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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에게 주고 싶은 면역학 연구 노트] #9_MHC tetramer
Bio통신원(박은총)
면역학 실험에 매우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쓰이는 실험기법중 하나가 MHC tetramer를 이용한 실험이고, 직접 실험에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용한 실험 데이터를 논문들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MHC tetramer가 갖는 문제점을 모른 채 해당 기법을 사용하게 될 경우 데이터를 틀리게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MHC tetramer의 원리를 소개하고 이에 따른 문제점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Antigen tetramer 소개: 특정 항원을 인식하는 B cell을 분석하는 도구
우선 MHC tetramer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MHC tetramer를 설명하기 앞서 비슷한 개념인 Antigen tetramer를 먼저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Antigen tetramer는 특정 항원을 인식하는 B cell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알기 위해 사용되는 실험 재료입니다 (그림. 1).
B cell은 B 세포 수용체(B cell receptor, BCR)를 통해 특정 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합니다. 그리고 BCR이 세포막에 붙어있지 않고 세포 밖으로 분비된 형태는 많은 실험에 널리 사용되는 항체(Antibody)입니다. 물론 BCR과 항체는 기능적으로 차이를 갖지만, 특정 항원에 결합한다는 관점에서만 보자면 BCR과 항체는 근본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B cell은 매우 다양한 항원을 인식하는 BCR을 만들어내는데, 연구자들은 특정 항원을 인식하는 BCR을 만드는 B cell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합니다. 예를 들어본다면 COVID-19의 원인인 SARS-CoV-2 virus에 감염된 이후 SARS-CoV-2의 Spike 단백질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B cell이 체내에 얼마나 오래 존재하는지를 알고 싶은 경우를 얘기할 수 있습니다. 체내(혈액)에 Spike 단백질을 인식하는 B cell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혈액으로부터 얻은 세포들과 형광으로 표지된 Spike 단백질을 반응시킨 후 Flow cytometry 분석을 하면 됩니다. 이론적으로 형광표지된 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B cell은 항원의 형광으로 인해 양의 신호(Positive signal)를 갖게 됩니다. 다만 항원을 하나만 반응시키면 BCR과 항원의 결합력이 낮은 경우 쉽게 항원이 떨어져 나올 수 있기 때문에 Tetramer와 BCR간의 친화도(Affinity) 증가와 이에 따른 형광신호 증폭을 목적으로 항원 네 개를 묶어서 Tetramer형태로 만든 것이 Antigen tetramer입니다.
2. MHC tetramer란 무엇인가?: 특정 항원을 인식하는 T cell을 분석하는 도구
αβ T cell(이하 “T cell”로 표기)도 B cell처럼 고유의 T cell receptor(TCR)을 발현하고, TCR은 특정 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합니다. 그리고 앞서 Antigen tetramer를 이용해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B cell을 분석할 수 있었던 것처럼, 연구자들은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T cell을 분석하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T cell은 B cell과 달리 특정 항원에 결합하는 방법에서 큰 제약이 있습니다. T cell이 특정 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한다고 소개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특정 단백질 항원의 극히 일부분인 펩타이드(Peptide)에 결합하는 것입니다. BCR은 단백질의 3차원 구조자체를 인식할 수 있지만, TCR은 아주 짧은 Peptide에 결합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냥 주변에 있는 Peptide에 결합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TCR이 특정 펩타이드에 결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MHC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MHC분자위에 펩타이드가 올려져 있을 때 TCR은 MHC와 Peptide 복합체를 인식합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TCR이 MHC에 있는 Peptide에만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MHC와 Peptide를 하나로 인식하는 점입니다 (TCR은 Peptide만 볼 수 있는 눈이 없습니다). 따라서 특정 항원(정확히는 펩타이드)을 인식하는 T cell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MHC와 펩타이드가 결합된 형태의 MHC tetramer를 활용해야 합니다 (그림. 2). 원리는 앞서 소개한 Antigen tetramer와 같다고 볼 수 있지만 TCR이 갖는 특징 때문에 MHC와 Peptide를 결합시킨 복합체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3. MHC tetramer는 만능이 아니다: MHC tetramer로 검출되지 않는 T cell이 많다.
이론적으로 볼 때 MHC tetramer가 결합하는 T cell은 해당 항원(펩타이드)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T cell입니다. 하지만 MHC tetramer와 결합하지 않는 T cell이라고 해서 해당 항원에 특이적인 T cell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MHC tetramer 염색이 늘 성공적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TCR은 특정 항원과 잠깐만 결합해도 T cell을 활성화시킬 수 있지만, MHC tetramer로 T cell을 염색하려면 TCR과 MHC tetramer간의 결합이 지속적으로 유지 돼야만 합니다. 하지만 특정 Peptide-MHC complex에 대해 낮은 결합 친화도를 갖는 TCR을 발현하는 T cell의 경우에는 해당 MHC tetramer가 오래 붙어있지 않고 금방 떨어져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Peptide-MHC tetramer가 TCR에 붙어서 특정 T cell을 염색하는데 필요한 TCR의 결합력이 실제적인 T cell 활성을 위해 필요한 TCR과 Peptide-MHC complex간의 결합력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특정항원에 특이적인 TCR을 발현하는 T cell이지만 MHC tetramer에 의해 검출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BCR(또는 항체)은 특이적인 항원과 상대적으로 매우 강한 친화도를 갖고 결합하기 때문에 면역침전(Immunoprecipitation) 실험도 가능하지만, TCR은 BCR에 비해 특정 Peptide와(정확히는 Peptide가 올라간 MHC complex와) 결합하는 친화도가 매우 약합니다.
극단적인 예로 MOG35-55 peptide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2D2 T cell의 경우 MOG35-55 MHCII tetramer에 의해 염색이 되지 않습니다(Rius et al., 2018; Rosenthal et al., 2012; Sabatino et al., 2011). 이전 연재를 통해 2D2 T cell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간단히 다시 설명하자면, 2D2 T cell은 Myelin을 구성하는 단백질 중 하나인 MOG(Myelin oligodendrocyte glycoprotein)의 35-55 Peptide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CD4 T cell입니다. MOG35-55 Peptide를 제시하는 APC(Antigen presenting cell)와 2D2 T cell을 함께 키우면 T cell 활성화와 분열/분화가 유도됨을 통해 2D2 T cell은 APC가 MHCII를 통해 제시하는 MOG35-55 peptide를 특이적으로 인식하는 T cell임이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T cell은 MOG35-55 MHCII tetramer에 의해 염색이 되지 않습니다(Rosenthal et al., 2012; Sabatino et al., 2011). Multiple sclerosis의 동물모델인 EAE가 유도된 쥐의 Spinal cord로부터 얻은 CD4 T cell을 MHCII tetramer로 염색해보면 생각보다 매우 적은 양의 CD4 T cell만이 MHCII tetramer에 의해 염색이 됩니다. 이것을 보고 단순히 ‘MOG35-55에 특이적인 CD4 T cell이 많지 않다’라고 이해하면 틀린 분석이 되는 것입니다. 염색되지 않은 CD4 T cell중에서도 MOG35-55에 특이적인 CD4 T cell이 존재하지만 단순히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검출이 되지 않은 것입니다.
반면에 MHC tetramer에 의해 효과적으로 염색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LCMV GP61-80 (lymphocytic choriomeningitis virus glycoprotein residues 61-80)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CD4 T cell인 SMARTA T cell은 MHC tetramer에 의해 염색이 매우 잘 됩니다(Rosenthal et al., 2012). 또한 CD8 T cell의 경우 CD4 T cell에 비해 TCR과 MHC complex 간의 결합이 상대적으로 더 강해서 비교적 MHC tetramer 염색이 잘 됩니다.
이처럼 TCR과 Peptide-MHC complex간의 결합에 따라 MHC tetramer가 제 역할을 할 수도 있고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가항원에 결합하는 TCR들은 항원에 대한 결합력이 낮습니다. 자가항원에 강하게 결합할 수 있는 TCR을 보유한 T cell들은 이미 Negative selection과정에서 소멸되기 때문입니다. 반면 외부항원을 인식하는 TCR의 경우 항원에 대한 결합력이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앞에서 소개한 두 예시(2D2 T cell과 SMARTA T cell)가 이에 부합하는 경우입니다.
4. MHC tetramer 대신 특정 항원을 인식하는 T cell을 연구할 수 있는 대안
모든 T cell의 TCR이 MHC tetramer에 의해 성공적으로 염색이 된다면 좋겠지만, 앞서 설명한 이유들로 인해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경우에 따라 다른 간접적인 방법들을 활용해야 하기도 합니다. 간접적이지만 가장 정확한 방법은 해당 항원과 T cell을 반응시키는 것입니다.
EAE가 유도된 쥐로부터 얻은 CD4 T cell 중에서 MOG35-55 peptide에 특이적인 CD4 T cell이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이론적으로는 MHC tetramer를 활용해 Flow cytometry 분석을 할 수 있지만, 앞서 소개했듯이 실제로는 상당히 많은 MOG-특이적 CD4 T cell이 검출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MOG-특이적 CD4 T cell을 확인하려면 CD4 T cell을 MOG에 직접 반응시키고 이로부터 발생하는 CD4 T cell의 변화들을 측정하는 것이 MHC tetramer를 이용하는 방법보다 정확할 것입니다. MOG35-55 peptide 존재 하에 CD4 T cell과 APC를 같이 며칠 배양함으로써 (따로 세포를 분리하지 않고 전체 Splenocytes에 Peptide를 처리해서 키우는 것도 가능) CD4 T cell의 분열이나 CD4 T cell로부터 만들어지는 Cytokine을 분석하는 방법(Flow cytometry, ELISA, etc.)들을 통해 간접적이지만 MOG35-55 peptide에 반응하는 CD4 T cell이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예를 들자면 Miyauchi et al.에 의한 논문에서는 ELISA를 통해 MOG-특이적 T cell이 존재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Miyauchi et al., 2020).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우에 따라 MHC tetramer는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아래의 두 논문은 MHC tetramer 염색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고있습니다. 내용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직접 논문을 읽어보실 것을 추천 드립니다.
- Tricks with tetramers: how to get the most from multimeric peptide-MHC (Wooldridge et al., 2009)
- More tricks with tetramers: a practical guide to staining T cells with peptide–MHC multimers (Dolton et al., 2015)
5. 마치는 글
실험에 사용되는 시약과 실험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해도 프로토콜만 잘 따르면 크게 실패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험에 따라 특정 프로토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생기고, 그럴 때면 문제해결을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문제해결과정(Troubleshooting)을 잘 하려면 결국 실험의 원리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이 되어야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MHC tetramer는 다소 제한적인 실험기법이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단순히 실험을 하는 경우 실험 결과를 틀리게 분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번 연재를 준비했습니다. 이와 관련된 연구를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References
Dolton, G., Tungatt, K., Lloyd, A., Bianchi, V., Theaker, S.M., Trimby, A., Holland, C.J., Donia, M., Godkin, A.J., Cole, D.K., et al. (2015). More tricks with tetramers: a practical guide to staining T cells with peptide-MHC multimers. Immunology 146, 11-22.
Miyauchi, E., Kim, S.W., Suda, W., Kawasumi, M., Onawa, S., Taguchi-Atarashi, N., Morita, H., Taylor, T.D., Hattori, M., and Ohno, H. (2020). Gut microorganisms act together to exacerbate inflammation in spinal cords. Nature 585, 102-106.
Rius, C., Attaf, M., Tungatt, K., Bianchi, V., Legut, M., Bovay, A., Donia, M., Thor Straten, P., Peakman, M., Svane, I.M., et al. (2018). Peptide-MHC Class I Tetramers Can Fail To Detect Relevant Functional T Cell Clonotypes and Underestimate Antigen-Reactive T Cell Populations. J Immunol 200, 2263-2279.
Rosenthal, K.M., Edwards, L.J., Sabatino, J.J., Jr., Hood, J.D., Wasserman, H.A., Zhu, C., and Evavold, B.D. (2012). Low 2-dimensional CD4 T cell receptor affinity for myelin sets in motion delayed response kinetics. PLoS One 7, e32562.
Sabatino, J.J., Jr., Huang, J., Zhu, C., and Evavold, B.D. (2011). High prevalence of low affinity peptide-MHC II tetramer-negative effectors during polyclonal CD4+ T cell responses. J Exp Med 208, 81-90.
Vollers, S.S., and Stern, L.J. (2008). Class II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tetramer staining: progress, problems, and prospects. Immunology 123, 305-313.
Wooldridge, L., Lissina, A., Cole, D.K., van den Berg, H.A., Price, D.A., and Sewell, A.K. (2009). Tricks with tetramers: how to get the most from multimeric peptide-MHC. Immunology 126, 147-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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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대학원에서 면역학이란 연구를 시작하던 때를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그 당시에 누군가가 내게 알려주었다면 연구에 더 많은 도움이 되었겠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이제 막 면역학 연구를 시작하고 있는 석박사생들 및 면역학에 관심을 갖는 학부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면역학 연구에 사용되는 실험 기법 등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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