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대학원 지원기의 마지막 편, 스위스 ETH 취리히 대학교 지원 방법과 불합격 후기를 남겨보려 합니다. ETH 취리히는 제가 이번 지원 시즌 중 가장 먼저 지원하고 가장 가고 싶었던 학교라 더 애착이 컸지만, 유일하게 떨어진 곳이기도 합니다.
1. ETH 취리히
ETH 취리히는 아인슈타인이 졸업한 학교로, 유럽에서는 손꼽히는 명문 공대입니다. ‘유럽의 MIT’라고 불릴 만큼 명성이 높고, 그만큼 유럽 각국의 똑똑한 인재들이 몰려들어 경쟁률도 매우 치열합니다. 작년 11월쯤, 전공별 입학 설명회가 있었는데 담당자분께서 “우리는 탑티어만 취급한다.”라고 말하시는 걸 듣고 처음엔 조금 거만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그만큼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이 있다는 뜻이라 오히려 더 끌리기도 했습니다. ETH는 다른 유럽권 대학보다 영어 점수 커트라인이 높고, 미국 대학처럼 GRE 점수를 요구하는 과도 많습니다. 또한 출신 대학의 랭킹과 전 학기 성적 석차를 기입해야 하는 란이 있습니다. 이렇게 ETH 취리히는 지원 기간이 11월 단 한 달인 것에 비해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으므로 적어도 여름부터 지원 준비를 시작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실제로 네이버 블로그를 찾아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출신 학생들이 주로 합격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하긴 했지만, “해보고 떨어지는 것과, 안 해보고 떨어지는 것은 다르다”라고 생각했기에 과감히 도전했습니다. 전형료가 약 23만 원으로 꽤 비싸지만, 한 번쯤 경험 삼아 지원해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2. 스위스, 왜 다들 살고 싶어 할까?
스위스는 제가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유럽 여행자들이 최고로 꼽는 나라이자 유럽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나라라고 합니다. 그만큼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깨끗한 공기와 안전하게 도시 관리가 잘 되어 있는 나라로 유명하죠. 물가가 높은 대신 나라가 작아 인접국(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으로 장을 보러 가거나 여행을 다니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점도 스위스의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학업 이후 취업 및 정착은 쉽지 않습니다. 스위스는 영주권을 받기까지 최소 10년 이상 거주해야 가능하다고 하니, 정착 목적보다는 학업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생활비가 매우 높습니다. 집 구하기도 어렵고, 교통비 역시 비싼 편입니다. 다만 ETH의 학비는 한 학기 약 200만 원 남짓으로 매우 저렴한 편이라, 생활비 부담만 제외하면 학비는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취업 시 연봉이 물가를 고려하더라도 높은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3. ETH 취리히 지원 방법
ETH는 eApply라는 자체 온라인 포털을 통해 지원합니다. 필요 서류는 영어 점수 (IELTS, TOEFL 등), GRE 점수 (과별로 다름), 고등학교 및 대학교 성적표 (석차 표기 선택 가능), 수강 과목 리스트, 고등학교 및 대학교 졸업 증명서, 지원 동기서 (Motivation Letter), CV (이력서), 여권, 추천서 (학교 이메일로 교수님이 바로 보내는 형식), 개인정보 동의서
특이한 점은 고등학교 시절부터의 모든 히스토리를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CV에는 쉰 기간을 포함한 모든 활동·수상 내역·성적 등을 작성해야 하며, 이 사람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꼼꼼히 살핍니다. 하버드 등 일부 미국 대학처럼 입학사정관식 평가를 하는 유럽 대학은 흔치 않은데, 제가 지원한 곳 중에서는 ETH가 유일하게 이런 전형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심사 과정도 매우 오래 걸리고, 까다롭게 진행됩니다.
4. 장학금 & Pre-Proposal
ETH는 장학금 신청이 가능한데, 신청 시 논문 Pre-Proposal과 추가 동기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장학금은 학비 전액 면제 + 생활비 지원이라는 엄청난 혜택이 있지만, 경쟁률이 워낙 높아 과마다 1명 정도만 선발된다고 합니다.
석사 입학 전 논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내가 어떤 연구를 하고 싶어서 ETH를 선택하는가?”를 생각해 볼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5. 불합격 통보
결과는 광탈이었습니다. ETH는 제가 처음으로 지원한 학교이자 가장 공을 들인 학교였고, IELTS 기준(Overall 7.0, 각 영역 6.0 이상)을 맞추기 위해 시험도 두 번 봤던 터라 더욱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기에 후회는 없었습니다. 첫 학교를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기에 이후 다른 학교를 지원하는 일은 너무 수월하게 느껴졌습니다.
다만 처음 지원한 학교인데도 결과가 거의 마지막에 나와서 어느 학교에 가야 하는지 갈팡질팡 정하지 못했습니다. 영국의 학교들은 이미 1월에, 네덜란드의 학교는 12월에 전형결과가 모두 나왔던 터라 스위스의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오퍼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영국이 제게 1순위가 아니었기 때문에 아깝진 않았습니다. 또한 스위스를 제외하고 지원한 모든 학교에서 오퍼를 받았기 때문에 저에겐 많은 선택지가 있었습니다.
비록 ETH 취리히에는 가지 못했지만, 저는 현재 제가 지원한 학교 중 한 곳에서 만족스러운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 2주간은 영어 때문에 수업이 들리지 않고, 또 공부를 한 지 너무 오래돼서 오래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 많이 울었습니다.
힘든 지원 과정만 지나면 다 일사천리로 해결될 줄 알았는데, 30대에 다시 대학원으로 돌아가는 것은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시간이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고, 노력하는 만큼 발전하니까요. 이번 학기를 큰 변화에 적응하는 시간으로 받아들이니 부담이 많이 줄어들면서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더라고요. 지금 이렇게 브릭에 글을 연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물론 여전히 바쁜 스케줄에 힘들고 벅찹니다. 여유롭게 직장 생활하던 때와는 차원이 달라, 시간을 돈 주고 사고 싶을 정도입니다. 차차 적응의 시간을 거쳐 취업에 도전하는 모습들도 공유드리겠습니다.
또한 이 스위스 대학원 탈락의 경험을 다음 도전의 원동력으로 삼아, 언젠가 스위스에서 살아볼 날을 기대하며 재밌는 유럽 생활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동안 30대 유럽 석사 후 취업 도전기 – 대학원 지원기 편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취업 도전기 편으로 찾아올게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