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어려움]
요즘은 한국에도 외국인 유학생이 크게 늘어 유학생과 내국인 간의 갈등이 종종 생기는 것 같다. 일본은 예전부터 유학생이 많았기 때문에 한국보다 갈등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엔 일본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보이는 갈등에 관해서 이야기해 봐야겠다.
일본 대학원의 연구실에도 다양한 국가 출신의 유학생이 존재한다. 중국인 유학생이 압도적 많고, 한국인은 3위 정도의 비율을 차지한다. (그 이외에 동남아 출신 대학원생도 많다). 역사적으로 얽혀 있는 이 3국의 학생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면 난감한 상황이 펼쳐질 때가 있다. 국가에 대한 편견으로 각자를 대하거나, 외교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면 연구실에서도 서로 눈치를 보는 것이 느껴진다. 대표적인 예로 근래의 중-일 갈등이 연구실에 전혀 영향이 없는 것 같진 않다.
현재의 연구실에는 한, 중, 일, 베트남, 대만 출신의 유학생이 섞여 있다. 그래서 연구실에서의 공용어는 영어가 되었다. 그러나, 일본인 학생들은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인지 연구실 내에서 일본인 학생들은 유학생과 대화가 거의 없다.
그리고 일본인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회피하기 때문에 직설적인 한국인과는 특히 친해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이라면 의례적으로 하는 호구조사(?)도 일본인에게는 굉장한 실례이다. 나이를 묻는 등, 친해지고 싶어서 던지는 몇몇 개인적인 질문들이 이들에겐 큰 실례이고, 같이 식사 자리를 가지는 것도 개인 시간을 침해하는 것이라 어려운 일이다.
또한, 일본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출하지 않는다. 그래서 불만이 있어도 남들 앞에서는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뒤에서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는 이것을 타테마에(겉치레)와 혼네(진짜 마음)라고 한다. 공론화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뒤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문화가 있다. 그래서 갈등은 쌓이기만 할 뿐 시원하게 해결되기 어려운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차별과 보이는 갈등]
연구실에서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본인 그룹과 비일본인 그룹으로 나누어지고, 일본인 그룹 쪽에서 불만이 생기기 시작한다. 연구실에서 공용 업무를 분담할 때 일본어 대응이 필요한 업무는 일본인들이 가져가야 했다. 외국인들은 기껏해야 연구실 청소 정도를 담당할 뿐이다. 일본인 학생들이 느끼기엔 외국인들은 공용 업무도 적게 하니 공평하지 않다고 느껴질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불만이 생기다 보니 조그마한 실수만 있어도 경고 메일이 날아오기 일쑤였다. 예를 들면, 바닥에 떨어진 물기 정도는 누구나 닦고 지나갈 수도 있는 것을 사진까지 찍어서 강한 어조로 메일이 온다. 그렇지만, 일본인이 실수한다면 그냥 넘어가는 듯했다.
물론 유학생들에게도 문제는 있다. 유학생들도 일본어를 배우려는 노력을 굳이 하지 않는다. 어차피 일본인 학생들이 대응해 주고, 연구적 측면에서는 영어만 필요하니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몇 년을 지내도 일본어 공부는 하지 않기에 공평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지금의 연구실은 교수님이 학생에게 인건비를 주지 않기 때문에 연구실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을 필요가 없다. 연구실에 따라 규칙은 다르지만, 정해진 미팅에 소홀하지만 않는다면 나머지 시간은 본인이 연구실이든, 집에서 무엇을 하든지 자유인 것이다. 대신 연구 성과가 늦어지는 것은 본인이 감수하면 된다. 각 나라의 명절에 맞추어 본국에 돌아갔다가 오는 친구도 많은데 일본인 학생은 이것도 불만이었나 보다. 왜 학교에 잘 안 나오냐, 왜 외국인들은 휴가처럼 자국에 오래 다녀오는 것이냐고 교수에게 불만을 제기한 일본인도 있었다. 그때 교수님의 답변은 “너랑 같이 연구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상관인가? 거리가 멀고 비용이 많이 드니 오래 다녀오는 것이겠지. 그에 대한 책임도 각자에게 있는 것이다”라며 오히려 유학생들을 두둔했기에 누군가에겐 더 큰 불만의 씨앗이 된 적도 있었다.
또, 실험할 때 이어폰을 끼고 작업하는 유학생들이 꼴 보기 싫었는지 교수님께 찾아가서 이어폰 착용 때문에 소통이 불편하다고 불만을 제기한 적도 있었다 (평소, 소통은 없지만).
이런 식으로 사사건건 트집을 잡곤, 뒤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차별을 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럴 때마다 서로 간의 갈등은 심화되기 일쑤다. 나는 20대 초중반의 어린 학생들이 모여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얽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심리적으로 압박이 될 만큼 긴장 속에서 살아야 한다. 어떠한 일에도 작은 실수가 있어선 안 될 것 같고, 신경이 쓰였다. 작은 실수라도, 당사자 간 대화하는 것이 아닌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메일이 날아온다. 그 누구도 허심탄회하게 대화로 해결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이것 때문에 교수님도 머리가 아픈 모양이다. 점점 무언가 룰이 생기고 있는 것을 보면 느낄 수 있다.
시선을 넓혀 여론을 보면, 일본 국민이 낸 세금으로 장학금을 받고, 연구비를 쓰는 외국인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립대는 외국인이더라도 등록금 면제나 장학금 혜택이 많으므로 유학생이 일본에 주는 이익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선이 많다. 유학생 유치로 그들이 내는 돈이 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길 기대했는데, 받아 가는 혜택이 먼저 보이니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정부에서 실행해 왔던 큰 규모의 장학금인”차세대 연구자 도전적 연구프로그램(SPRING)”은 전체의 30%가량(1만 564명 중 2904명)을 중국인 학생이 가져가고 있다는 현황을 이유로 일본인 학생에게만 주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전체에서 40%가 외국인에게 할당되어있었음). 중국인 유학생은 갈수록 늘어났고,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박사과정에 진학하지 않는 일본인 학생이 많은데, 이들을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외국인 지원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유학생 지급을 중단하고 앞으로는 사회인 박사과정인 내국인들까지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단, 생활비 명목의 지급은 전면 중단하고, 연구비 신청은 가능)(출처:The Economy Korea; 일본 장학금 개편, 2025)

이젠 국가적으로도 공론화가 되어 토호쿠 대학은 유학생에 대한 연간 등록금을 1.7배(기존: 550만 원 > 변경: 980만 원 정도)나 한 번에 인상해 버렸다. 이를 시발점으로 많은 학교들이 유학생에 대한 등록금 인상을 검토 중이거나 결정하였다. 각박한 일본 서민 경제에서 불만이 나오니 정부에서도 노선을 바꾼 것 같다. 외국인에게 있어서 일본에서 생활은 앞으로 조금 더 가혹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의 정체된 경제 상황과 고물가 시대에서 불만이 나오는 것에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자국민 먹고살기에도 힘든데 굳이 외국인까지 배려해 줘야 하나라는 불만이 이해된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연구실의 일부 갈등에 대한 것이고, 전체를 대변하진 않는다. 이 속에서도 국가의 이미지나 인식에 따라 대우나 차별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일본인이 유독 싫어하는 특정 국가들은 차별 속에서 차별받는 경우도 보인다. 요즘은 일본에서 한국의 문화가 워낙 유명하고 인기가 있으니까 나쁘게 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 드라마나 음식이 일본인들에게도 친숙하니 때로는 대화로 이어질 때도 있다. 외국에 있지만 내 나라가 국제무대에서 위상을 떨치고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어야 나도 외국 사회에서 편견 없이 대우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난 항상 한국에서 좋은 소식만 들리길 바라고 있다.
어느 나라든 자국민과 외국인 간의 갈등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터전에서 사는만큼 일본인과 그 문화를 최대한 존중하며 스며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맺음]
*썸네일 이미지는 Google Gemini Nano Banana로 생성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