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랩순돌이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과학자 여러분께 의료기기 산업에 대해 설명하고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총 10회로 기획되어 있으며, 그중 4~5편에서는 의료기기 산업이 갖는 특수한 규제 구조를, 나머지에서는 왜 이 산업이 ‘내 기술’로 창업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말씀드릴 주제는 바로 의료기기 규제의 핵심인 <사용 목적’(Intended Use)>입니다.
의료기기는 왜 규제하는가?
지난 칼럼에서 의료기기 산업은 안전하게 널리 사용되기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규제는 의료법과 약사법처럼 일반적인 행위를 금지하고, 공중보건과 환자의 안전에 기여하는 상황만을 허가함으로써 공중보건과 개인 건강에 위해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만을 허가해 관리하는 규제 산업입니다. 이 규제체계는 처음엔 의사와 약사처럼 특정 자격을 갖춘 사람의 행위를 규제의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의료현장에 외과수술을 위한 가위, 핀셋과 같은 단순 기술이 아닌 MRI, 초음파 장비 생화학 검사기기 등의 복잡한 기술이 들어오면 의료기기에 허가가 필요해졌습니다.
그런데 의료기기는 사물입니다. 말도 하지 않고, 의도를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의료기기는 의사의 판단을 보조하거나 대체하고, 임상적 결과에 영향을 주는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은 의료기기라는 ‘사물’에도 허가를 부여합니다.
사물을 규제하는 의료기기 허가를 chapGPT로 만든 이미지
그럼, 의료기기에 대한 허가 기준은 무엇일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깁니다.
“기계에 어떻게 규제를 적용할 수 있는가?” 이 기준이 바로 <사용 목적(Intended Use)>입니다.
제 이름은 정세라입니다. 여섯 살 때도 정세라였고, 지금도 정세라입니다. 하지만 외모도 바뀌고, 취향과 가치관도 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정세라>임을 증명하려면, 이름이나 주민번호, 지문처럼
본질을 확인할 수 있는 기준점이 필요합니다.
사물의 등록기준지를 설명하기 위한 chapGPT로 만든 이미지
의료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겉모습이나 구성이 변할 수 있지만, <이 기계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가>에 따라 의료기기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물에 부여된 허가는 본질적인 행위의 정의, 즉 사용 목적에 기반합니다.
기계가 아니라 '행위'를 규제한다의료기기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것도 사용자가 아닌
제조자입니다. 그래서 의료기기 규제는 사용자가 아니라
제조자가 명시한 목적을 기준으로 설계됩니다.
그 목적은 사용자 매뉴얼, 사용설명서(IFU; Instruction for use)에 기록되고, 그에 따라 허가 여부가 결정되고 그 사용목적의 달성을 증명하여 허가를 취득하게 되며, 사용자는 명시된 목적대로 사용해야 합니다.
이 구조는 얼마 전 큰 유행을 이끌었던 법정드라마의 명대사와도 같습니다.
"법은 마음이 중요하다. 다치게 하려는 마음이었는지, 그냥 실수였는지에 따라 법 적용이 달라진다."의료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냉매를 이용하여 내용물의 온도를 차갑게 하는 냉장고에
샌드위치를 넣느냐
혈액을 보관하느냐에 따라
공산품이 될 수도,
의료기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용목적에 따라 법적인 지위가 의료기기로 달라지는 chapGPT로 만든 이미지
의료기기의 본질은 ‘기능’이 아니라 ‘의도된 행위’
의료기기는 사람의 건강과 복지를 지키기 위해 규제되는 사물입니다. 그래서 의사나 약사처럼 ‘사람’을 규제하는 의료법과는 달리, 의료기기의 행위 목적을 중심으로 규제합니다. 때문에, 그 기술이 무엇을 위해 사용되는가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으면 의료기기로 분류될 수 없습니다.
AI가 단순히 이미지 필터링만 하면 일반 소프트웨어지만, <폐암을 진단한다>는 목적이 추가되면 의료기기가 됩니다.
단순한 이미지 필터링 SW의 사용목적은
< 본 소프트웨어는 기존 디지털 의료 영상(예: CT, MRI, X-ray, 초음파)의 시각적 품질 향상을 위해 노이즈를 제거하는 전처리 용도로 사용됩니다.>으로 예상되며,
폐암을 진단하는 SW의 사용목적은
< 본 소프트웨어는 기존 디지털 의료 영상(예: CT, MRI, X-ray, 초음파)의 생체지표를 추가 입력하여 암에 대한 진단 정보(유무)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로사용됩니다>으로 예상 할 수 있습니다.
폐암을 진단한 SW의료기기 chapGPT로 만든 이미지
이런 경우에
단순한 이미지 필터링 SW을 하는 행위는 의료기기법 상의 의료기기 정의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의료기기가 아니므로 공산품과 같은 시장의 유통이 가능합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의료기기법 2조 정의
하지만 폐암진단 SW는 암의 진단에 대한 분석적, 임상적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해야 의료기기 시장에 진입할 수 있습니다.
하고자 하는
행위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토하여하고자 하는
행위에 따른 의료기기 규제 등급이 달라지며, 검토/검증/유효성 확인해야 하는 대상이 달라집니다.
의료기기 사용목적의 행위의 위험성에따라 규제 등급의 차이를 chapGPT로 만든 이미지
‘형태’가 아닌 ‘행위’가 규제를 만든다
의료기기는 단순한 기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기술이 유도하는 의료적 행위, 그리고 그에 따른 임상적 결과가 핵심입니다. 그래서 의료기기의 규제는 형태나 외형이 아니라, 기술의 사용 목적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기술은 도구입니다.
그러나 그 도구가 <무엇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가>에 따라, 규제도 달라지고, 시장도 달라지고, 허가도 달라집니다.
기술이 아닌 <의도된 행위>가 규제를 만들고, 그것이 곧 의료기기의 법적 지위가 됩니다.
또한 허가 후에도 사용목적은 마케팅·교육자료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허가받지 않은 효능(예: “암 진단 정확도 95 %”)을 주장하면 시장판매 후 의료기기 관리 위반으로 리콜 또는 허가 취소가 가능합니다. 사용목적은 제품 생애주기 전체를 책임지는 법적 약속입니다.
규제는 장벽이 아니라 설계도입니다. 이 구조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시장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