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사고방식을 배운 과정 연재를 시작하며 이 연재는 과학적 사고를 배우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이 글을 통해 독자분들의 사고가 조금 더 깊어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힘이 커지길 바랍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호기심은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 이유가 있다. - Albert Einstein
모든 연구자가 공감할 것이다. 유독 실험이 잘 안 되는 날이 있다. 분명히 같은 방법으로 진행했는데 어제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그 순간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상황이 찾아온 것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한다. “왜 또 안되지?” 누군가는 이를 단순히 실패로 받아들이고, 누군가는 좌절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그다음의 태도이다. 우리는 잠깐 멈춰서 생각의 방식을 달리 해봐야 한다. 사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비슷한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해 왔기 때문이다. 나는 ‘과학적 사고방식이란 무엇일까?’를 스스로 고민해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과학자처럼 생각하는 법』 (박재용), 『과학자의 생각법』 (로버트루트번스타인), 『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 (데이비드 헬펀드)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그 책을 읽던 중 “하늘은 왜 파란색일까?”라는 질문을 다루는 부분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물론 갑자기 물어보면 대답을 못할 수도), 오히려 조금 당황했다.
생각해 보니 나는 평소에 하늘을 보면서 “왜 하늘이 파란색일까?”라고 질문해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오늘 하늘이 맑네”, “흐리네” 정도로만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의문이 스쳤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이 과학적 사고라면, 나는 그동안 과학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과학적 사고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우리는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던 시기를 지나왔다. (물론 이때 부모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Jean Piaget의 인지 발달이론에 의하면, 만 4~6세는 사물의 원인과 과정을 이해하려는 질문이 급격히 증가하는 시기이다. 아이들은 하늘을 보며 왜 파란지 묻고, 장난감에서 소리가 나면 왜 그런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답을 알기 위해 같은 행동을 반복하거나, 조건을 조금씩 바꾸며 스스로 확인해 본다.
이 과정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 세상을 이해하려는 본능적인 탐구의 시작이다. 관찰하고, 질문하고,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일련의 흐름은 우리가 과학적 사고라고 부르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성장하면서 우리는 점점 질문을 줄이고, 주어진 답을 받아들이는데 익숙해졌을 뿐이다. 실험이 실패했을 때 과학자가 하는 일은 결국 어린 시절 우리가 자연스럽게 하던 질문의 방식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과학적 사고에 대한 여러 책을 읽으면서 공감이 되는 한 문장이 있었다. “무언가를 알고자 하면 자연스럽게 모르는 것이 더 늘어나는 것은 과학에서는 아주 일반적인 일이다.”
내가 연구를 하면서 계속해서 느끼고 있었던 생각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면 아는 것이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분야를 접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처음에는 단순히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생물학을 예를 들어보면, 전공을 시작하기 전에는 단순히 생물학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하면 생리학, 분류학, 분자생물학처럼 수많은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중 하나를 더 깊이 파고들수록, 오히려 이것도 모르고 있었네, 이건 왜 이런 거지?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따라온다. 결국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지식을 하나 더 쌓는 일이 아니라, 보이지 않던 무지의 영역을 더 넓게 인식하게 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질문은 다시 시작된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나 역시 처음 생물학 연구를 시작했을 때는 결과가 예상과 다르면 그것을 곧바로 실패라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원하는 데이터를 얻기 위해 같은 실험을 반복하는데 집중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과정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라기보다 결과를 맞추려는 시도에 가까웠다.
실험 실패와 Troubleshooting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조건을 조금씩 바꾸기보다는, 그저 이번에는 잘 나오겠지라는 마음으로 같은 실험을 다시 진행하곤 했다. 연구는 원래 실패의 연속이라는 말을 익히 들어왔기에,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고민하기보다는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반복하는 데 더 익숙해져 있었다. 당시에는 Troubleshooting이라는 개념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전체 과정을 막연하게 다시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방식으로는 같은 결과만 반복된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과학자는 결과를 맞추는 사람이 아니라, 결과를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실험이 예상과 다르게 나오면, 단순히 다시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바꾼다.
시약이 문제였을까? 농도가 달랐을까? 시간이 조금 어긋났을까? 등 결과를 받아들이는 대신 그 결과가 만들어진 과정을 하나씩 되짚어 본다. 이 과정을 흔히 “Troubleshooting”이라고 부른다. 중요한 점은 한 번에 모든 조건을 한꺼번에 바꾸지 않는다. 단 하나만 바꾸면서 조건을 하나씩 나눠서 확인해 보는 것이다. 그래야 무엇이 원인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느리고 번거롭다. 때로는 같은 실험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는 이유는 한 번의 결과를 믿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무 잘 나온 결과일수록 더 신중해져야 한다. 정말 이 결과가 맞는지 다시 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실험실 안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반복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하나씩 짚어보기보다 결과만 바꾸려 하거나 같은 방식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학적 사고는 그 순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는 편이다 (애정만 많을 뿐). 물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햇빛은 얼마나 필요한지 그 기준이 어렵게 느껴졌고,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식물이 말라죽거나 식물이 아닌 형태로 바뀐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단순히 물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물을 더 자주, 더 많이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오히려 더 좋지 않았다. 어떤 식물은 과도한 물 때문에 더 빨리 시들어버리기도 했다.

그림. 구글 Gemini 나노 바나나2 제작 AI 이미지
돌이켜보면 나는 원인을 하나씩 나누어 생각하기보다, 막연한 추측으로 전체 조건을 한꺼번에 바꾸고 있었던 셈이다. 물의 양뿐 아니라 햇빛, 통풍, 흙 상태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식물을 잘 키우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깨닫게 되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결과를 바꾸려 하기보다, 어떤 조건이 영향을 주었는지를 하나씩 나누어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과정은 우리가 실험실에서 수행하는 Troubleshooting과 크게 다르지 않은지도 모른다.
하늘을 보면서 “왜 하늘이 파란색이지?”라고 생각하는 것만이 과학적 사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어떤 조건이 영향을 주었는지를 하나씩 나누어 생각해 보는 것. 어쩌면 과학적 사고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알고 있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는 사고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The important thing is not to stop questioning. - Albert Einstein
오늘도 다시, 질문을 시작해 보자. 모든 연구원들, 파이팅입니다. 다음 연재에서도 과학적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 보겠습니다.

그림. 구글 Gemini 나노 바나나2 제작 AI 이미지
출처
1. 과학자처럼 생각하는법(박재용), 과학자의 생각법(로버트루트번스타인), 『생각한다면 과학자처럼』 (데이비드 헬펀드)
2. 본 원고는 전반적으로 직접 작성하였으며, 생성형 AI는 일부 문장 표현을 다듬는 데 보조적으로 활용하였습니다. 최종 원고는 전면 검토 및 수정을 거쳐 완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