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편에서는 저희가 버려지는 사워도우로 총 여섯 개의 미소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5주 차와 8주 차에 pH, 냄새, 색, 질감을 확인했던 과정까지 소개해드렸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이 프로젝트의 마지막 편입니다.
Crumb과 2brew라는 팀과 협업해 진행한 테이스팅 이벤트
이번 글에서는 저희가 만든 미소를 실제 사람들에게 맛 보였던 테이스팅 이벤트, 그 반응을 바탕으로 어떤 샘플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는지, 그리고 CRUMB라는 브랜드를 어떻게 완성했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테이스팅 이벤트를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최대한 공정하게 맛을 보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이 샘플 이름이나 재료를 먼저 알면, 그 정보가 맛 평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샘플을 같은 병에 담고 번호를 붙여 제공했습니다. 참가자들은 각각의 샘플을 순서대로 맛보고, 중간중간 입을 헹구면서 다음 샘플로 넘어가도록 했습니다. 미소처럼 짠맛과 감칠맛이 강한 식품은 앞에서 먹은 샘플이 다음 샘플의 맛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과정도 생각보다 중요했습니다.
평가는 단순히 “맛있다, 맛없다”만 보는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전체적인 선호도, 맛, 질감, 외관, 뒷맛을 함께 보았고, 짠맛과 감칠맛이 적당한 지도 확인했습니다. 미소는 원래 짠 식품이지만, 너무 짜게 느껴지면 소비자들이 부담스러워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소금이 너무 적으면 발효 안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 중간 지점을 찾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저희가 최종 테스트에 가져간 샘플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굽지 않은 사워도우를 사용한 Unroasted Bread Miso, 두 번째는 한 번 더 구운 사워도우를 사용한 Roasted Bread Miso, 세 번째는 노란 완두콩을 사용한 Yellow Pea Miso였습니다.
원래 여섯 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지만, 유채박이 들어간 샘플들은 최종 후보에서 제외하게 되었습니다. 유채박은 업사이클링이라는 측면에서는 정말 흥미로운 재료였습니다. 기름을 짜고 남은 부산물을 다시 식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성의 의미도 컸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미소로 만들어보니 수분을 너무 많이 흡수해서 질감이 건조해졌고, 샘플에 따라 산미가 강하거나 겨자 같은 향, 쓴맛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물론 더 긴 숙성이나 전처리 방법을 바꾸면 개선될 가능성은 있지만, 짧은 수업 기간 안에서 최종 제품 후보로 밀고 가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습니다.
반대로 빵 기반 샘플과 완두콩 샘플은 훨씬 안정적이었습니다. 굽지 않은 빵 미소는 비교적 부드럽고, 사워도우에서 오는 구수한 향이 살아 있었습니다. 약간의 단맛과 감칠맛도 느껴져서 “빵으로 만든 미소”라는 컨셉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샘플이었습니다.
구운 빵 미소는 조금 더 깊고 복합적인 맛이 있었습니다. 로스팅에서 오는 고소함과 진한 향이 더해져서, 단순히 짠 발효 페이스트가 아니라 조금 더 요리에 활용하기 좋은 조미료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사워도우 특유의 풍미와 구운 향이 만나면서 맛의 층이 더 생긴 느낌이었습니다. 저희 팀 내부 평가에서도 이 샘플은 전체적으로 가장 균형이 좋고, 복합적인 맛이 잘 나온 샘플로 느껴졌습니다.
노란 완두콩 미소는 예상보다 부드럽고 달큰했습니다. 전통적인 콩 미소와 완전히 같지는 않았지만, 콩 발효식품에 가까운 방향성이 있었습니다. 특히 완두콩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단맛 덕분에 짠맛이 조금 더 부드럽게 느껴졌습니다. 이 샘플은 미소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던 테이스팅 이벤트 테이스팅 이벤트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사람들이 단순히 맛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스토리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게 진짜 버려지는 빵으로 만든 거냐”, “사워도우 맛이 남아 있냐”, “이걸 어떻게 요리에 쓰면 좋냐” 같은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희에게는 이 반응이 꽤 중요했습니다. 왜냐하면 CRUMB는 단순히 맛만으로 승부하는 제품이 아니라, 버려지는 빵을 새로운 식품으로 바꾼다는 스토리까지 함께 가진 제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희는 한 가지 중요한 점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이 제품의 지속가능성에는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이라는 점입니다. 아무리 좋은 의미를 가진 제품이라도 맛이 없으면 다시 구매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맛이 괜찮고, 거기에 지속가능한 스토리까지 더해지면 제품의 매력이 훨씬 커질 수 있었습니다.
테이스팅 이벤트와 별개로, 저희는 소비자 설문조사도 진행했습니다. 이 제품이 단순히 실험실 안에서만 흥미로운 아이디어인지, 아니면 실제 소비자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제품인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설문에는 총 45명이 참여했고, 응답자 대부분은 18세에서 34세 사이의 젊은 층이었습니다. 문화적 배경은 아시아와 유럽이 섞여 있었고, 평소 요리를 자주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매일 요리한다고 답한 사람이 29명, 일주일에 3~5번 요리한다고 답한 사람도 13명이었습니다.
먼저 미소에 대한 인지도를 확인했는데,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소를 알고 있었습니다. 미소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다고 답한 사람은 2명뿐이었습니다. 물론 저희 설문에 참여한 사람들이 일반 대중보다 식품이나 요리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조금 편향된 결과일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저희에게는 좋은 신호였습니다. 미소라는 식품 자체를 처음부터 완전히 설명해야 하는 제품은 아니라고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흥미로웠던 점은, 미소를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미소보다는 전통적이고 익숙한 미소를 선호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설문에서 23명은 전통적이고 익숙한 미소를 선호한다고 답했고, 21명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새로운 형태의 미소를 선호한다고 답한 사람은 1명뿐이었습니다. 이 결과를 보고 저희는 CRUMB를 “완전히 새로운 이상한 발효식품”처럼 보여주기보다는, 익숙한 미소의 감칠맛을 코펜하겐의 사워도우와 북유럽 재료로 재해석한 제품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미소를 주로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확인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소를 수프나 국물, 드레싱, 소스, 마리네이드에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이 부분은 저희에게 꽤 중요한 인사이트였습니다. 왜냐하면 제품을 판매할 때 단순히 병만 예쁘게 만들어서는 부족하고, 소비자가 “이걸 어디에 넣어 먹지?”를 바로 떠올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CRUMB를 소개할 때 레시피 제안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운 채소에 바르는 미소 글레이즈, 샐러드드레싱, 수프 베이스, 마리네이드, 샌드위치 스프레드처럼 일상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보여주면 훨씬 접근하기 쉬운 제품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제품 라벨에 QR 코드를 넣는 아이디어도 구상했습니다. QR 코드를 스캔하면 CRUMB 앱 또는 웹페이지로 연결되어, 이 미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맛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지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설문조사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미소를 알고 있더라도 실제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레시피 제안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구운 채소에 바르는 미소 글레이즈, 샐러드드레싱, 수프 베이스, 마리네이드, 샌드위치 스프레드처럼 구체적인 사용법을 보여주면 사람들이 훨씬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반응은 꽤 긍정적이었습니다. 많은 응답자들이 식품을 구매할 때 환경적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고,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한 제품에 대해서도 대체로 열린 태도를 보였습니다. 다만 “버려진 빵”이라는 표현은 조심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너무 직접적으로 들으면 누군가에게는 비위생적이거나 저품질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waste bread”보다는 “surplus sourdough”, 즉 판매되지 못한 잉여 사워도우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구매 의향도 생각보다 긍정적이었습니다. 맛이 마음에 든다는 조건에서 22명은 확실히 구매하겠다고 답했고, 19명은 아마 구매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설문에서 “사겠다”라고 답하는 것과 실제 매장에서 지갑을 여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래도 적어도 사람들이 업사이클링 미소라는 개념을 완전히 거부하지는 않는다는 점, 오히려 맛과 스토리, 사용법이 잘 전달된다면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격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저희가 설정한 가격은 한 병에 75 DKK였습니다. 처음에는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설문 결과를 보면 맛이 좋고 스토리가 명확하다면 이 가격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라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이 제품은 대량 생산되는 저가 조미료가 아니라, 로컬 베이커리의 잉여 사워도우를 수거하고, 코지를 키우고, 발효시키고, 소량 생산하는 프리미엄 업사이클드 발효 제품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버려지는 재료를 썼으니 싸야 한다”가 아니라, 버려질 뻔한 재료를 고부가가치 식품으로 바꾸는 과정 자체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테이스팅과 설문 결과를 종합했을 때, 저희는 최종적으로 Roasted Bread Miso를 가장 가능성이 높은 샘플로 보게 되었습니다. 굽지 않은 빵 미소는 사워도우의 특징을 잘 보여주었고, 노란 완두콩 미소는 부드럽고 친숙한 장점이 있었지만, 구운 빵 미소는 전체적인 밸런스와 풍미의 깊이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고소함, 감칠맛, 약간의 단맛, 그리고 구운 향이 함께 있어서 제품으로 발전시켰을 때 가장 차별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물론 최종 제품을 하나로만 고정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는 세 가지 라인업을 가져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Unroasted Bread Miso는 가장 기본적인 빵 미소, Roasted Bread Miso는 조금 더 깊고 진한 맛의 대표 제품, Yellow Pea Miso는 부드럽고 달큰한 대안 제품처럼 구성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브랜드를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앞에 내세울 제품을 고른다면, 저희는 Roasted Bread Miso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식품 안전성과 규제도 검토했습니다. 저희 제품은 일반적인 콩 미소와 달리 빵을 주된 발효 기질로 사용하기 때문에, EU 기준에서 Novel Food에 해당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했습니다. 다만 코지 곰팡이인 Aspergillus oryzae 자체는 이미 발효식품에 널리 사용되어 온 미생물이기 때문에, 문제는 미생물보다는 “빵을 미소의 주재료로 사용한다는 점”에 있었습니다. 또한 빵을 사용하기 때문에 글루텐이 포함된다는 점도 반드시 라벨에 명확히 표시해야 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제품이라는 좋은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소비자 안전과 알레르기 정보는 절대 놓칠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식품 개발이 단순히 맛있는 것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재료를 구하고, 발효를 관리하고, 맛을 평가하고, 소비자 반응을 보고, 브랜드를 만들고, 안전성과 법규까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특히 업사이클링 식품은 “좋은 의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맛있어야 하고, 안전해야 하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다시 사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어야 했습니다.
교수님 앞에서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마치자 박수 세례가 쏟아졌습니다. 교수님들은 우리처럼 완벽하게 프로젝트를 끝낸 팀을 처음 봤다면서 너무 훌륭하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스타트업을 운영해 주면 안 되냐고 부탁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저희는 만점을 받았습니다. "(12점이 최대 점수인데) 12점 플러스 플러스"를 외치시던 교수님들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단순히 “버려지는 사워도우로 미소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작은 질문에서 시작해 실험을 거치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CRUMB라는 이름과 브랜드를 입히고 나니 이 아이디어가 단순한 수업 과제가 아니라 실제 제품이라고 생각하고 애착을 가지고 실험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CRUMB는 아직 완성된 제품은 아닙니다. 더 긴 발효 기간, 더 큰 규모의 소비자 테스트, 유통기한 테스트, 식품 안전성 검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저희는 버려지는 빵이 충분히 새로운 식품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팀원들 중 아무도 스타트업을 할 생각이 없는 것은 아쉬웠지만, 미소가 아니라 저에게 더 흥미로운 소재였다면 저는 스타트업으로 충분히 발전시켰을 것 같습니다.
버려지는 음식은 단순히 끝난 것이 아니라, 때로는 다른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음식물 쓰레기가 다시 식품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안전성, 위생, 맛, 공정성, 법규가 모두 따라와야 합니다. 하지만 적절한 기술과 창의적인 접근이 있다면, 우리가 버린다고 생각했던 것들 중 일부는 충분히 새로운 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DTU 푸드 이노베이션 코스, ‘사워도우로 미소 만들기’ 연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