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선배가 민철과 시우를 불러 간단한 실험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실험 과정이 단순해 보였고, 선배도 친절하고 꼼꼼하게 설명해 주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손쉽게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생겼다. 노트에 핵심 내용을 간단히 메모하며 듣다 보니 교육은 금방 끝났다.
“생각보다 별거 없네? 생각보다 쉬운데?”
“그러게! 이따 연습 때도 금방 끝나겠다.”
오후 실습 시간이 되자 민철과 시우는 자신만만하게 실험대 앞에 섰다. 하지만 막상 직접 실험을 하게 되자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명확하지 않았고, 손도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아 실험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잠깐만… 원래 샘플이 이렇게 잘 안 섞였나?”
“그러게… 잠시만… 아까 적어둔 거 볼게.”
시우는 아까 메모해 두었던 노트를 꺼내 확인해 봤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선배가 시범을 보여줄 때는 쉬워 보였는데, 막상 실험을 해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꾸역꾸역 실험을 끝내긴 했지만 모니터 화면에 비친 데이터는 선배가 보여줬던 데이터와는 많이 다른 듯했다.
"이 수치가 나오는 게 맞나? 아까랑 너무 다른데..."
민철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중얼거렸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결과가 띄워진 모니터 앞에서, 두 사람은 망연자실한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대학원생을 위한 연구 생활 가이드: 실험 배우고 정리하기
1. 실험을 배울 때, 알아야 할 것들
연구실에 처음 들어가 실험을 배우기 시작하면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명 선배가 하는 모습을 볼 때는 쉬워 보였는데, 막상 직접 해보면 생각보다 어렵고, 스킬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누구나 겪는 과정이기에 조급해하실 필요는 없지만, 실험을 단순히 따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배운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험을 처음 배우는 대학원생들이 어떻게 하면 실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확실히 익힐 수 있는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실험을 배우기에 앞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연구실에서 실험을 가르쳐주는 분들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여러분을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실험을 배우는 동안에는 최대한 많은 내용을 배우고, 기억하고, 정리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실험을 배울 때 선배가 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거나 간단히 메모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는 혼자 실험을 수행하기가 어렵습니다.
2. 실험 방법 기록하고 정리하기
실험을 배울 때의 목표는 단 한 번의 교육만으로도 다음번에는 혼자 실험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과정을 이해하고 꼼꼼하게 기록하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대방의 동의를 얻은 뒤 실험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두고, 이후 반복해서 복습하는 것입니다. 실험 도중 궁금한 점이 생기면 그때그때 질문하여 함께 기록해 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사진으로 정리할 경우에는 각 단계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최대한 자세하게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후, 실험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자신만의 프로토콜을 작성해 보시길 바랍니다. 해당 프로토콜을 처음 보는 사람도 그대로 따라 하면 실험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실수하기 쉬운 부분이나 반드시 주의해야 하는 사항은 밑줄을 긋거나 색으로 표시해 두면, 나중에 혼자 실험할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정리해 둔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실제 실험을 수행할 때에는 먼저 필요한 준비물을 모두 미리 세팅하는 것이 좋습니다. 빠르게 시약을 반응시켜야 하거나, 부족한 실험 재료들을 미리 체크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 프로토콜 가장 위에 필요한 준비물을 따로 정리해 두고,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두려 합니다. 또한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머릿속으로 한 번 가상으로 실험을 진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샘플은 어디에 둘 것인지, 어떤 순서로 실험을 진행할 것인지, 중간에 주의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미리 생각해 보면 실제 실험을 할 때 훨씬 여유롭고 정확하게 실험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험을 하다가 막히는 부분이 생기면 반드시 다른 연구실 선배들에게 질문하는 것입니다. 괜히 혼자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고가의 장비를 잘못 사용해 고장을 낼 수도 있고, 시약이 오염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3. Control를 확인하자
실험이 끝났다면 결과를 보고 실험이 제대로 수행되었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개념이 바로 positive control과 negative control입니다. Positive control(양성 대조군)은 반드시 예상한 반응이 나타나야 하는 조건을 의미합니다. 반대로 negative control(음성 대조군)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아야 하는 조건이며, 두 control을 통해 실험이 제대로 진행되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세포 내 ROS(Reactive Oxygen Species) 농도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ROS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약물을 처리한 그룹은 positive control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그룹에서 실제로 ROS가 증가해야 측정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약물을 녹이는 데 사용한 DMSO나 증류수와 같은 solvent만 처리한 그룹은 negative control이 됩니다. 이 그룹에서는 ROS가 증가하지 않아야 하며, 이를 통해 관찰된 변화가 약물의 효과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positive control과 negative control은 실험 결과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입니다.
맺음말
처음 cell culture를 배울 때의 일입니다. 선배의 시범을 보며 실험 자체가 간단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인지 딱히 실험 과정을 정리하려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클린벤치에 앉아 직접 해보려 하니 머리가 하얘지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심지어 pipet gun을 쓸 때 너무 세게 빨아 당겨서 필터를 못 쓰게 될 뻔하기도 했습니다. 충격을 받은 뒤 최대한 꼼꼼히 정리하고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실수가 많이 줄었고 숙달되는 데도 훨씬 짧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번 연재글이 실험을 배울 때의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빠르게 익숙해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