차별로 과업을 설정하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란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연차별 최종 목표를 설정하고 그 시간들이 모여서 만들어줄 중장기 계획을 창업 초기부터 설정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상황에 따라 계획이 바뀔 수 있겠지만, 원하는 것들을 성취하며 얻어지는 그 성취감이 창업을 유지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우리는 그 조언을 받아들였고, 창업 2년 차 계속 매년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달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우리의 사업 전략은, 목표 깨기인 셈이다. 마치 오락실 도장 깨기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우리의 창업뽀개기 1년 차 목표는 월급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그 목표는 성공했다.
2년 차의 목표는 기업부설연구소 설립이었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목표였다. 그 이유는 기업부설연구소란 창업자가 마음대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공식 인증을 받아야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부설연구소의 규정이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내에는 과학기술에 관련된 법이 존재한다. 이 법령에 따르면 기업은 연구 개발 활동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 연구기관 (=연구소) 혹은 연구개발부서 등을 설립할 수 있는데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의해 인정받아 관리되게 되어 있다. 1
인정을 받아 관리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당연히 법령에 따라 필요한 요건도 정해져 있다.
그 관리 요건은 다음과 같다.
연구전담 활동이 가능한 분리된 공간
연구전담인력 확보
연구에 활용한 기자재
연구소/전담부서가 존재할 장소 확보
이 규정에 맞게 조건이 성립되면 직접 신청을 하고, 이를 담당하고 있는 기관에서 승인해줌으로써 절차가 완료되는 생각보다 간단한 업무이긴 하다. 다만, 이 조건을 모두 맞추는 것이 어려울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스펙트럼이 넓은 과학기술 분야의 특성을 고려할 때, 어떤 분야에서는 연구전담 활동을 하기 위한 공간을 찾는 것이 어려울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누군가는 기자재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설립과정을 진행하면서 나와 동료가 얻은 깨달음이란, 국가에서 굳이 법령을 만들어 기업부설연구소나 전담 부처를 인정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은, 결국 최소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초란 이 정도 요건은 필요하다는 아주 최소 조건이라는 점이다. 즉 이 정도 요건도 갖추지 못한다면, 연구하고 있다는 소리 하지 말란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반년간 이 요건을 맞추기 위해 무던히 노력을 했었다. 우리의 허들은 사실 공간이었다. 우리는 유기합성을 기반으로 하는 신약 연구를 하는 스타트업이다. 정확하게 유기합성연구가 주력이 되는 전임상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연구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즉, 합성 연구실이 필요한데, 이러한 실험이 가능한 공간을 찾는 일이 보통 쉬운 것이 아니었다. 주변에 바이오 실험실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다양한 벤처기업 입주 공간들이 존재하고 있었으나, 실험실을 꾸릴 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입주 공간들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최근 모든 산업에 AI를 접목한 이후, 바이오기업 입주가 가능하다 해서 가본 한 입주 공간에서는 AI를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기업만 입주가 된다고 한적도 있었다. 그래서 그 입주 공간에는 실험실을 사용하기 위한 수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또 다른 입주 공간에 지원하기 위해 상담을 했더니, 바이오 실험은 가능하지만, 화학실험은 안된다고 한 적도 있었다. 다녀본 결론은, 신약개발연구에 대한 오해가 너무나도 깊어, 신약연구에는 바이오만 있고 화학은 지워져 버린 느낌이었다. 이런 맨땅에 헤딩하는 나날들이 지나가다 간신히 입주를 하게 된 곳이 지금 우리 연구소가 있는 공공기관이다. 다행히 운좋게, 학위과정동안 있었던 공공기관에서 입주기업공간을 제공해주고 있었고, 필사의 발표 끝에 우리는 드디어 흄후드를 설치하고 수도가 있는 공간에 들어올 수 있었다. 실험이 가능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첫번째 미션을 완료한 셈이다.
그리고 연구소 설립에 맞춰 함께 일할 동료를 스카우트해왔고, 우리는 그렇게 기업부설연구소 신청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로써 두 번째 중요 미션이었던 연구전담인력 확보라는 미션이 완성된 것이다.
연구소 설립을 위해 필요한 인력을 연구전담요원이라고 법령에서는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연구를 할 수 있는 최소요건을 만들기 위해 몇 명 이상이라는 인원 제한도 브레이크로 걸어두고 있다.
기업부설연구소/연구전담부서 설립 인적요건2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춰 인원을 설정하면 되는데, 우리는 벤처기업으로 2명을 인원으로 체크하여 신청을 했다. 참. 이 연구인력 요건에는 주의사항이 존재한다.
연구전담인력은 자연계 학사 이상이어야 가능함. (산업디자인 분야나 서비스 분야가 주 업종이면 자연계 분야 전공자가 아니어도 가능)
창업 3년 차 소기업은 대표이사가 자연계 학사 이상이면 연구전담인력으로 채용이 가능함.
연구활동 이외의 활동을 전담하는 직원이 별도로 존재해야 함.
즉,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기 위해 연구전담인력 2명만 있다면 기업부설연구소는 설립이 불가능하다. 연구 이외의 활동을 하기 위한 전담 직원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엔 부설연구소가 아니라 전담부서로 설립하는 것이 가능성이 높다.
나의 경우, 연구활동 이외의 활동을 담당할 동료가 있었고, 나는 연구전담요원이 가능했기 때문에, 나와 같이 연구전담인력이 돼줄 인원 한 명을 더 확보하고, 공간이 존재하고 기자재를 들인다면 기업부설연구소 설치가 바로 가능하다고 판단,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참고로 연구개발전담부서건 연구소가 설립된 뒤, 연구활동은 모두 연구노트를 통해 증명한다. 평소 연구활동을 해온 사람들에게 연구노트는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실제 이런 연구소를 보여주기 식으로 설치하고 세금 혜택만 보려는 사람들이 존재하다 보니 연구노트 작성 대행업체 등 온갖 이상한 사람들이 창업씬에 돌아다니곤 한다. 진지하게 창업을 고민한다면 가끔 만나는 이상한 사람들을 잘 걸러내는 능력이 중요할 수 있다.
평소 본인이 생각하던 기본적인 기업의 연구활동에 필요한 상황, 바로 그 상황이 갖추어진다면 연구소 설립은 어렵지 않다. 설립 이후 사후관리 역시, 평소 연구자들이 하는 일을 그대로 잘 진행한다면 이 또한 문제가 될 것이 전혀 없다. 다만 생각보다 연구소를 세금 혜택을 위해 난무하는 사람들이 있고, 연구소라고 말만 씌우고 연구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고, 그러다 보니 기업부설연구소 설립이 큰 의미가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종종 만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활동을 하기 위한 정말 기본 요건을 갖추었다는 것을 서류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구기업이 되겠다는 우리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하고 말이다. 더 중요한 의미는, 올해 목표한 도장깨기를 생각보다 빨리 깼다는 점 아니겠는가? 물론 도장깨기 하나가 끝났다고 해서 올해 모든 목표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기초연구진흥 및 기술개발 지원에 관한 법률 제14조의 2 (기업부설연구소 또는 연구개발전담부서의 인정 등)에 따라 기업부설연구소 혹은 연구개발전담부서를 인정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연구개발 과제 등에 참여가 가능해진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는 기업부설연구소/전담부서 설립과 사후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달라진 것들이 있다면 바로바로 변경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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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과학자로 살기 위해 정치하는 엄마가 되었고, 사단법인 ESC 회원이 되었습니다. 사실은 신약을 만드는 게 꿈이었던 유기화학자입니다. 엄마 과학자를 포기할 수 없어 지금은 벤처 창업가가 되었습니다. 엄마 과학자가 고군분투하는 창업 도전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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