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연구할 때의 장단점] 제9화: 보스턴에서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I am halfway through my visiting program!"
야무지게 마무리한 연말 캐나다 여행을 뒤로하고 보스턴으로 복귀한 후, 랩미팅 발표에서 던진 첫마디였다. 1년의 연수 기간 중 벌써 절반이 지났다니… 믿기지 않을 만큼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 듯했다. 집으로 걸어가는 길, 홀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길 때마다 지난 연수 기간 동안 교환대학원생으로서 무엇을 했는지 곰곰이 돌아보곤 했다. 연수를 시작하기 전 한국에서 막연히 그렸던 목표들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혹은 어떤 아쉬움이 남았는지를 되짚어보는 시간이었다. 연수를 떠나기 전 가장 크게 이루고 싶었던 것은, 박사 과정 실험실에서 다루던 연구 주제에서 벗어나 다른 분야의 실험들을 배워보는 것이었다. 이전 화에서 얘기하기도 했지만 필자가 속한 랩은 다학제 간 연구를 지향하는 곳이었고, 미생물학과 면역학을 전공한 포닥 선생님들의 도움 덕분에 다양한 실험 기법과 결과 해석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덕분에 애초에 원했던 바를 어느 정도 이룬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분석화학과 약학을 background로 가진 필자였기에, 때로는 필자가 할 수 있는 실험으로 포닥 선생님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며 “이렇게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해서 결과를 낼 수도 있구나”하는 뿌듯함을 느끼곤 했다.
다만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교환 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과연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 필자가 있던 박사 과정 연구실에는 미생물학이나 면역학 실험을 위한 세팅이 전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돌아가면 현실과 많이 타협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교수님과 충분히 디스커션 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여담이지만, 귀국 후 그 디스커션의 성과로 교수님께서 혐기성 챔버를 마련해 주셨고, 덕분에 하고 싶었던 실험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보스턴 생활에 워낙 만족하고 있던 터라 (아마도 보스턴이 미국 동부의 도시이기 때문에 차없이 생활이 가능하고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다는 점과 안전하고 한국인 인구가 많다는 점이었기 때문이었다.) 떠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 바람에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친구들이 조금 서운해하기도 했다).
겨울철 보스턴의 풍경
세미나 듣고 나오던 길에 찍었던 겨울 느낌 가득한 하버드 캠퍼스
UMass Chan Medical School의 풍경
이렇게 지내던 중 또 한 번의 롱위켄드가 다가오자, J형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최근 포닥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오게 된 후배가 있는데, 그 후배가 숙소와 라이드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 하니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2박 3일 다녀오자는 것이었다 (이 글을 빌려 그 당시 숙소와 라이드를 제공해 주었던 형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합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나는 곧바로 비행기표를 끊고 J형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J형의 후배는 당시 스탠퍼드에서 막 포닥을 시작한 상황이었다. 그 덕분에 샌프란시스코의 주요 관광지들을 둘러본 뒤에는 자연스럽게 스탠퍼드 캠퍼스 구경 일정도 잡게 되었다. 그러던 중 문득, 군 복무 시절 만났던 Y형이 스탠퍼드에서 박사 과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연락을 해보니 흔쾌히 만나자고 하여, 넷이서 스탠퍼드 근처 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게 되었다. 점심 후에는 Y형이 랩 투어를 시켜주겠다고 하여 다 같이 연구실로 향했다.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실이어서인지, 마우스의 뇌를 직접 이용해 실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zebrafish도 구경할 수 있었다. 마우스의 뇌를 보아서 그런 걸까 신경과학을 하려면 동물 실험을 위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Y형이 몸담고 있던 랩은 이른바 big paper가 자주 나오는 곳이었는데, 논문이 나올 때마다 샴페인을 터뜨린다고 했다. 예전에 인스타에서 봤던, Y형의 논문 출판 후 실험실 밖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던 사진 속 그 공간을 직접 보니 왠지 좋은 기운을 받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알던 지인과, 보스턴에서 새로 알게 된 지인이 이렇게 서로 만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샌프란시스코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또 하나 느낀 점은, 미국의 동부와 서부는 정~~~말 다르다는 것이었다. 보스턴이나 뉴욕 같은 동부 도시들은 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말 그대로 “도시”라는 느낌이 강했던 반면, 샌프란시스코는 따뜻한 햇살과 함께 사람들도 훨씬 여유로워 보였고, 대신 차 없이는 생존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특히 라이드를 제공해 주었던 J형 지인이 여행 중 하루는 연구실에 가야 해서 우리끼리 반나절을 알아서 돌아다녀야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날 산호세 근처를 돌아다니며 썼던 우버 비용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이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스탠포드의 풍경
샌프란시스코 여행 중 찍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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