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 1 저자는 연구자들 간의 갈등의 시작인가?
본인이 논문 작성에 중요한 가장 많은 실험과 분석을 하여 결과 데이터 (Figures 또는 Tables)를 만들었고, 그에 따른 실험/분석 방법 그리고 결과 작성한 것이 가장 많이 포함되었다면 당연히 제1 저자 저자가 되어야 하지요. 대학원에 진학했고 연구를 한다는 사람들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그렇게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 대로만 흘러간다면 저자 순서로 인한 갈등은 없어야 하지요. 그러나 가끔은, 특히 공동 1 저자가 2명 이상일 때, ‘이 논문에서 내 이름의 위치가 왜 여기 있어야 하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빈번하게 생깁니다.
두 명 이상의 연구자가 결과 데이터 생산과 논문 작성에 서로 비슷한 비율의 기여를 하였다면, 누가 첫 번째가 되고 누가 두 번째가 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저자 순서를 결정해야 하는 PI 입장도 매우 난감합니다.
브릭 커뮤티니 소리마당에는, 저자 순서로 인해 실험실에서 겪는 불만, 갈등, 불합리(?) 한 고민글이 가끔 올라옵니다. 브릭 소리마당에서 ‘공동 저자'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 보니, 440건이 찾아집니다. 440건 모두가 공동 저자 순서에 대한 불만이나 불합리에 대한 얘기는 아닐 터이나, 비교적 ‘지성과 교양(?)’이 있는 연구자들이 일하는 학계에서 조차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림 1] 브릭 커뮤니티 소리마당에서 ‘공동 저자' 핵심어로 통합 검색한 결과 (2월 26일 2026년)
위 문단에서, 제가 ‘상식'과 ‘불합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를 사용한 이유는 상식이라 해서 항상 옳거나 모두가 따라야 하는 법도 없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본인에게는 그렇지만, 타인에게는 합리적일 수 있고 그러하기 때문입니다. 즉, 논문 저자의 순서를 결정하는 데 있어 무엇이 상식이고 무엇이 합리적인지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학자들의 ‘지성과 교양’ 수준을 정의하기 어려운 것처럼.
- 시나리오 1. Wet-lab 그리고 dry-lab 연구자들의 공동 연구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각색한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PI라면, 혹은 연구자 A라면, 아래 상황의 경우, 연구자 A와 B 중에서 저자의 순서를 어떻게 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래 사례 내용이 너무 길면 안 읽고 건너뛰어도 됩니다.)
- Wet-lab work에서 시작된 연구 – 연구자 A
연구자 A는 wet lab 실험을 하는 분자생물학자 박사과정 학생입니다. 연구자 A는 병원에 있는 Tissue bank에서 간암 환자의 clinical data와 조직 sample 100개를 확보 후, PCR 기법을 이용하여 특정 유전자에서 exon 7 그리고 8번 사이에서 Mutation (translocation)을스크리닝 하였습니다. 100명의 환자 중 15명의 환자에서 recurrent mutation이 있음을 발견하였고, clinical data 분석을 통해 mutation을 갖고 있는 환자들은 chemotherapy resistance가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논문 검색을 해 보니, mutation이 발표된 논문은 있지만, recurrence는 확인하지 못했고 drug resistance나 치료 예후 관련해서 연구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 Wet-lab work에서 Dry-lab work로 연구 확장
이 연구를 좀 더 확장하고 싶습니다. 이 유전자 translocation의 존재가 간암 환자의 항암 화학 치료 예후에 중요한 역할 한다는 가설을 입증하고, 이 mutation이 therapy response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분자 생물학적인 mechanism 연구하고 싶습니다. 한 가지 접근은 다른 병원 또는 public database에서 간암 환자 cohort의 clinical data와 tumor/normal paired whole geneome sequening (WGS) data를 다운 받은 후, drug resistance와 somatic mutation recurrence를 확인하는 겁니다. NCBI dbGaP (https://dbgap.ncbi.nlm.nih.gov/home/)를 살펴보니 다행히 이미 발표된 WGS public data가 있습니다. 다른 접근은 돌연변이 유전자를 cloning 하여 간암 세포주에 transfection 후 over-expression 시키거나, mutation effect가 loss-of-function이라면, 그 유전자를 CRISPR 기술로 knock-out 시킨 후, 항암 화학 치료제를 처리 효과를 살펴보는 겁니다.
유전자 변형된 암세포주를 만들었다면 기본적으로 bulk RNA-seq을 해서 전체 유전자들의 profile 변화를 살펴봐야 합니다. 또한, 흥미롭게도 그 유전자가 transcription factor (TF) 이기에 Cut&Tag-seq을 하여 TF의 조절을 받는 다른 유전자들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욕심으로는 scRNA-seq과 scATAC-seq도 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분자생물학적인 실험으로 유전자를 knock-out 시켰을 때, cancer cell proliferation, cell‑cycle progression, migration/invasion, 그리고 cytokinesis defects는 어떻게 변하는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내가 연구하는 유전자가 cell-cycle-associated gene들의 enhancer를 조절하는지, tumor metastasis program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실험하고 싶습니다.
- 생물정보학 연구자 B에게 공동 1 저자 두 번째 자리 제안
가설 설정하고 연구를 확장하면서, dry-lab과 wet-lab work이 동시에 늘어났습니다. 분석과 실험의 양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깊어졌습니다. 연구자 A가 wet-lab 실험도 하고, dry-lab (바이오인포메틱스) 분석도 동시에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는 아직까지 dry-lab, wet-lab work 동시에 이렇게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을 못 보았습니다). 하물며, 두 가지 일을 다 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혼자서 이 많은 일을 다 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연구자 A는 PI와 상의하여, 같은 실험실에 일하는 연구자 B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합니다. 연구자 B는 바이오인포메틱스를 전문적으로 하는 포닥입니다. PI가 얘기합니다. 공동 1 저자 두 번째 자리를 줄 테니 연구자 A의 데이터 분석을 도와주라고. PI 입장에서는 이러한 결정이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생각되기에 제안을 합니다. 과연 연구자 A와 B 둘 다 이 결정에 만족할까요?
- 공동연구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동 제1 저자 순서는 존재하는가?
연구자 A는 박사과정 학생이고, 포닥은 PI에게 월급을 받고 있으니, 두 사람 모두 PI가 그렇게 하자라고 하면, 뭐 그냥 따를 수도 있지요. 여러분이 만약 PI이라면, 본인이 생각하는 기준 또는 변수에 따라 저자 순서를 결정할 수 있을 겁니다. (다음 연재에서 변수에 대해 얘기할 예정)
만약 여러분이 연구자 A라면, PI가 제안한 계획에 찬성하시나요? 여러분이 연구자 B라면, 두 번째 공동 1 저자 자리에 만족하고, 연구자 A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겠습니까? 경우에 따라, 한국 실험실이냐 미국 실험실이냐 문화에 따라, 두 연구자 모두, 본인이 공동 1 저자의 첫 번째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 또는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 PI, 연구자 A, 연구자 B, 서로의 입장에 따라 저자 순서에 대한 의견이 서로 다를 수 있고, 누구의 생각이 옳고, 누구의 생각은 그르다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 당신이 연구자 A 혹은 B라면 PI의 결정에 찬성하시나요?
이 글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면, 저자의 순서와 위치를 어떻게 정하는 게 합리적 일지, 왜 그런지 간략하게 댓글로 의견을 남겨주세요. 연구자 A와 연구자 B가 서로 몇 개의 main figure를 만들지, 논문에서 wet-lab / dry-lab 결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저자의 순서를 결정 할 수 없다고 얘기하진 말아 주세요. 제가 상황에 대한 설명과 연구 방향을 자세하게 적어 놓았기에, 몇 개의 main figures가 연구자 A와 B에게서 나올지 여러분은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걸 예상할 수 있어야 이런 상황이 생길 때, 내가 만약 연구자 A 혹은 B라면, 저자의 순서가 어떻게 되어야 할지, 공동 연구를 시작하기 전에 서로 상의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연구가 진행되면서, 예상과 다르게 wet-lab / dry-lab 결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변한다면, 그때 가서 저자의 순서를 다시 상의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정말 생긴다면 저자의 순서를 바꾸는 게 쉽지 않습니다. (바뀌는 경우에 대해서는 다음 연재에서 얘기하려 합니다.) 난 연구자 B인데, 나중에 가서 내가 만들어낸 결과가 더 많아졌으니, 나를 첫 번째 공동 1 저자로 바꿔달라고 하면, 연구자 A는 행복하게 받아들일까요?
연구자 A 혹은 B의 입장에서, 앞으로의 연구 방향과 논문에서 나의 비중을 예상하고, 공동 연구가 시작하기 전, 수락할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잘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