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 인티그리티 바로 알기 연재를 시작할 때 제가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연구윤리와 연구진실성은 무엇이 다른가?”였습니다. 연구윤리가 주로 연구대상자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한다면, 연구진실성은 연구를 어떻게 수행하고 기록하며 전달해야 신뢰할 수 있는 지식을 만들 수 있는지를 묻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표절, 데이터 위조와 변조, 저자 문제를 살펴보았고, 약탈적 저널과 피어리뷰 조작, 논문공장처럼 출판 시스템을 악용하는 문제도 다뤘습니다. 네덜란드와 한국의 연구진실성 제도를 비교하고, 오픈사이언스가 연구자의 일상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데이터 관리, 이해상충, 인공지능의 사용, 논문 철회와 과학 커뮤니케이션까지 이야기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연구진실성의 범위를 점차 넓혀 가고자 했습니다.
연재를 마무리하는 지금, 저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신뢰받는 연구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본 이미지는 생성형 AI(나노바나나)를 활용하여 제작함 개인의 정직성만으로 충분할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당연히 연구자 개인의 정직성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를 만들지 않고, 가설과 맞지 않는 결과를 임의로 삭제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지 않아야 합니다. 연구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사람들을 저자로 포함하고, 이해상충과 AI 사용을 투명하게 밝히며, 연구 결과가 보여주는 범위를 넘어 과장하지 않는 것도 연구자의 책임입니다.
그러나 한 명의 연구자가 정직하게 행동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혼자 연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구 질문을 정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며 분석하는 과정에는 동료, 지도자, 연구기관이 관여합니다. 그 결과가 논문으로 출판되는 과정에는 에디터, 리뷰어와 출판사가 참여하고, 이후 연구비 지원기관과 언론, 정책 결정자와 대중이 그 결과를 평가하고 활용합니다.
따라서 연구진실성과 연관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단지 “그 연구자가 나쁜 선택을 했다”라고 결론 내리면 중요한 부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연구자가 정직해야 한다는 요구만큼이나, 정직한 선택을 실제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는지도 물어야 합니다.
정직한 선택이 가능한 조직
연구자가 부정적인 결과를 보고하면 무능하다고 평가받고, 예상과 다른 결과를 제시하면 연구가 실패한 것으로 여겨지는 조직에서는 결과를 있는 그대로 보고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문제를 발견해 알린 사람이 오히려 불이익을 받고, 오류를 수정한 사람이 능력이 부족한 연구자로 여겨진다면, 누구도 먼저 나서서 실수를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연구 계획과 분석 과정이 잘 기록되고, 데이터와 코드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있으며, 어려운 문제를 안심하고 상의할 수 있는 지도자와 상담 창구가 있다면 연구자가 더 정직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것입니다. 오류를 발견했을 때 이를 숨기기보다 함께 논의하고 수정하며, 연구의 한계와 불확실성을 말하는 태도가 존중받는 환경도 필요합니다.
출판 시스템의 책임
연구기관을 통과한 결과는 학술 출판 시스템에서 다시 검증됩니다. 피어리뷰는 논문의 완벽함을 보장하는 과정이 아니라, 연구의 질문과 방법, 결과와 해석을 다른 연구자가 검토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 가능성을 제기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리뷰어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저널은 리뷰어의 신원을 확인하며 이해상충과 조작 가능성을 점검해야 합니다.
출판 이후의 관리도 중요합니다. 논문에 오류가 발견되면 정정하고, 결론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면 철회해야 합니다. 철회는 잘못을 덮는 일이 아니라 잘못된 학술 기록이 계속 사용되는 것을 막는 장치입니다. 오류와 고의적인 조작을 구분하고, 무엇이 잘못되었으며 결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해야 다음에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적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연구는 논문이 출판되는 순간 끝나지 않습니다. 연구 결과는 보도자료와 뉴스, 학회 발표, 임상진료지침과 정책을 통해 사회로 전달됩니다. 이 과정에서 동물실험의 결과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소개되거나, 관찰된 연관성이 인과관계처럼 표현되고, 하나의 연구가 이미 확정된 결론처럼 전달된다면 연구 내용이 거짓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메시지는 왜곡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신뢰는 사람들에게 그저 과학을 믿으라고 해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연구자가 무엇을 발견했는지와 함께 무엇을 아직 알지 못하는지 설명하고, 새로운 근거가 나오면 기존의 결론을 수정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사람들은 연구를 보다 신뢰하게 될 것입니다.
더 나은 데이터와 방법을 통해 이전의 설명을 수정하는 것이 연구이고, 과학이 발전하는 방식입니다. 중요한 것은 왜 판단이 달라졌는지, 어떤 근거가 추가되었는지를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신뢰받는 과학은 항상 정답을 말하는 과학이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답에 도달했는지를 보여주고 필요할 때 그 답을 수정할 수 있는 과학입니다.
다시 하나의 원으로
개인의 정직성은 당연히 좋은 연구의 출발점입니다. 그러나 개인의 정직한 선택이 지속되려면 이를 지지하는 조직과 평가 구조가 필요합니다. 기관에서 만들어진 연구는 책임 있는 출판 시스템을 통해 검증되고, 검증된 결과가 정확하게 사회에 전달될 때 연구에 대한 신뢰가 형성됩니다. 그리고 사회의 신뢰는 다시 연구에 필요한 자원과 자율성, 제도적 지원으로 돌아옵니다.
따라서, 개인의 정직성, 기관의 구조, 출판 시스템과 사회적 신뢰는 서로 분리된 단계가 아니라 하나의 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어느 한 부분이 무너지면 다른 부분도 오래 버티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정직한 연구자라도 잘못된 행동을 보상하는 구조 안에서는 지칠 수 있고, 아무리 훌륭한 제도를 갖추더라도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 책임을 회피한다면 제도는 형식에 그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진실성은 한 명의 훌륭한 연구자가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연구자 개인에게는 정직하게 판단하고 설명할 책임이 있으며, 기관에는 그런 선택이 가능하도록 보호하고 지원할 책임이 있습니다. 저널과 출판사에는 연구를 제대로 검증하고 학술 기록을 바로잡을 책임이 있고, 연구비 지원기관과 평가자는 빠르고 화려한 결과보다 믿을 수 있는 연구 과정을 인정할 책임이 있습니다.
좋은 연구자는 한 번도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설명할 수 있고, 불확실성을 숨기지 않으며, 오류를 발견했을 때 바로잡고, 다른 사람도 그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 좋은 연구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연구기관은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기관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안전하게 드러내고 공정하게 해결하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기관일 것입니다.
지난 스무 편의 글을 통해 결국 제가 말하고 싶었던 연구진실성은 완벽함에 대한 요구가 아닙니다. 우리가 만드는 지식이 어디에서 왔고, 어떤 과정을 거쳤으며,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를 정직하게 설명하려는 노력입니다. 신뢰받는 연구는 뛰어난 한 사람의 양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정직한 개인과 그 정직함을 지켜주는 조직, 책임 있는 출판 시스템, 그리고 불확실성까지 함께 나누는 소통이 연결될 때 비로소 만들어집니다. 연구진실성은 이를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드는 연구문화라 생각합니다.
본문은 생성형 AI를 구성 아이디어 정리와 문장 표현 개선 등 작성 과정 전반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최종 원고의 표현은 직접 검토 및 수정 후 완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