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덴마크 공대(DTU)의 푸드 이노베이션 코스 3탄, ‘버려지는 사워도우로 미소 만들기’ 편 연재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우리 팀이 선택한 빵은 바로 사워도우입니다. 사워도우는 특유의 시큼하고 깊은 풍미가 있는 빵으로, 코펜하겐에서 정말 인기가 많은 빵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빵은 만든 지 하루만 지나도 빠르게 딱딱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당일에는 맛있고 매력적인 빵이지만, 다음 날이 되면 식감이 떨어지고 품질이 저하되어 재판매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남은 빵을 무료로 나눠주는 것도 어렵습니다. 하트 베이커리에서는 판매되지 못한 빵은 다음날 본사에서 수거를 하고, 그다음 빵으로 파스타면을 만드는 Wasted라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로 보내져 사용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팀 역시 푸드 업사이클링 계획을 미팅에서 말씀드린 후, Hart Bakery에서 수거한 빵 중 일부를 제공받아 실험에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워도우에 Koji Copenhagen에서 제공받은 코지, 즉 곰팡이 발효균을 접종해 발효시킨 뒤, 우리나라의 된장과 비슷한 일본의 발효식품인 미소를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여담으로, 사실 한국인인 제가 속한 팀이기 때문에 처음에 저는 된장을 만들자는 제안도 했습니다. 된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발효식품이고, 저에게도 훨씬 익숙한 식품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가 팀에 조인하기 전에 이미 네덜란드 친구들이 미소를 만들겠다고 소재를 정한 상태였습니다. 또 팀원들 중 저 말고는 된장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유럽에서는 된장보다 미소에 대한 인지도가 훨씬 더 높습니다. (반면에 고추장은 유럽 현지에서도 고추장으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차이는 발효 기간이었습니다. 된장은 보통 1년 이상 긴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미소는 종류와 방식에 따라 1~2개월 정도의 비교적 짧은 발효 기간으로도 초기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희 수업은 약 5개월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아이디어를 내고, 실험하고, 제품화 가능성까지 검토해야 했기 때문에 된장보다 미소가 더 현실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지만 이 글을 읽고 다음에 덴마크 공대에 입학하신 학우분께서 푸드 이노베이션 코스를 듣는 한국 학생이 생긴다면, 꼭 된장이 아니더라도 한국 식품을 개발해 주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올게요. 우리 팀의 목표는 버려질 뻔한 사워도우를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전혀 다른 식품으로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빵은 이미 한 번 발효를 거쳐 만들어진 식품입니다. 그런데 이 빵을 다시 코지와 함께 발효시켜 미소처럼 감칠맛 있는 페이스트로 만들 수 있다니 너무 놀랍지 않나요? 우리가 지은 미소 브랜드의 이름은 'Crumb.'입니다. 팔리지 못하고 남은 빵 조각들이 모여 새로운 가치를 가진 제품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습니다.
Chat GPT에게 요청해 직접 그린 그림실험 초기에 저희가 그려본 전체적인 발효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뉘었습니다.
1. 빵 수급 및 실험 준비하기
2. Koji 키우기 (Bread Koji 만들기)
3. 미소 paste 만들기 및 발효

첫 번째는 빵을 준비하는 단계입니다. 하트베이커리 본사에서 전날 폐기되어 수거한 빵을 아침에 찾아와서, 이 빵을 코지 코펜하겐 키친으로 가져와 작은 조각으로 잘라주어 표면적을 넓혀줍니다. 그래야 스팀 처리도 잘 되고, 이후 코지 곰팡이도 더 잘 자랄 수 있습니다.

직접 만든 자료로서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두 번째는 코지를 키우는 단계입니다.
잘게 자른 빵을 오븐에서 스팀과 가열 처리한 뒤, 온도를 충분히 식히고 코지 곰팡이를 접종합니다. 그다음 촉촉한 천으로 덮어 습도를 유지하면서 약 이틀 정도 기다리면 빵 표면에 하얀 균사가 자라기 시작합니다.
흥미로웠던 점은 사워도우의 겉껍질과 속살에서 코지 성장 차이가 꽤 크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사워도우의 겉껍질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겉껍질은 구운 향도 있고, 풍미가 강해서 더 매력적인 재료가 될 수도 있겠다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코지를 키워보니 빵 속살 부분에서 훨씬 더 하얗고 촘촘하게 균사가 자랐습니다. 반면 겉껍질은 수분을 잘 머금지 못해서 그런지, 코지가 거의 자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약간 탄 겉껍질을 사용하면 피쉬한 맛(생선 비릿한 맛)이 나는 게 또 특징입니다.
잘게 자른 빵은 스팀 오븐에서 한 번 가열해 주었습니다. 이 과정은 빵을 부드럽게 만들고, 코지를 접종하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주는 단계였습니다. 가열한 빵은 바로 사용할 수 없고, 충분히 식혀주어야 했습니다. 너무 뜨거운 상태에서 코지 곰팡이를 넣으면 균이 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빵의 온도가 적당히 내려갈 때까지 기다린 뒤, Aspergillus oryzae라는 코지 곰팡이를 접종했습니다.
코지를 접종한 빵은 얕은 트레이에 넓게 펼쳐 담고, 촉촉한 천으로 덮어주었습니다. 습도를 유지해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약 48시간 정도 기다리면 빵 표면에 하얀 균사가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팀은 이렇게 하얗게 코지로 뒤덮인 사워도우를 브레드 코지(Bread Koji)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세 번째는 미소 반죽을 만들고 발효시키는 단계입니다. 코지가 자란 빵을 다른 재료, 소금, 물과 함께 섞고 갈아서 페이스트 형태로 만든 뒤, 공기가 최대한 들어가지 않도록 용기에 꾹꾹 눌러 담습니다. 이후 일정한 온도에서 몇 주 동안 발효시키며 pH, 향, 색, 질감 변화를 관찰합니다.
사실 말로만 들으면 “빵에 코지를 뿌리고 발효시키면 되는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변수가 있었습니다.
처음 저희가 구상했던 레시피는 사워도우 빵, 코지, 소금, 그리고 맥주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인 BSG를 함께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BSG는 Brewer’s Spent Grain의 약자인데요, 쉽게 말하면 맥주를 만들고 남은 곡물 찌꺼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식품 부산물을 또 다른 식품 부산물과 연결하면 업사이클링이라는 프로젝트의 의미가 더 커질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칼스버그에서 받아온 BSG를 실제 재료로 다뤄보니 생각보다 까다로웠습니다. 냉동 보관을 하지 않으면 쉽게 상할 수 있고, 섬유질이 많아서 반죽처럼 고르게 섞이기가 어려웠습니다. 또 발효 과정에서 저희가 원하는 코지 곰팡이가 아니라 원하지 않는 곰팡이가 자랄 가능성도 커 보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실제로 안전하게 만들기 어렵다면 식품 개발에서는 과감히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는 최종 프로토타입에서 BSG를 제외하고, 대신 노란 완두콩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완두콩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발효가 진행되면 감칠맛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미소가 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완두콩은 조금 더 현실적인 대안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실험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제품화 가능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했습니다. 사람들이 이 제품을 맛있다고 느낄지, 버려지는 빵으로 만든 식품이라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지, 얼마 정도의 가격을 지불할 수 있을지, 그리고 실제로 판매한다면 어떤 브랜드와 패키지로 보여줄 수 있을지까지 생각해야 했습니다.
정확한 수치와 세부 배합비는 비밀유지서약과 프로젝트 보안상 공개할 수 없지만, 다음 글에서는 총 여섯 개의 미소 프로토타입을 만들기까지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