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논문을 읽을 때 conflict of interest, 즉 이해상충 고지를 얼마나 꼼꼼히 보시는 편인가요? 많은 연구자들이 초록과 결과, 표와 그림, 결론은 열심히 읽지만, funding이나 disclosure 항목은 상대적으로 안 읽거나 빨리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논문의 핵심은 결국 데이터와 분석이라고 생각했고, 이해상충 고지는 형식적으로 붙는 문구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논문을 읽고, 또 직접 쓰고, 리뷰를 경험하다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이해상충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 논문을 곧바로 불신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 논문을 읽는 태도는 달라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연구는 데이터만으로 완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질문을 택했는지, 비교군을 어떻게 설정했는지, 어떤 결과를 더 앞에 두었는지, 부작용과 한계를 어느 정도 비중으로 다뤘는지도 모두 연구의 일부에 해당합니다.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위원회 (ICMJE)는 저자가 재정적 관계뿐 아니라 비재정적 관계까지 공개해야 하며, 연구비 지원자나 관련 기관의 역할 역시 독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밝혀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1). 결국 이해상충의 핵심은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보다, 연구의 어느 단계에서 어떤 방향의 기울어짐이 발생할 수 있느냐를 보는 데 있습니다.
이해상충은 불신의 근거가 아니라 맥락의 단서
그래서 이해상충이 있다고 해서 그 연구가 자동으로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산업계 자금이 들어간 연구라고 해서 모두 편향되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죠. 실제로 대형 임상시험 중에는 회사가 자금을 지원하고 자사 연구진이 일부 과정에 참여했더라도 학술적으로 중요한 결과를 보여준 논문들이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만 치료제로 위고비 큰 주목을 받은 semaglutide 관련 NEJM 논문에서는 스폰서인 Novo Nordisk가 시험을 설계하고 진행을 감독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2). liraglutide의 심혈관 결과를 다룬 LEADER 연구 역시 연구팀에 학계 연구자뿐 아니라 Novo Nordisk 측 인력이 포함되어 있었고, pre-registration과 논문에서 스폰서의 역할이 분명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3). 이런 논문들이 곧바로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점은, 바로 이런 정보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논문을 더 구조적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논문을 읽으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평가변수는 왜 이것이었을까? 비교군은 왜 그렇게 정해졌을까? 통계분석은 누가 계획했을까? 부작용은 본문에서 어느 정도 비중으로 다뤄졌을까? 이런 질문은 연구를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연구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묻는 질문들입니다. 이해상충 부분이 길다는 것은 자동으로 불신의 근거가 아니라, 결론뿐 아니라 그 결론이 만들어진 과정도 함께 읽으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단순한 자금 여부를 넘어서는 미묘한 영향력
문제는 많은 연구자들이 이해상충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한다는 데 있습니다. 회사 돈을 받았는가, 받지 않았는가 정도로만 구분하면 실제 있을 훨씬 미묘한 영향력을 놓치기가 쉽습니다. 자문료, 강연료, 주식 보유, 특허, 자사 제품과 연관된 직무, 향후 고용 가능성, 장기간의 공동연구 관계도 모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영향은 대개 잘 보이는 데이터 조작의 형태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흔한 것은 질문의 방향을 특정하게 잡거나, 불리한 해석을 조금 더 완곡하게 표현하거나, 한계점은 짧게 쓰고 강점은 길게 쓰는 식의 미세한 기울어짐입니다. 이 때문에 이해상충을 보는 핵심은 부정행위가 있었는가만이 아니라, 어떤 편향이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가를 보는 데 있습니다.
특히 회사의 핵심 연구물질이나 대표 제품과 직접 연결된 논문이라면 이해상충을 더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 규모가 큰 분야일수록 결과의 과학적 의미와 상업적 의미가 강하게 겹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자금의 존재 그 자체보다 연구자의 독립성이 실제로 확보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산업계와 학계의 계약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논문에서 출판권이 제한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에도 공동저자 중 산업체 직원이 포함된 사례가 적지 않았고, 출판권 제한에 관한 정보가 논문에 불완전하게 보고된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4). 즉, 우리가 봐야 하는 것은 단순히 지원받음이라는 한 줄이 아니라, 그 지원이 설계, 분석, 집필, 출판에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었는가입니다. 같은 결과라도 이러한 맥락을 알고 읽을 때와 모르고 읽을 때의 해석 강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논문을 읽는 것은 과도한 의심이 아니라, 논문을 읽을 때 필요한 기본적인 신중함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늘 그렇듯 균형입니다. 이해상충이 있다고 해서 산업계와 연관된 모든 연구를 부정하는 태도는 곤란합니다. 반대로 다 공개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너무 쉽게 안심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이해상충 공개는 출발점이지 면죄부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해상충에 대한 언급이 잘 되어 있을수록 독자는 더 구체적으로 논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연구는 사람이 하는 일이고,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속한 조직과 관계, 보상 구조의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논문이 맞느냐 틀리느냐만 물을 것이 아니라, 이 논문은 어떤 조건에서 이렇게 쓰였는가, 즉 과정을 함께 물어야 합니다.
결국 이해상충 고지를 읽는다는 것은 부록을 읽는 일이 아니라, 연구의 맥락을 읽는 일입니다. 현명한 독자는 논문을 그대로 믿는 사람이 아니라, 연구 결과가 어떤 이해관계의 환경 속에서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해상충을 읽는 눈은 연구를 불신하기 위한 눈이 아니라, 연구를 더 정확하게 읽기 위한 눈이어야 합니다.
과학이 충분히 그럴듯한 형식을 갖춘 채 미세하게 한 방향으로 기울어질 때 연구진실성은 점점 무너지게 됩니다. 이해상충은 논문을 자동으로 무효로 만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가 그 논문을 읽는 방식을 바꾸게 만듭니다. 그리고 더 위험한 경우는, 이해상충이 드러난 경우가 아니라 그것이 잘 보이지 않게 포장된 경우일지도 모릅니다. 이 지점은 다음 글에서 조금 더 살펴보려고 합니다.
레퍼런스
- 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 Editors. Author Responsibilities. Disclosure of Financial and Non-Financial Relationships and Activities, and Conflicts of Interest. In: Recommendations for the Conduct, Reporting, Editing, and Publication of Scholarly Work in Medical Journals. Updated January 2026. Available from: https://www.icmje.org/recommendations/browse/roles-and-responsibilities/author-responsibilities--conflicts-of-interest.html and https://www.icmje.org/icmje-recommendations.pdf. Accessed 2026 Apr 10.
- Wilding JPH, Batterham RL, Calanna S, Davies M, Van Gaal LF, Lingvay I, et al. Once-Weekly Semaglutide in Adults with Overweight or Obesity. N Engl J Med. 2021;384:989-1002.
- Marso SP, Daniels GH, Brown-Frandsen K, Kristensen P, Mann JFE, Nauck MA, et al. Liraglutide and Cardiovascular Outcomes in Type 2 Diabetes. N Engl J Med. 2016;375:311-322.
- Kasenda B, von Elm E, You J, Blümle A, Tomonaga Y, Saccilotto R, et al. Agreements between Industry and Academia on Publication Rights: A Retrospective Study of Protocols and Publications of Randomized Clinical Trials. PLoS Med. 2016;13(6):e1002046.
- 본문은 생성형 AI를 구성 아이디어 정리와 문장 표현 개선 등 작성 과정 전반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최종 원고의 표현은 직접 검토 및 수정 후 완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