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국가에 연구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범이 존재합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네덜란드에도 Netherlands Code of Conduct for Research Integrity, 즉 연구진실성 코드가 있습니다 (1). 이 규범을 바탕으로, 제가 소속된 대학에서는 연구진실성 과목 (Scientific Conduct)이 모든 박사 과정의 필수 교육으로 지정되어 있죠. 그만큼 연구진실성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최근 네덜란드에서는 이 연구진실성 코드를 새롭게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정부기관인 Royal Netherlands Academy of Arts and Sciences에서 개정 초안을 마련했고, 이를 전 국민이 검토할 수 있도록 공개 리뷰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제 지도교수님과 해당 연구 분야의 박사 동료들 역시 개정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다양한 레벨의 연구원, 교수, Research integrity officer, Confidential advisor 등이 모여 작성한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는 코드 개정위원회가 주최하는 미팅도 예정되어 있죠.
이 과정을 지켜보며,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네덜란드의 연구진실성 코드가 무엇인지,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작동하는지, 실제 연구 환경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앞으로 2-3편에 걸쳐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우선 네덜란드 연구진실성 코드가 무엇인지, 왜 필요하며, 어떤 배경에서 만들어졌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Code of Conduct for Research Integrity’란?
전 세계적으로 연구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국은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왔습니다. 한국에는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이 있고, 미국에는 ORI (Office of Research Integrity), 영국에는 UKRIO (UK Research Integrity Office)가 연구진실성을 위한 정책과 교육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연구윤리법과 별도로 연구진실성의 규범으로 Netherlands Code of Conduct for Research Integrity가 존재합니다. 이 코드는 네덜란드 연구진실성의 기본이라 할 수 있으며, 모든 대학과 연구기관이 채택하여 연구원에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즉, 이 규범은 연구를 계획하고 수행하며 결과를 보고하는 모든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본 행동규범으로 역할을 합니다.
연구진실성 규범의 탄생 배경
네덜란드의 첫 연구진실성 규범은 2004년에 제정되었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 초, 네덜란드에서 대규모 연구 조작 사건이 발생하며 큰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개별 연구자의 도덕성만으로는 연구 신뢰를 지키기 어렵다는 의식이 커졌습니다. 이에 2013년, Royal Netherlands Academy of Arts and Sciences에서 Trust in Science라는 규범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정부, 대학,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새로운 규범 체계를 구축했으며, 그 결과 『Netherlands Code of Conduct for Research Integrity』가 2018년 10월 1일부로 새롭게 제정되었습니다. 이 규범은 연구진실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이자, 유럽연구진실성네트워크 (ALLEA)와 같은 국제적 흐름에 발맞춘 네덜란드 연구 문화의 중요한 전환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규범의 핵심은 법적 통제보다 신뢰에 기반한 자율적 시스템으로, 연구자를 자율과 책임을 가진 전문가로서 신뢰한다는 철학이 바탕에 있습니다. 또한, 연구자는 자유롭게 연구를 수행할 수 있지만, 그 자유가 사회적 신뢰 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2018년 버전의 기본 구조
현재 적용 중인 2018년 버전은 5가지 핵심 가치 (Principles)와 6가지 연구 과정별 기준 (Standards)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다섯 가지 핵심 가치
이 다섯 가지 가치는 네덜란드 학문 공동체가 합의한 연구진실성의 최소 기준으로 작동하며, 연구자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할 행동 지침을 제시합니다.
- 정직 (Honesty): 사실을 왜곡하지 않고, 데이터와 해석을 있는 그대로 제시한다.
- 신중함 (Scrupulousness): 과학적/학술적 방법을 사용하며, 연구의 설계, 수행, 보고, 소통에 최선의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의미한다.
- 투명성 (Transparency): 연구과정과 결과를 가능한 한 개방적으로 공유한다.
- 독립성 (Independence): 이해상충으로부터 자유롭게 연구를 수행한다.
- 책임성 (Responsibility): 과학적/사회적으로 적절한 연구를 수행하며, 인간 및 동물 피험자, 연구비 지원 기관, 환경의 이익을 고려한다.
2. 여섯 가지 연구 과정별 기준
총 61개의 구체적인 기준은 연구를 연속된 과정으로 보며, 다음 여섯 가지 영역에서 연구자가 지켜야 할 원칙을 명시합니다.
- 설계 단계 (Design): 명확하고 검증 가능한 연구 질문 설정, 적절한 방법론 선택, 연구에 필요한 자원과 예상되는 윤리적 문제를 사전에 명확히 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 실행 단계 (Conduct): 자료 수집과 분석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데이터 품질을 보장하며, 연구 프로토콜에 따라 연구를 수행하고 기록을 철저히 관리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 결과 보고 단계 (Reporting results):결과를 정확하고 완전하게 보고하고, 공정하게 저자를 명시하며, 연구비 출처 및 이해상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원칙을 포함합니다.
- 평가 및 동료 심사 단계 (Assessment and Peer Review): 동료 심사자로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판단을 내리고, 심사 대상 연구에 대한 기밀을 유지하며, 이해상충을 공개하는 책임을 규정합니다.
- 소통 단계 (Communication): 연구 결과를 학계 및 일반 대중에게 분명하고 정직하게 전달하고, 연구 결과의 한계와 적용 범위를 명확히 설명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 모든 연구 단계에 적용되는 기준 (Standards that are applicable to all phases of research): 안전한 연구 환경 조성, 멘토링과 감독의 의무, 연구비 활용 등 특정 단계에 국한되지 않고 연구 생애주기 전체에 걸쳐 적용되는 일반적인 책임을 명시합니다.
즉, 네덜란드 연구진실성 코드는 연구원이 연구 전 과정에서 지켜야 하는 태도와 실제 연구 과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지침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각 기관이 연구진실성을 고취하고 보장하는 근무 환경을 조성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연구자가 연구진실성을 바탕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교육 및 감독, 연구 문화 조성, 데이터 관리, 윤리적 절차 마련 등 기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맺음말
연구진실성 코드는 단순한 규칙집이 아니라, 연구자가 함께 신뢰를 쌓고 사회와 공유하는 장치이자 약속입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연구자가 규범을 만들고 토론하며 갱신하는 과정 자체가 연구진실성 실천으로 여겨집니다. 다음 글에서는 현재 논의 중인 코드 개정 작업의 주요 쟁점과 변화 방향을 소개하며, “연구진실성을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2. 본문은 생성형 AI를 구성 아이디어의 정리와 문장 표현 개선 등 작성 과정 전반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최종 원고의 표현은 직접 검토 및 수정 후 완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