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효율성 끝판왕 덴마크의 e-Boks라는 통합 정보 시스템, 무상 의료, 대중교통 그리고 도서관까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e-Boks 앱
덴마크에 살고 있다면 e-Boks, MitID, MobilePay 이렇게 세 가지 앱은 아마 필수로 사용하시고 있을 겁니다. 덴마크는 환경을 아끼는 나라로서 종이 사용을 줄이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사용했던 종이 재사용률도 높음) 그래서 이렇게 모바일 앱을 대신 적극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처럼 젊은 세대들에게는 간편하고 참 좋은데, 개인적으론 어르신들에게는 어려움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효율성 끝판왕 덴마크는 일단 환경부터 생각하고 봅니다. 이제 앞으로는 대부분의 공공기관 안내를 종이 우편 대신 전자우편으로 받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건강보험, 고용보험 그리고 카드 고지서 등 중요한 정보가 담긴 우편은 주로 우체국을 통해 집으로 배달이 되잖아요? 덴마크에서는 바로 이러한 정보들을 Digital Post를 통해 받을 수 있고, e-Boks 앱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직도 종이로 오는 우편이 간혹 있기는 한데, 그 우편에도 늘 큐알코드가 언급되면서 온라인으로 받아볼 방법을 알려줍니다. (우리나라도 요즘 이렇게 세금 납부하는 추세인 것 같아요! e-tax)
그래서 제 기숙사의 경우 월세 같은 것도 아파트 월세 납부 번호만 덴마크 은행에 입력하면 날짜에 맞춰서 알아서 통장에서 돈을 뽑아갔습니다. 병원에서 검사 예약 일정이 잡혔거나, 검사 결과가 나왔거나, 은행에서 알려줄 사항이 있을 때도 전부 다 이 앱으로 알림이 오니까 필수로 깔아 두고 알람을 켜두고 늘 주시해야 하는 앱이에요! 한 곳에 다 모아두고 모든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보니 저는 정말 편하더라고요.
이사 간다고 우편물 놓칠 걱정도 필요 없고요! 요즘 저는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해서 매번 우편물을 놓치기도 하고, 앱에 일일이 다 들어가 주소를 바꿔야 하고, 이전 주소로 잘못 배송된 우편물을 찾으러 가야 해서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이사 갈 때 우체국에서 오는 우편은 자동으로 변경된 주소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지만 다른 곳에서 오는 우편은 자동 변경이 불가합니다.)
또한 저는 국가를 많이 변경하면서 살았다 보니 이 나라 저 나라에서 날아오는 것들이 참 많은데요(?) 미국에서는 세금 보고에 관한 우편물이 이전 직장으로 보내지기도 하고, 이전 집으로 가기도 해서 아직도 미국에서 직장 동료가 “우편물 왔는데 뜯어서 사진 찍어 보내줄까?” 하는 메시지가 오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얼마나 미안하고 고마운지 몰라요. 그런데 덴마크는 내가 한국에 있는데도 뭐 하나 놓치는 것 없이 휴대폰 하나로 모든 행정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훌륭하고 편하고 감사한 나라예요!
이럴 때 보면 우리나라보다 더 발달한 나라가 있다는 게 참 놀라울 따름입니다. 저는 이런 면에서 덴마크에게 참 많이 배웠어요. 어쩔 땐 이혼도 앱으로 하는 걸 보고 너무 차갑다… 이 나라… 싶다가도 그럼에도 제가 참 좋아하는 나라입니다.
2. 무상 의료
보통 해외로 유학을 가면 유학생 보험에 가입하잖아요? 하지만 덴마크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CPR 번호와 옐로카드가 있는 합법적 거주자는 공공 의료 서비스를 대부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거든요. 덴마크에 살고 있는 국민은 물론이고 유학생, 노동자 등 합법적으로 거주하며 CPR 번호와 옐로카드를 받은 사람은 공공 의료 서비스를 대부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덴마크를 단기 방문하는 여행객은 의료비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여행자보험을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도 현지 도착 후 비자가 나오는 한 -두 달의 기간 동안은 여행자 보험을 들고 갔답니다.
어떻게 이런 복지가 가능할까요? 아무래도 덴마크에서는 세금을 수입의 거의 50퍼센트 가까이 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덴마크에서 공부하는 동안 일을 병행했기 때문에 세금을 많이 냈는데요. 제가 덴마크에 가기 전에 본 다큐멘터리에서 덴마크 사람들은 세금을 많이 낸 만큼 많은 복지를 누리고 있어 억울하지 않다고 한 걸 본 기억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만나본 많은 덴마크 사람들이 그런 덴마크의 의료 복지에 큰 감사함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병원에 갈 일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약간의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몸이 약한 편인 저는 해외에 나가서 살 때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바로 ‘병원에 가기 힘들다’는 점이었어요. 그런데 덴마크에서는 병원 가는 게 상대적으로 쉬워서 너무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덴마크에서 총 2번의 응급실과 1번의 주치의 상담 그리고 약 7차례 심리상담을 무료로 받았어요.
덴마크에서는 나라에서 자기가 사는 집 근처의 개인 병원으로 주치의를 지정해 줍니다. 그런데 저는 덴마크에 입국해서 비자를 신청했기 때문에 비자 발급이 조금 늦어졌는데요. 핑크카드로 불리는 거주허가증인 CPR 카드와 옐로카드로 알려진 의료카드가 발급은 됐지만 배송 중인 상태여서 제 주치의가 누군지도 몰랐어요.
어느 날 제가 그 어느 학교보다 빡셌던 덴마크 DTU에서 공부하는 내내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기 때문에 늘 소화장애에 시달렸고 급기야 토를 하고 편도염으로 고열에 시달리고, 자주 식은땀을 흘리며 잠 못 이루는 날들이 이어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가만히만 있어도 토가 올라오던 날엔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 112(생명에 위협이 되는 긴급상황 신고번호)에 전화를 했어요. 사실 덴마크에서도 생명에 위협이 되는 급박한 상황이 아니면 112보다는 1813이나 주치의에게 먼저 연락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112에 걸자마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당연히 응급상황일 거라고 판단해서) 집 주소를 알려주면 응급차를 보내주겠다고 하셨어요.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든 상황이긴 해서 주소를 불러드렸지만, 어려운 덴마크어 발음이 안 되는 저는 집 주소를 알려드리는 데 실패했어요. (덴마크어 공부를 꼭 하세요… 진짜 위급 상황이었으면 어쩔 뻔 ㅠㅠ) 그래서 그렇게까지 응급상황은 아니다 하며 주치의에게 가고 싶은데 주치의를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을 드렸고, 응급실에서 저에게 배정된 주치의 정보를 알려주시며 전화를 걸어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제 주치의는 실물 카드가 없이는 의료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다시 응급실에 전화를 거니, 지금 가까운 oo병원 응급실을 예약해 줄 테니 여권을 챙겨 바로 방문하라고 하셨습니다. 응급실을 예약한다는 개념이 생소하긴 했지만 너무 몸이 아팠던 저로서는 너무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유럽에서는 드문 외국인에게 융통성을 발휘해 준 거니까요.
하지만 이후에 한 차례 더 응급실을 가야 했을 때는 112와 1813 모두 허락을 해주지 않아서 정말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건 어떤 상담사를 만나는지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응급 상황이었던 저는 예약 없이 무작정 응급실을 찾아갔고, 창구에서 왜 그들이 너를 받아주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당시에도 CPR카드를 들고 있지 않았지만 무상 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너무 급하면 안 될지라도 저처럼 도전해 보세요..ㅠㅠ 결국 다 사람 사는 곳이니까요.
그렇게 여권을 챙겨 병원 창구에 도착해서 제 이름을 말하니 여권 확인도 없이 바로 간호사 선생님께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다른 유럽에서도 응급실을 가본 이력이 있는 저에게는 덴마크 병원은 신세계였습니다. 늘 병상과 의사 선생님 그리고 간호사들이 부족해서 무한 대기를 해야 하는 타 유럽의 병원과는 달리 덴마크의 병원은 평온 그 자체였습니다. 잠깐 앉아 있으니 친절하게 웃으시면서 남자 간호사 선생님이 다가와 저를 진찰실로 안내하시더니 아주 자세하게 문진을 하셨습니다. 언제부터 토를 하기 시작했는지, 열은 언제부터 났는지, 잠은 자는지, 우울하지는 않은지, 밥은 잘 먹는지, 대소변은 잘 보는지, 하루에 물은 얼마나 마시는지 등 저에 대한 모든 걸 다 물어봤습니다. 저에게 거의 30분을 할애해 주신 것 같아요. 사실 한국에서도 이렇게 오랫동안 자세히 진찰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지극한 정성에 그동안 혼자 서럽게 아팠던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물을 잘 안 마신다고 하니 간호사 선생님은 여기에 물이랑 음료수가 나오는 무료 자판기가 있으니 물을 충분히 마시면서 대기하라고 하셨습니다. (물, 탄산수, 커피, 음료가 다 나오는 기계가 정말 무료였어요….) 그리고 한 45분 정도 대기하면 의사 선생님이 와서 진찰을 해주실 거라고 했어요. 유럽이니까 한 3시간 기다리면 되겠지? 했는데 정말 말 그대로 45분 뒤에 간호사 선생님이 저를 다시 찾아왔습니다. 덴마크는 시간 약속에 엄격하거든요. 덴마크의 이런 점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엔 여자 인턴을 두 명이나 데리고 여의사가 나타납니다. 참 성별에 대한 구분이 없는 이 나라가 참 좋아요. 심지어 인턴 중 한 분은 거의 만삭에 가까운 임산부였습니다. 세 분은 저에게 궁금했던 모든 질문을 퍼부으셨고, 상하 위계질서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평등한 보스와 부하 직원의 관계를 직관했습니다. 선생님은 저에게 위산을 억제할 수 있는 약을 처방해 주셨고, 지금 정신적으로 너무 지친 것 같으니 심리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폭풍 같은 하루를 보내고 집에 가려고 병원에서 나오니 처방전을 안 받은 거예요? 그래서 다시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에는 처방전을 받을 필요가 없대요. 전산상으로 이미 다 보내져서 아무 약국이나 가면 제 처방 정보를 다 볼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해외살이 5회 차 만에 ‘우리나라보다 발전한 나라가 있다고…?’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습니다. 덴마크는 정말 효율성 끝판왕이에요. 환경을 생각해서 종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환자와 약사 모두에게 편리성까지 주니까요.
그리고 약국을 찾으려니 휴대폰 배터리가 없었습니다. 급하게 집에서 나오느라 충전기를 챙기지 못했어요. ‘여기 유럽인데… 충전기 있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없다고 하시겠지..?’ 하고 생각하던 찰나 제 눈앞에 무료 휴대폰 충전기가 있었습니다. 정말 충격 그 자체였어요. 여기 유럽 맞아..? 한국도 이 정도는 아니잖아요? 심지어 모든 충전 포트가 다 있었고, 잠금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된 김에 충전을 하면서 그 옆에 있던 무료 음료 자판기에서 음료 한 잔을 뽑아 마시며 여유를 즐겨보기로 했어요. 그날 사실 학교에서 발표를 하는 날이었어서 끝나고 바로 학교로 가려고 했는데 도저히 그럴 컨디션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가득 충전된 휴대폰과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참 몽글몽글했어요. 여전히 위산 과다로 속은 쓰렸지만 해외에서 이방인으로서 이렇게 따뜻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자체로 너무 감사했거든요.
정말로 돈은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유럽에서 응급실을 갔을 때는 입장하는 순간 의료보험을 제시하고 병원비를 결제하고 들어갔거든요. 저는 여권도 보여주지 않고 이름만 말하고 입장한 순간 무료가 적용된 거였더라고요. 참… 무상 의료라는 게 얼마나 큰 건지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약은 돈을 내야 합니다. 대신 덴마크에 있는 아무 약국이나 가도 전산으로 처방 정보를 확인해 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참 좋더라고요. 저는 한국에서 종종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고 약을 받아오는 걸 깜빡해서 집 근처에서 약을 타려고 하면 약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거든요.
집에 와서 또 한 가지 충격적이었던 건 의료 시스템 MinSP에 들어가 보니 예약 내역뿐만 아니라 당일 의사 선생님이 제게 했던 말들이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피검사를 하고 심전도를 찍은 모든 의료 데이터들 마저 전부 다 앱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에서 따로 서류를 떼지 않아도 집에서 내 상태를 확인하고 과거의 기록을 보며 내 상태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어요.
이날 저는 왜 코펜하겐이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인지 인정해 버리게 되었습니다.
3. 도서관
저는 어떤 나라에 살든지 도서관을 참 애용하는 사람인데요.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도서관에 가면 무료로 참여할 수 있는 로컬 행사들이 많거든요! 이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이 나라에 뉴비인 내게 어떤 활동들이 이 도시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도서관에 꼭 들립니다. 저는 여행을 가도 그 도시의 도서관을 꼭 가는 것 같아요 ㅎㅎ 저는 도서관이 참 좋습니다. 아무튼 오늘은 제가 살던 도시 링비의 도서관에서 놀랐던 사실을 공유드릴게요. 도서관에 입장하자마자 역시 덴마크는 예쁘다..! 싶었던 예쁘고 웅장한 내부 인테리어는 물론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간과 노인분들이 커피 한 잔을 하면서 책을 읽는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이 공간이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그리고 제가 가장 놀랐던 점은 도서관 안에 컨베이어 벨트가 있었다는 점이에요. 저게 뭘까 한참을 고민했어요. 공장 같은 게 있는 건가 도대체 뭐지 하면서 그 앞에서 계속 지켜봤습니다. 안에는 어떤 노인분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수레에 쌓여가던 책을 정리하고 계셨어요. 그리고 그때 어떤 여성분이 반납할 책을 들고 그 컨베이어 벨트의 시작점에 책을 넣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은 자동으로 분류번호에 맞게 자동 분류되어 벨트를 타고 가 그 끝에 기다리고 있던 책수레에 안착하더군요. 그 광경을 보고 이마를 탁 쳤습니다. "아니 이것도 한국에 없는 거잖아..?" 지금까지 많은 나라를 살아본 결과 아무리 그래도 우리나라가 가장 발전했고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던 저에겐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심지어 중학생 때 도서부에서 점심시간마다 봉사를 했던 학생이었는데, 그때 반납된 책을 분류번호에 맞춰 정리하는 게 제 임무였거든요. 그래서 이 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일을 줄여주는지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무거운 책을 하나하나 옮길 필요도 없고 수레에 자동으로 담긴 책을 분류번호로 가져가 꽂기만 하시던 도서관 직원분을 보면서 참 부러웠습니다. 이런 덴마크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4. 대중교통
코펜하겐의 주요 대중교통은 늦은 밤과 새벽에도 이용할 수 있고, 특히 메트로는 24시간 운행됩니다. 정말 놀랍지 않나요? 대부분 3시에 퇴근하는 노동자의 워라밸이 끝판왕인 이 나라에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우선 코펜하겐 내부에서 운행하는 메트로의 경우 무인 자동 운행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그래서 24시간 운행이 가능한 것이지요. 이 메트로는 코펜하겐 카스트럽 공항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공항과 시내를 24시간 오고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그뿐만 아니라 버스도 끊기지 않아요. 물론 밤 12시가 넘어가면 배차 간격이 벌어지긴 하지만 계속해서 버스가 있긴 있습니다. 기차도 새벽 2시까지는 있어서 코펜하겐에서 20분 떨어진 근교 링비에 살았던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에서 경기도 거리) 저로서는 항상 늦은 시간까지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었어요. 덴마크 자체가 안전하기도 해서 새벽에 집에 혼자 돌아가도 무섭다는 느낌도 없었고, 아무도 걱정하지도 않았습니다. 미국에 살 때는 저녁 7시 이후로는 나가지 말라는 말을 매일같이 들었던 저에게는 덴마크는 정말 한국과 비슷한 마음이 편안한 곳이었어요.
기차에서 기타 치는 할아버지한 가지 대중교통 사용에 있어 한국과 크게 다른 점을 꼽자면, 덴마크의 대중교통은 특히 메트로와 기차가 상당히 자유로운 분위기라는 점입니다. 한국처럼 모두가 조용히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지 않거든요. 물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소란스럽게 행동하면 안 되겠지만, 대화를 하거나 음악을 크게 틀거나(?)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편입니다. 도시락통을 들고 밥을 먹는 사람들, 서서 햄버거를 먹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다만 버스에는 음식 반입 금지 표시가 되어 있는 경우가 있으니 음식을 먹지 않는 게 좋겠죠? 아무래도 기차는 넓고 버스는 좁으니까 냄새가 쉽게 퍼질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아무래도 유럽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지만, 제일 무서운 10대들은 기차 안에서 노래를 크게 틀고 듣는 걸 종종 보곤 했는데요. 그중에 제 옆에 앉아서 강남스타일을 아주 쩌렁쩌렁하게 틀어놓고 따라 부르는 청년도 보았답니다. 귀는 무척 아팠지만 자랑스러운 순간이었어요.
우리나라 전철에서는 음식 섭취 금지 표시를 보지 못한 것 같은데, 그래도 조심하는 편이잖아요? 기차에서는 오래 타니까 먹을 걸 들고 타고요. 덴마크에서도 기차나 메트로에서는 음식이나 음료를 비교적 자유롭게 먹고 마시는 분위기입니다. 대신 조용히 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기차에는 ‘silent zone’ 또는 덴마크어로 ‘stillezone’이라고 불리는 조용한 구역이 따로 있습니다. 이 구역에서는 통화나 큰 소리의 대화는 피해야 하고, 조용히 쉬거나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앉는 공간이에요. 그러니까 덴마크 대중교통이 전체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이긴 하지만, 조용함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는 셈입니다.
덴마크에서는 코펜하겐과 그 주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메트로가 운행되고, 경기도 같은 외곽 지역은 메트로보다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기차가 우리나라처럼 부산 같은 먼 도시를 가기도 하지만,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안양역을 가는 정도의 가까운 거리도 기차로 이동하곤 합니다. 그래서 메트로와 크게 다르지 않게 기차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많답니다.
경기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는 기차를 타고 코펜하겐 시내로 가는 것을 참 좋아했어요. 한적한 경기도에 살면서 번화가인 서울이 이리도 가깝다는 사실이 참 좋았거든요. 하지만 교통비는 한 번 탈 때마다... 대략 5천~6천 원 정도는 생각하셔야 하고, 공항에 갈 때는 구간에 따라 거의 만 원 가까이 나오기도 했어요. 사악하죠? 역시 다 좋은 건 없나 봅니다.
오늘은 제가 사랑한 효율성 끝판왕 덴마크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어떠셨나요? 저는 덴마크를 정말 긁지 않은 복권과 같다고 이야기해요. 너무 좋은데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지 못한 것 같아요. 물론 모든 장점은 반대로 생각하면 단점이 되니까 덴마크를 추앙하는 것은 아니에요. 효율성이 높은 만큼 편리했지만 저는 이곳에서 참 외로웠거든요. 덴마크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쭉 같은 반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이랑 다니기 때문에 성인이 되어서는 친구를 뭐 하러 만들어?라는 생각을 가진 효율적인 사람들도 많아서 친구를 만들기도 쉽지 않거든요. 그래도 덴마크에 유학을 가거나 취업을 생각하시는 분들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솔직한 제 경험담을 공유해 보았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모두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