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연구할 때의 장단점] 두 번째 장점 2: 여러 학회 참석 기회를 통해서 많은 성장을 할 수 있다
박사과정 때에는 국내에서 열리는 학회를 몇 번 참석해 보고, 해외에서 열리는 학회를 BK21 program 지원으로 한 번 가본 것 외에는 교내에서 외부 연사님들을 초청해서 열리는 세미나가 열리는 것 외에는 학회에 참여할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아쉬움이 마음속에 남아 있었고, 그런 환경이 오히려 나로 하여금 연구 외적인 네트워킹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했다. 언젠가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지곤 했다.
박사과정 동안 적은 기회였지만 첫 해외 학회 당시의 설렘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Croatia의 Dubrovnik 근처 작은 해변 마을 ‘Cavtat’에서 열리는 EMBO 학회에 참석했었는데, 그 당시 학회의 Organizer이셨던 독일의 한 대학 교수님의 모습을 보며 상당히 고무적이 되었다. 많은 연사들이 발표 시작할 때 감사 인사를 하고, 쉬는 시간마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계시고, 자유시간에는 호텔과 연결된 바다로 뛰어들어 수영하시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셨다. 그분은 연구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과의 네트워킹, 그리고 나아가 인생 자체를 즐기는 분이신 것 같았고, 연구적인 측면에서도 훌륭하신 분이라 존경심이 절로 들었다. 그 장면은 단순히 한 연구자의 모습이 아니라, 연구자가 어떤 태도로 삶과 학문을 병행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처럼 다가왔다. 그 후로 그분의 연구실로 포닥을 가는 것 역시 한때 꿈꾸기도 했었다.
학회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이 서로 처음 만났지만 스스럼없이 말을 걸고 연구 이야기를 나누는 것 역시 나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기회를 통해 일단 영어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어 학원을 등록해 1년가량 다니기도 했었다. 30대가 넘어 배우게 된 1년 간의 영어 수업이 나의 영어 실력을 엄청 크게 키운 것은 아니었지만,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소통의 도구를 넘어 새로운 문화와 사고방식에 스며드는 과정이었다. 내가 이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미국에 나와서 지내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 해외 학회는 박사 과정을 마칠 때 즈음 Keystone symposium에 내 연구 Abstract을 제출하여 Scholarship recipient로 선정된 후 가게 되었다. 코비드 오미크론 발발로 인해 학회가 연기되어 결국 미국의 랩에 합류하기 직전에 캐나다의 휘슬러라는 곳으로 갔다. 10명 중 1명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나머지 recipient들은 모두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연구하는 분들이었는데, 나 혼자 한국에서 오기도 해서 박사 과정 동안의 노고가 보상받는 기분이었고, 스스로가 자랑스러운 순간이었다. 단지 장학금을 받아 학회에 참석했다는 사실을 넘어서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박사 과정이 너무나도 힘들고 지쳤을 때 비록 아직 세상밖으로 나오진 못했지만 내 연구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느낌을 받아 더욱 벅찼다.
포닥으로 미국에 온 뒤에는 교내의 학회를 참석하는 것만 해도 그 수가 상당한데, 학교 내에 다양한 Symposium, Forum, Conference들이 열리고, Keynote speaker로 미국 내외에 계시는 유명한 학자분들이 초대되어 오신다. 내가 읽어본 적이 있는 논문들을 쓰신 분들이 자기 논문의 그림들을 넣어 발표하시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감격스러워서 벅차오르기도 했고, 나도 언젠가는 내 연구의 그림들을 내 슬라이드에 넣어 발표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이어지는 포스터 세션에서 내 연구를 소개하고 질의응답을 하며, 포스터 상을 타게 된 경험은 나의 연구 인생에 있어서 크게 동기부여가 된 기회였다.
교내뿐만 아니라 포닥 멘토님과 미국 내 여러 콜라보레이터들께서 주최하시는 학회에도 참석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포닥을 조인하자마자 개최되어 다른 이들의 발표를 듣기만 했지만 두 번째로 참석했을 때는 나 역시 발표자로 서게 되었다. 발표 후에 이어지는 질문들은 내 연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했고, 때로는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지기도 했다. 미국 내 여러 랩에서 온 포닥들과 저녁 시간이나 늦은 밤 와인을 마시며 연구 이야기와 함께 일상의 고민을 나누던 시간은 결코 쉽지 않은 연구의 길을 함께 걸어갈 사람들이 있다는 안도감을 갖게 해 주었다.
또 신기한 것은 학교에 노벨상 수상자가 계시다는 것이다. 출근길에 운전 중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어디선가 뵌 것 같은 익숙한 분이 지나가셔서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노벨상 수상자가 아닌가? 노벨상 수상자를 길 가다가 마주치다니 이 자체만으로도 신기하고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 세미나에서 이분이 panel discussion에 참석하셔서 연구 이야기를 하시는 것도 들을 수 있었는데, 그 순간은 매우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또한 포닥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여러 포닥들이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만든 한 프로그램에서 그분의 연구 이외에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던 기회는 정말 특별하게 느껴졌다.
나 같은 젊은 연구자들은 연구 인생이 아무리 걸어도 끝이 없는 것 같은 깜깜한 터널같이 느껴질 때가 많다. 연구 그 자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그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해서 좋은 저널에 이름을 올려보는 것이 꿈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갈 길은 멀고,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감은 크게 느껴지며, 멘토님께 도움을 받고 앞으로 나아가긴 하지만 막막할 때가 많다. 또 대학원을 졸업하고 ‘박사’라는 타이틀을 얻었으나 하는 일은 별다를 바가 없어서 여전히 학생인 것 같이 느껴질 때도 있다. 사회적으로 기반을 잡고 성공의 대로를 달리고 있는 주변의 친구나 지인들에 비하면 보잘것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때에 나와 같은 길을 걷고 먼저 앞서 나간 연구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연구나 인생 이야기를 듣는 것은 위로와 힘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엄청난 성장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학회에서의 만남 하나하나가 나의 연구 여정에서 등불처럼 작용했고, 학문적 성장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한층 성숙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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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해외 포닥 도전기를 연재한 것에 이어 미국에서 포닥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여러 가지 장단점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