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이 특허 제가 1년 내내 밤새워 실험하고 데이터 뽑아서 쓴 거잖아요.
이번에 회사가 이 기술로 100억 원 투자받고 상장까지 한다는데, 제게 지급된 보상금은 고작 50만 원짜리 백화점 상품권이 끝인가요?"
성공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내부에서 터지는 갈등입니다.
창업 초기를 함께했던 제자나 핵심 연구원들은 회사가 성공한 후 박탈감을 느끼고,
대표(교수)는 "월급 주고 연구실까지 제공했는데 뭐가 문제냐"며 서운함을 토로합니다.
결국 이 감정의 골은 수억 원대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 소송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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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변호사이자 공인회계사(KICPA), 김명규입니다.
오늘은 회사(또는 산학협력단)와 연구원 사이에서 가장 은밀하고 치열하게 벌어지는 분쟁,
‘직무발명 보상금’의 법적 쟁점과 소송에서의 승패, 그리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실무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동상이몽: "내가 발명했다" vs "내 돈으로 발명했다"
연구자는 "내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와 내 노동력이 들어갔으니 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회사는 "내가 월급을 줬고, 내 연구 장비와 재료비로 만들었으니 온전히 회사 것"이라고 여깁니다.
발명진흥법은 이 둘 사이에서 다음과 같이 균형을 잡습니다.
회사 소속 연구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발명한 것을 '직무발명'이라 하고, 법은 이렇게 규정합니다.
- 원칙: 특허를 받을 권리는 발명자(연구원)에게 있다.
- 승계: 단, 회사가 사전에 ‘우리가 승계한다’는 규정(예약승계)을 두었다면, 특허권은 회사로 넘어간다.
- 보상 의무(핵심): 회사가 특허권을 가져갔다면, 반드시 발명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이 보상 의무는 강행규정입니다.
취업규칙에 "업무 중 발명한 특허는 회사 소유로 하며, 보상은 없다"라고 적어 두었더라도,
발명진흥법에 위반되어 그 조항 자체가 무효입니다.
여기서 회사 측이 꺼내는 논리가 있습니다.
"월급 줬잖아요."
그러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직무발명 보상금은 특허권 양도의 대가로 발생하는 별도의 법정 채권으로, 임금이나 성과급과는 성격이 구분됩니다.
따라서 명시적 약정 없이는 "월급을 줬으니 보상금에 갈음한다"는 주장은 통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더.
특허 출원 자체를 아예 하지 않았다고 해서 보상 의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발명진흥법 제16조는 사용자가 출원을 포기하거나 취하한 경우(노하우로 보존하는 경우 등)에도,
특허로 보호받았더라면 발명자가 받을 수 있었던 경제적 이익을 고려하여 보상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법정으로 간 보상금: 과연 얼마가 '정당한' 금액일까?
소송이 벌어지면 법원은 정당한 보상금을 산정하기 위해 다음 공식을 씁니다.
보상금 = [매출액 × 독점권 기여율 × 가상실시료율] × 발명자 공헌도 × 발명자 기여율
연구자분들은 보통 "회사가 100억을 벌었으니 나도 최소 10억은 받아야 한다"라고 기대하지만,
실제 판결문을 받아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 요소를 하나씩 뜯어보면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① 사용자의 이익 (매출액 × 독점권 기여율 × 가상실시료율)
먼저 기준이 되는 수치는 회계상 영업이익(순이익)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얻을 이익은 직무발명 자체에 의해 얻는 이익이지, 수익·비용을 정산한 뒤 남는 회계상 이익이 아니다"라고 명시합니다.
그래서 통상 기준점은 '매출액'이 됩니다.
여기서 '독점권 기여율'은 전체 매출 중 이 특허의 독점적 지위 덕분에 경쟁자를 막아 발생한 초과 매출의 비중이며,
'가상실시료율'은 만약 이 특허를 남에게 실시 허락한다면 받았을 로열티 수준입니다.
이 두 수치가 차례로 곱해지면서 사용자의 이익액 기준이 크게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② 발명자 공헌도
가장 치열하게 다투는 부분입니다.
법원은 회사가 제공한 자본, 설비, 축적된 데이터, 사업화 리스크를 모두 고려합니다.
사안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법원의 판결에서 공동발명자 전체의 공헌도 합산치는 통상 5~20% 수준으로 인정됩니다.
③ 발명자 기여율 (공동발명 시)
발명자가 여럿인 경우, 위에서 산정한 보상 금액을 공동발명자 사이에서 다시 나눠야 합니다.
예를 들어 3인이 공동으로 발명했고 기여율이 각 33%라면, 개인에게 돌아오는 금액은 이미 한참 낮아진 수치의 3분의 1에 불과하게 됩니다.
(예시)
매출액 1,000억 원, 독점권 기여율 30%, 가상실시료율 3%, 발명자 공헌도 10%, 단독 발명자인 경우
→ 최종 보상금 = 1,000억 × 0.3 × 0.03 × 0.1 = 약 9천만 원
이처럼 산식을 하나하나 통과하다 보면, 연구자가 처음 기대했던 금액과의 격차가 매우 커집니다.
회사(대표)의 방어 전략: '시스템'이 분쟁을 막는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퇴사자의 내용증명과 소송은 회사의 재무와 평판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IPO를 준비 중인 기업이라면 이 우발채무 리스크 때문에 상장 심사에서 발목이 잡히기도 합니다.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 실무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방어 1: 사내 ‘직무발명보상제도’의 적법한 도입
단순히 대표가 구두로 "얼마 줄게"라고 정하는 것은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보상 형태, 산정 기준, 지급 방법이 명시된 보상 규정을 서면으로 마련하고, 이를 종업원과 서면으로 알려야 합니다(발명진흥법 제15조 제2항).
단,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보상 규정이 갖춰져 있다고 해서 소송에서 무조건 방어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보상 금액이 발명자의 기여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라고 판단하면, 사내 규정에도 불구하고 직접 보상액을 재산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발명진흥법 제15조 제6항 단서).
따라서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적 금액' 두 가지를 모두 갖춰야 합니다.
방어 2: 연구노트와 기여도 기록의 생활화
소송에서 가장 입증하기 힘든 것이 "누가, 무엇을, 얼마나 기여했는가"입니다.
핵심 연구원이 퇴사한 후 "내가 다 발명했다"고 주장할 때, 회사를 방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수단은 연구개발 단계부터 꼼꼼히 기록된 공동 연구노트와 타임시트뿐입니다.
방어 3: 세제 혜택을 통한 윈-윈
합리적인 직무발명 보상금은 회사와 연구원 모두에게 유리한 절세 수단이 됩니다.
- 연구원: 소득세법상 연 700만 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습니다.
- 회사: 지급한 보상금 전액이 비용 처리되며, R&D 세액공제(조세특례제한법 제10조) 대상에 포함되어 법인세를 줄일 수 있습니다.
맺음말: 인정과 보상은 비례해야 합니다
연구실의 성과가 시장의 자본과 만나 성공을 이루는 과정은 기적에 가깝습니다.
그 기적은 대표이사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도, 연구원 한 사람의 아이디어만으로도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소송으로 번지는 케이스를 들여다보면,
돈의 액수 그 자체보다는 "나의 밤샘과 열정을 회사가 소모품 취급했다"는 박탈감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창업 초기일수록, 투자 유치에만 매몰되지 말고 핵심 연구원들에 대한 보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먼저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투명한 직무발명보상제도는 연구원들의 동기를 높이는 가장 훌륭한 당근이자, 회사를 지키는 가장 튼튼한 방패입니다.
[다음 화 예고]
핵심 연구원의 불만은 소송으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경쟁사로 이직하거나 직접 창업을 하겠다며 나가는 직원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에 대해 들여다볼까 합니다.
<“저 퇴사하고 창업하겠습니다” 핵심 인력의 이탈과 영업비밀 침해>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당신의 연구와 일상을 지키는 파트너, 김명규 변호사/공인회계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