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희희입니다. 제가 벌써 독일에서 산 지 2년이 되어버렸습니다. 뇌과학 유학 길에 오르기 전에는 독일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 있었는데요. 그런데 이곳에서 살아보니 다 어느 나라나 장단점이 뚜렷하고 나에게 맞는 국가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깨닫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제가 독일에서 살면서 느꼈던 이곳에서 적응하기 쉬운 여러 성향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사실 제가 느끼기에 외국에서 유학을 오거나 혹은 해외에서 살아보는 것은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다만, 적응하는 과정을 쉽게 해 줄 수 있는 특성은 확실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럼 본문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가장 첫 번째로 제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인내심이 좋은 성향입니다. 이건 사실 연구자가 되려고 준비하시거나, 혹은 해외 유학, 포닥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갖출 소양이지 않나 싶긴 한데요. 하지만 비자 처리, 행정 속도 모든 게 느린 독일이기에, 오래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학생 비자의 경우도 저는 4달 반, 지인은 6달, 또 다른 지인의 경우는 8개월에 걸쳐서 발급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답답하고 조급해해도 사실 바뀌는 게 없기에 느긋하고 인내심이 좋은 성향이 독일에서 적응하기 좋은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러한 성향은 어느 나라를 가도 좋은 장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처럼 이렇게 행정처리 빠르고 편한 나라가 전 세계에 별로 없는 것 같거든요.
두 번째로는 외로움을 잘 타지 않는 사람입니다. 제가 사실 이런 부류에 속하는데요. 한국에서 외로움을 느껴본 적이 단 하루도 없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막상 해외에 나와서 다른 문화권, 다인종들, 언어장벽이 강한 곳에서 살다 보니 정말 이곳에서는 내가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자주 들더라고요. 그런데 이 생각이 종종 외로움으로 이어질 때가 있어서 저도 이런 제 모습을 보고 낯설었답니다. 외로움을 타지 않는 저도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되고 나서는, 외로움을 잘 다스릴 줄 아는 사람들 혹은 외로움을 잘 타지 않는 사람들이 독일과 잘 맞겠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한인 커뮤니티의 경우는 어딜 가도 찾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혼자서 지내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지 않는 성향이 해외에서 잘 적응하는 데에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독일인들이 제가 느끼기에는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고, 특히 뮌헨은 지역 특성상 뮌헨 출신 사람들끼리 뭉치는 경향도 꽤 있기에 외국인으로서 거리감이 꽤나 느껴진답니다. 독일 안에서도 뮌헨이나 바이에른 주 출신의 사람들에게는 편견이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소속감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아무래도 적응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독립적인 성격인데요. 이때 이 성향은 연구를 수행할 때에도 포함된답니다. 독일의 연구실들을 관찰해 본 결과, 사수가 붙어서 하나하나 친절하게 다 알려준다거나 교수님이 연구 방향을 세세하게 잡아주고 지도해 주는 이런 연구실은 한국에 비교하면 확실히 적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연구실들이 정말 자유롭게 풀어주기 때문에 내가 연구하고 싶은 주제나 목표의식이 명확하지 않고, 열정이 없다면 아무래도 굉장히 자유로운 공간에서 적응하기 쉽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본인의 성향을 잘 파악하시고 유학 준비도 하시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다음으로는 자기주장을 잘할 줄 아는 태도입니다. 독일에서 뇌과학 석사 유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유럽 학생들은 정말 토론에 강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정말 논리적으로 빈약한 주장이더라도 정말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태도로 질문도 잘하고 토론도 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식 교육에 익숙했던 저는 늘 수업시간에 조용하거나 정말 답을 확신할 때만 대답을 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을 해보니, 그냥 자신감 있게 말하고 자기주장을 잘 펼치는 학생들이 기회도 더 잘 찾는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학생들이 기억에 남기 때문에 교수님들도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감 있게 나의 주장을 잘하는 태도도 독일에 적응하는 데에 유리하다 생각합니다.
다섯 번째로는 소소한 하루에도 행복을 잘 느끼는 성향입니다. 독일은 정말로 ‘소확행’의 나라이지 않나 싶습니다. 학생들끼리 마트에서 와인이나 맥주를 사서 공원에 가서 피크닉을 하는 경우도 흔하고, 친구 집에 가서 같이 요리해 먹는 것도 매우 흔합니다. 호숫가에 가서 같이 누워서 해를 즐기거나 수영을 하고 이런 게 정말 흔한 일상이더라고요. 소비주의가 아닌 작은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문화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소소한 행복을 즐길 줄 안다면 독일 살이가 잘 맞는 분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독일에서 살면서 친구들이랑 길 가다가 앉아서 대화하고 피크닉 하고 이런 상황들에서 생각보다 행복을 많이 느낀 것 같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여러 문화에 열린 태도를 가진 성향입니다. 독일에서는 독일인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미국, 터키, 영국,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인도, 네덜란드, 중국 등 정말 다양한 곳에서 온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문화권에서는 예의 있는 것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무례하게 여겨지는 경우도 보았고, 내가 그동안 맞다고 생각했던 보편적인 상식이 여기서는 생소한 문화인 것도 보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열린 태도를 갖는 것과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어느 정도 수용하고 융통성 있는 마음을 갖는 것도 독일에서 적응하는 것에 유리한 성향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독일은 실용주의가 강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패션 쪽 유행에 더디고 그렇게 큰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을 봅니다. 물론 저는 이와 반대되는 성향임에도 이곳에 잘 적응해서 살고 있지만, 한인 지인들을 만나면 독일에서는 예쁜 옷을 찾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얘기는 대화의 주요 소재가 되곤 합니다. 그렇기에 이런 패션 쪽 유행에 둔감하신 분들에게는 독일이 최적화된 환경이지 않을까 싶답니다.
오늘은 이렇게 독일살이와 잘 맞을 것 같은 성향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여러분들은 제가 나열한 성향들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잘 맞는 것 같나요? 사실 저도 해당 본문에 작성한 모든 특징을 갖고 있진 않지만 나름 독일에서 잘 적응해서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해외살이라는 것이 개인차도 크고 일반화하기도 어려운 부분이지만, 혹시 독일 유학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미리 가늠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서 준비해 보았습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주제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