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참관기 & 보고서로 정제하는 방법
학회에 참가한 후 발표도 끝났고 네트워킹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6개월 뒤 기억나는 건 기념품 머그컵뿐이라면?
해외 학회는 현장에서 만큼이나 귀국 후의 ‘정리 및 쓰기’ 단계가 중요하다. 기록을 남겨 두지 않으면 네트워크도, 영감도, 피드백도 결국은 오래가지 못한다. 발표 및 네트워킹으로 얻은 인사이트를 글로 정리하는 순간, ‘내 경험’이 곧 ‘자산’이 되는 일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번 편에서는 해외 학회 참가 후 본인을 위한 ‘기록 루틴’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바쁜 대학원생도 2~3시간 투자로 ‘학회 자산’을 평생 검색 가능한 형태로 저장할 수 있다.
1. 학회 참관기는 왜 써야 하는 걸까?
학회 참관기 및 보고서로 학회 경험을 기록해 두면 3가지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첫 번째로 기억을 체계화할 수 있다. 일정, 강연, 대화 등 메모를 글로 구조화하게 되면 오랜 시간이 흘러도 비교적 정확하게 복기가 가능하다. 두 번째로는 재사용 가능한 지식을 얻게 된다. 연구실 세미나, 랩 노트, 및 보고서는 물론 블로그 등에서 다채롭게 2차 활용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 유지를 위한 소스가 되기도 한다. 참관기를 공유하면 만났던 연구자에게 자연스레 후속 메일을 보낼 구실이 생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사실은 첫 번째 이유만으로도 기록으로 남겨두는 편이 좋을 지도 모른다.
1-1. 기억이 증발하기 전 원시 데이터 수집
학회 관련 정보(예를 들어 일정표, 세션 슬라이드 PDF 파일, 사진, 명함, QR 스캔본)를 클라우드 및 개인 폴더에 한데 모아둔다. 또한, 학회 현장에서 세션을 들을 때마다 각자의 방법으로 세션 강의를 정리 요약해 놨을 것이다. 현장 노트 정리를 하면 좋은데 누구는 강연을 들으면서 워드에 타이핑으로 기록해 둘 수도 있고, 음성 메모를 켜 두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본인의 경우 발표 별로 한 줄 요약 + 키워드 3개 + 느낀 점 포맷으로 러프하게 메모해 두고, 꼼꼼하게 기억하고 싶은 경우에는 필요한 발표 슬라이드를 사진으로 찍어 두는 편이다. 후에 생성 AI에 한 줄 요약 + 키워드 3개 + 느낀 점 + 사진까지 한 번에 보내고 학회 참관기 형식으로 요약해 줘라고 하면 AI가 생각보다 꼼꼼하게 요약해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비교적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다.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휘발하기 때문에 일찍이 텍스트화하고 노트, 녹취, 사진 등을 날짜 별, 세션 별 폴더로 분리하여 둔다.
2. 학회 참관기 작성
2-1. 뼈대는 3막 구조가 안전하다.
목차를 보면 보통 서론-본론-총평(마무리) 3단으로 깔끔하게 나뉜다. 서론 부분에는 어떤 행사이고 왜 갔는지를, 본론 부분에는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 총평에는 무엇을 얻었고 어디에 쓰이는지 관해 작성하면 된다. 분량의 경우 서론 10-15%, 본론 70-75%, 총평 10-15% 정도이면 될 것이다.
2-2. 서론 작성 체크리스트.
먼저 학회 개요를 적어 준다. 장소, 기간, 주최, 주제 등에 대해서 간략하게 적어준다. 또한 국가과제를 통해서 간 학회의 경우 참가 배경을 서술해 주면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지원 절차, 선발 스토리 등이 있을 수 있겠다. 또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참가했는지 기술해 주자. 예를 들어서 XXX세션에서 XXX분야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XXX연구실과 협업 논의 식의 기대효과를 명시해 주자.
2-3. 본론은 일정/세션/테마 중 하나로 분류
본론은 Day-by-Day, Session-based, Theme-based 등으로 분류하여 작성할 수 있다. Day-by-Day의 경우 프로그램 일정이 빽빽한 대형 학회에 적합하다. 일정표를 참고하여 현장 노트를 타임스탬프에 맞춰 작성하면 된다. Session-based의 경우 발표 위주의 중형 학회에 적합하다. 세션 코드를 소제목으로 하여 작성해 보도록 하자. Theme-based의 경우는 분야가 다양한 포럼형 행사에 적합하다. 각 테마 도입부에 트렌드를 한 줄로 요약하면 후에 보기 더 편할 것이다.
2-4. 총평에서 빠지면 서운한 4 문단
총평은 다음 4가지 문단을 포함하면 풍부해질 것이다.
* 핵심 인사이트 요약
* 본인의 연구/진로와의 연결
* 네트워킹 결과 및 다음 스텝
* 학회 피드백 (장점 및 아쉬운점)
3. 참관기 템플릿
# [학회명] 참관기
기간| 202X. MM. DD – 202X. MM. DD
장소| [도시, 국가]
주최| [기관]
키워드| A, B, C, …
## 요약
## 1. 서론
### 1.1 행사 개요
### 1.2 참가 동기·준비
## 2. 본론
### 2.1 Day 1 – Opening & Keynotes
### 2.2 Day 2 – Poster Session
…
## 3. 총평
#### 3.1 얻은 인사이트
#### 3.2 네트워크 및 후속 계획
4. 대학원생을 위한 현실 꿀팁
학회참관기를 작성할 때 문어발 식으로 강연을 듣고 모든 것을 적고 기록하려고 하지 말자. 학회장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개의 세션이 동시에 열린다. 처음엔 다 기록해 두면 나중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막상 귀국해 노트북을 열면 메모의 양이 벽처럼 느껴져 정리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본인에게 중요했던 ‘톱 5’ 세션만 깊게 다루도록 하자. 포스터나 구두 발표에서 사용했던 슬라이드 및 질의응답 로그는 모두 이미 만들어 둔 자료일 것이다. 이를 참관기 속 부록으로 붙이면 보고서가 곧 논문 보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 받은 질문과 답변을 그대로 옮겨 적어 놓으면 나중에 논문 discussion 파트에서 인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팔로우업 메일을 보낼 때 참관기를 전달하는 것으로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5. 마무리: 쓴 사람만이 얻는다
글을 쓰는 데 드는 시간은 길어야 일주일, 그러나 남기는 가치는 커리어 전 기간을 따라온다. 항상 방문한 여러 학회를 기록으로 재탄생시켜 남겨보자. 실제로
BRIC에도 학회참관기를 적어 업로드하면 소정의 원고료를 받을 수도 있으니 참고해 보면 좋을 것이다. 아니면 개인 블로그에 라도 남겨 두자. 언젠가 사용할 때가 꼭 올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학회가 끝나고 난 뒤, 자유 여행 플랜”을 다룰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다!