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만나다: 나에게 영감을 준 도서 연재를 시작하며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인간이 글을 읽고, 생각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글을 쓰는 과정이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까요? 아니면 쓸모와 무관하게도 지속될 수 있는 행위일까요? 책 읽기의 쓸모 있음과 없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보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까?
얼마 전 저는 전자책이 가격이 더 저렴하기도 하고, 환경도 생각할 겸 이북리더기(e-book reader)를 장만하려고 했습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전자책도 컬러로 읽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한창 배송 옵션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고민을 하던 중에 해나 리치의 책 <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슬며시 장바구니에 담겨 있던 전자책 단말기를 삭제했습니다.
사실 저는 종이책이 더 좋았거든요! 은은하게 풍겨오는 종이 냄새, 서걱서걱하던 종이가 점차 꾸깃해지는 질감, 누런 것도 아니지만 아주 흰 것도 아닌 색감…
그러나 대개 한 번만 읽고 마는 책을 만들기 위해 숲 속의 큰 나무가 베이고 쓰러지는 광경을 떠올리며 많은 순간 죄책감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숲이 없어지는 모습을 상상하고, 그러다 아마존이 파괴되고 있다는 뉴스가, 그러다 서식지를 잃고 있다는 북극곰이 조그만 유빙 위에 고립된 영상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슬퍼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가 심각한데 내가 종이책을 읽으며 산림을 파괴해도 되는 걸까? 카페에서 텀블러를 쓰지 않고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쓰다니! 아무래도 앞으로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기보다는 불편하더라도 좀 더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아야겠어.
하지만 <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는 이런 작은 노력보다 아주 더 많이 중요한 것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나는 이 빌어먹을 지구를 살려보기로 했다 (해나 리치 지음)> (책 표지 출처: 알라딘 https://www.aladin.co.kr/)
탄소발자국을 줄일 수 있는 더 효과적인 방법
에코백이 비닐봉투보다 더 환경에 도움이 되려면 백여 번을 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습니다. 텀블러도 오래 그리고 자주 사용할 것이 아니라면 차라리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에너지 효율이 더 높은 전구로 집의 전구를 교체하고, 건조기는 전력 소비가 많기 때문에 빨래를 자연 건조하는 생활 방식도 환경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일부러 전자책을 읽는 것이 환경 보호에 큰 기여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종이를 만드는 데 쓰이는 나무는 원시림이나 열대우림에서 벌목된 것이 아니라, 제지 산업을 위해 조성된 상업용 인공숲에서 오기 때문입니다.
개인의 탄소발자국을 더 크게 줄일 수 있는 항목이 무엇인지 잘 알고, “실제로” 더 효과적인 일들을 실천하는 것이 낫다고 책은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채식하기, 차 없이 살기, 굳이 차가 필요하다면 전기차를 타기, 장거리 비행을 덜 타는 것과 같은 일들이 종이책 대신 전자책을 읽거나 음식점에서 일회용 대신 다회용 용기를 사용하는 노력보다 가치 있다고 합니다.
지구는 망해가고 있지 않다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는 실재하지만 기후 변화로 지구가 망해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환경과학자인 저자는 데이터를 제대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구의 온도가 몇 도가 올라가면 우리 행성은 멸망할 것이고, 우리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결국 망하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제대로 본다면 기후 변화에 대해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가 없으며, 과학은 여러 위기를 효과적으로 해결해 왔고 앞으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오존층에 구멍이 뚫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오존층을 파괴하는 유해한 물질의 이름을 묻는 학교 시험 문제를 풀기도 했습니다. (답은 프레온 가스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오존층 파괴 문제는 거의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존층이 성공적으로 복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은 오존층이 점차 파괴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원인과 과정까지 밝혀냈습니다. 냉장고 및 에어컨 냉매와 스프레이 등에 많이 쓰이던 프레온 가스(염화 플루오린화 탄소)는 상층 대기로 이동하면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고, 이때 발생한 염소 원자가 오존과 반응해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메커니즘이 규명됐습니다. 이후 오존층 파괴 문제가 국제적인 환경 이슈로 떠올랐고, 국제사회는 오존 파괴 물질의 사용을 제한하는 규제를 빠르게 도입했습니다.
이렇게 책은 과학기술을 통해서 당면한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합니다.
‘지구가 망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면 일개 개인인 나는 그냥 이렇게 그대로 살아야겠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론은 문제의 심각성을 축소할 여지가 있습니다. 앞서 개인의 소소한 노력이 환경 보호에 기여한다는 믿음을 “착각”이며 “가짜 노력”이라고 언급한 것과 맞물려, 이 책은 기후 변화라는 위기를 충분히 강조하지 못하고 경고의 무게를 다소 약화시키는 면도 있습니다.
기술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저는 여러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개인의 윤리적 실천보다 거대한 기술적 해결책이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면 기업이나 정부가 더 커다란 힘과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
과학적 사실이 정치적인 도구가 된다면 우리는 데이터를 어떻게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이미 우리는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과학에 대한 불신과 그로 인한 갈등을 목격한 바 있습니다.
이 책은 과학과 기술이 이미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가능성이 실제 정책으로 잘 이어지기 위해서는 우리의 과학 문해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믿고 믿지 않을 것인가, 그리고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가
물론 모든 노력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인의 실천이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위해서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환경을 보호하는 정책이 논의되고 제정되도록 투표를 하거나 환경보호 단체에 기부를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기업에게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습니다.
저는 낯선 이야기를 듣기 어려워합니다. 제 생각이나 믿음과 다른 이야기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듣기 어려운 사실보다 익숙한 믿음을 선택하고 싶어지는 인간의 본능이 편안하게 충족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인터넷 세상의 알고리즘은 각자가 좋아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보여주고, 우리는 자기만의 거품(filter bubble)에 갇혀 각자 고립된 채 둥둥 떠다닙니다. 거품 안에서 나의 믿음은 보편적인 진리가 되고, 틀린 정보를 믿는 다른 거품 속 바보와는 대화할 가치도 없습니다.
기술은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그러나 알고리즘이 없던 종이신문의 시대에도 논조가 다른 신문 두 개를 함께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이를 보면 오늘날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정보만 믿는 현상이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책에서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가 인간이 지구에 등장한 그 순간부터 계속되어 왔다고 설명한 것처럼, 과거와 현재는 우리가 느끼는 것만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부러 반대의 내용을 검색해 보고, 일부러 어려운 내용을 배우고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고. 그리고 책에서 말한 것처럼 일부러 환경 문제에 대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보고.
“일부러”의 노력이 모여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