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약 39조 마리의 엄청난 미생물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우리 몸속에 이렇게 엄청난 미생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 자연계에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미생물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19 대유행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미생물 하면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먼저 떠올리게 되고 그나마 유익한 미생물을 생각하면 유산균을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생물을 질병의 원인으로만 여긴다. 하지만 미생물을 활용해 항생제를 개발했던 나는, 대중의 이런 오해를 마주할 때면 미생물의 입장에 서서 '해로운 미생물보다 유익한 미생물이 훨씬 더 많다'라고 대변해 주고 싶을 때가 종종 있었다. 이런 내 맘을 담담하게 대변해 주는 책이 있어서 소개할까 한다.
출처: AI 그림
과학저널리스트 ‘에드 용(Ed Yong)이 수백 편에 달하는 관련 논문과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미생물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발간했다. 벌써 발간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미생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기초를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또한 인간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물들이 미생물과 어떻게 공생하면서 발전하고 있는지 수많은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미생물의 존재를 처음 알린 사람은 350년 전 네덜란드의 포목상이었던 안소니 반 레벤후크(린 훅)다. 그는 학자도 과학자도 아니었지만, 끝없는 호기심과 자신이 직접 만든 강력한 현미경을 통해 미생물 세계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입속에서도 수많은 미생물이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당시 사람들이 미생물을 더러운 것으로만 여길 때 그들이 우리 몸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흥미를 느꼈다. 그의 호기심 덕분에 우리는 미생물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이후로 미생물이 인간의 건강과 질병을 좌우하는 핵심 열쇠로 평가받게 되었다. 미생물은 우리의 장기 발달과 면역 체계에 깊은 영향을 미치며, 병원균의 침입을 방어하는 등 우리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존재인 것이다.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모유 수유와 미생물의 관계를 다룬 내용이다. 어머니의 모유 속에는 인간 모유 올리고당(HMOs)이라는 특별한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올리고당은 아기가 직접 소화할 수 없는 성분입니다. 그렇다면 어머니의 몸은 왜 아기가 소화하지도 못할 영양분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아기의 장내에 있는 '유익균'을 위한 식량으로 모유 올리고당(HMOs)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모유 수유는 단순히 아기에게 영양을 주는 행위가 아니라, 아기의 몸속에 건강한 미생물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설계된 대사 과정이었던 것이다. 이 장내 미생물들은 아기가 외부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고 면역체계를 강하게 만들어 줍다. 어머니가 아이뿐만 아니라 아이의 몸속에 깃든 수조 마리의 미생물까지 함께 먹여 살리며 건강한 생태계를 물려준다는 사실은, 생명이 얼마나 섬세하고 이타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출처: AI 그림
"지구상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이 모두 한꺼번에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라고 저자는 책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감염병이 모두 사라지고 병을 옮기는 해충들이 동반자를 잃게 되어 초반에는 긍정적 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 양, 사슴 같은 초식동물들이 굶어 죽기 시작하게 된다. 이들은 장내 미생물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여 식물의 질긴 섬유질을 분해하기 때문에, 미생물이 없으면 풀을 먹고도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해 굶어 죽게 된다. 아프리카 초원의 흰개미들 역시 소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생물이 없으면 굶어 죽고, 흰개미 언덕과 이들을 먹이로 삼는 다른 동물들까지 연쇄적으로 멸종하게 되는 것이다. 심해의 조개류부터 얕은 바다의 산호까지 바닷속 먹이사슬도 도미노처럼 붕괴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생태계의 분해 시스템이 마비된다는 것이다.
미생물은 '분해의 달인'이다. 이들이 없으면 인체 및 화장실 등에서 배출되는 노폐물과 유기물이 분해되지 못하고 썩지 않은 채 끝없이 축적될 것이다. 또한, 질소를 공급하는 미생물이 사라지면 농작물이 자랄 수 없어 심각한 식량 위기가 닥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어떨까? 인간은 잡식성이고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식이 요법이나 대체 식품을 통해 몇 주에서 심지어 몇 년 동안은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죽고 마는 다른 동물들보다는 좀 더 오래 살 수 있겠지만, 점진적으로 심각한 건강 저하를 겪게 될 것이고, 가축이 사라져 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되고, 식량이 고갈되며, 쓰레기와 악취로 뒤덮인 세상에서 결국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작은 존재들이 사실은 지구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기둥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우리 몸은 자연 생태계의 작은 축소 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현재 우리의 몸속 생태계는 건강할까? 저자는 최근 우리 몸속 미생물 생태계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도시 생활과 식생활의 변화가 우리의 유익한 장내 미생물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청결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우리에게 꼭 필요한 미생물들마저 살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항생제의 남용은 체내 미생물 군의 다양성을 무참히 감소시키며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과거에 비해 채소 식사가 줄어들고 가공 식품 섭취가 늘어나면서, 장내 미생물 다양성 역시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생물 군집의 변화는 비만, 천식, 결장암, 당뇨병, 자폐증 등 수많은 현대 질병과 깊은 연관이 있다. 미생물이 질병의 징후일 수도, 원인일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들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우리의 장내 미생물을 다양하게 하면 실질적으로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는 희망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변 이식(다른 사람의 장내 미생물 전체를 이식하는 시술)은 특정 질병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례가 도출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넓은 질병에 대한 검증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생물은 단순히 우리의 백신 반응성이나 영양소 섭취율 뿐만 아니라, 암 환자가 항암제에 얼마나 잘 반응하는지, 심지어 우리의 기분이나 성격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니, 장내 미생물에 대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도 가져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미생물이 단순히 현미경 아래의 세상을 보여주는 단순한 생명체 이상으로 지구라는 거대한 생태계 속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생명체들과 촘촘히 얽혀 살아가는 '공생인(Homo Symbioticus)'임을 일깨워주는 미생물의 기본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병을 일으키는 소수의 감염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에만 집중하기보다, 내 몸속에서 묵묵히 땀 흘려 일하는 39조 마리의 든든한 좋은 미생물을 이해하고 이들의 생태계를 잘 보존관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은 생명체들의 작은 세상, 하지만 그들이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 작은 생명체들에게 내가 깊은 관심을 갖게 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