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회사를 시작했을 때, 창업자들은 모든 것을 다 한다. 전략을 짜고, 고객을 만나고, 그 와중에 실험을 하고, 회계 서류를 정리하고, 택배를 보내고, 직원 면접을 보고, 청소도 한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대표가 모든 일을 직접 처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자원이 없으니 사람을 쓸 수 없고, 사람이 없으니 대표가 직접 해야 한다.
초기 기업에서 이런 형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회사가 성장하면, 이 상황은 문제가 된다. 대표가 모든 것을 다 하기에 일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순간이 도래할 때 대표자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사실 이런 순간이 오면, 대표자는 사람들에게 일을 나눠줘야 한다. 권한 위임의 순간이 도래한 것인데, 많은 대표들은 위임 대신, 본인을 갈아 일을 하곤 한다. 대표가 다 일을 하면, 빠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일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결국 결정해야 할 일이 과도하게 많아지며 회사가 멈추게 된다.
왜 대표는 위임을 못할까?
위임을 못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그 밑바닥에는 결국 하나의 감정이 깔려 있다. 불안이다. ‘대표인 나 만큼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 ‘타인의 손을 빌려 실패를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 뭐 이런 것들이 대표의 위임을 방해하곤 한다. '대표가 직접 해야 일이 제대로 된다'는 생각은 창업 초기에 가지고 있어야 할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대표가 가장 많은 맥락을 알고 있고, 가장 높은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생각을 버리지 못한 채, 조직이 커지면, 일이 진행되지 못한다. 조직이 커지고 일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모든 일의 최종 컨펌이 대표이기 때문이다. 8차선 도로에서 2차선 도로가 되었을 때, 차가 밀리듯, 회사의 업무가 대표에서 병목현상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위임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더 들여다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첫째는 '내 기준만큼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다. 내가 몇 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직원이 단번에 따라올 수 있겠느냐는 걱정인데, 사실 잘못된 걱정은 아니다. 누구나 처음에 서툴 듯, 처음 일을 겪는 직원이 잘할 리 만무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 걱정 때문에 일을 주지 않는다면, 직원은 영원히 성장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둘째는 책임에 대한 두려움이다. 직원이 실수하면, 그 책임은 결국 대표에게 돌아온다. 그러니 처음부터 내가 하는 편이 낫다는 논리다. 그런데 이 논리대로라면 조직은 영원히 성장하지 못한다. 책임을 나누는 것이 위임이고, 위임 없이는 조직도 없다.
셋째는 가장 솔직하게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인데, 내가 필요한 존재이고 싶다는 욕구다. 내가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결정하고, 모든 것을 처리할 때, 나는 조직의 중심이다. 그 자리를 내려놓는 것이 위임이라면, 그것은 심리적으로 꽤 불편한 일이다. 스스로 인정하기 어렵지만, 이 감정은 생각보다 많은 대표들이 가지고 있다.
위임을 못하면, 회사의 모든 일은 느려지게 된다. 위임하지 않으면 생기는 일
위임이 늦어지면, 조직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문제들이 쌓이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대표 자신의 피로감이다. 해야 할 일은 늘어나는데, 처리할 수 있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면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이 뒤섞이고, 결국 중요한 일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전략을 짜야하는 시간에 납품 일정을 확인하고, 투자자를 만나야 하는 오전에 발주 오류를 처리하는 일이 생긴다. 직원들에게도 문제가 생긴다. 위임이 이루어지지 않는 조직에서 직원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실행하는 경험을 쌓지 못한다. 모든 결정을 대표에게 물어봐야 하는 구조가 반복되면, 직원 스스로도 판단을 내리지 않으려는 습관이 생긴다. 좋은 사람을 뽑아도 성장하지 못하는 조직이 되는 것이다.
우리 회사도 이런 상황을 겪었다. 처음에는 새로운 사람들의 적응을 돕는다는 핑계로, 또 그들에게 업무를 인계한다는 이유로, 결국 모든 일에 대표가 개입하는 상황이 반복되었다. 물론 그 덕에 회사는 아무런 실수도 하지 않았고, 그 결과는 과도한 업무로 인한 대표자들의 건강이상으로 마무리되었다. 건강을 한번 잃어버린 뒤, 우리는 대표의 공백이 없어도 굴러갈 수 있는 회사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고 우리의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어떻게 위임을 시작했나?
위임을 위해, 우리는 업무의 중요도를 나누었다. 대표의 결정이 반드시 필요한 일과 그렇지 않아도 되는 일을 분류하고, 각 본부를 전담하는 이사들에게 권한을 위임했다. 그렇다면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은 정확하게 어떤 것들을 의미할까? 쉽게 말하자면, “알아서 잘해봐”라고 두지 말고, “언제까지, 무엇을 해주세요” 그리고 누가 누구에게 컨펌받을지에 대한 보고체계까지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위임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표가 중간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부분을 잘 참아 넘기며 우리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조금씩 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위임 이후, 대표가 집중해야 할 일
대표가 집중해야 할 일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시장은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 우리의 강점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그 방향을 조직과 공유하는 일이다. 이것은 대표 외에 누가 할 수 없는 일이다.
또 하나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뽑고, 어떤 사람을 어느 자리에 두고, 어떻게 성장하게 할 것인지가 조직의 역량을 결정한다. 대표가 위임을 통해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히 업무의 분배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하고 성장하는 사람들의 집합이어야 한다.
위임은 손을 떼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곳에 손을 쓰기 위해, 덜 중요한 곳에서 손을 놓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 구분이 쉽지 않다. 어디가 중요하고 어디가 덜 중요한지를 아는 것 자체가 경험에서 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대표가 모든 일을 직접 쥐고 있는 한 조직은 대표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손을 놓는 것도 실력이다. 어쩌면 창업 초기에 모든 것을 직접 해내는 것보다 더 어렵고, 더 오래 걸리는 실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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